목록서울 택시세상 (466)
희망연속
그제 아침 5시, 개인택시를 처음 운행했습니다. 토요일 새벽이라 제가 사는 아파트에도, 거리에도, 사람이 많이 안보였습니다. 집앞에 있는 충전소에서 개스를 채우고 대로로 나오니 20대 후반의 여성이 손을 듭니다. 가까운 거리였지만 개인택시 첫 손님이라 무척 반가웠습니다. 회사택시 3년을 마치고 개인택시를 운행하게 된 날이 드디어 저에게 온 것입니다. 정년퇴직과 거의 동시에, 이순(耳順)의 나이에 회사택시를 시작했고, 3년을 무탈하게 보낸 다음, 예전부터 많이 갈망했던 개인택시를 갖게 되었으니.... 크다고는 할 수 없지만, 비록 조그만 것이라 할지라도 평소 뜻한 바를 이룬 제 자신이 고맙습니다. 뿌듯합니다. 감개무량합니다. 물론, 택시 접으라는 사람도 아직 있습니다. 그러나 까짓거 뭐 신경 안씁니다. 제..
지난 6월 30일, 3년을 몸담았던 택시회사를 그만 뒀습니다. 사직서를 제출한 다음 평소 가깝게 지내던 동료들에게 인사드리고 회사 정문을 나서는 순간 눈 앞에 이슬이 맺히는 것을 느꼈습니다. 허무하고 아쉬웠죠. 마냥 기쁠 줄만 알았는데..... 집에 돌아와 와이프에게 아쉬움을 전했더니..
며칠 전 일을 끝내고 회사에 돌아와 일일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는데 옆 직원이 사장님께서 모친상을 당하셨다고 말한다. 갑자기 내 머릿 속에는 부의금 석자가 떠 올랐다. 얼마를 해야 하지? 내가 순간 멈칫하고 있으니 그 직원이 빨리 사무실로 올라가 보란다. 부의금 얼마하면 될까요? 머뭇 머뭇 말을 꺼내자 웃으면서 부의금을 받아 오란다. 난 무슨 소린가 했다. 부의금을 받아오라니? 그러자 앞에 붙어 있는 '알림'을 가리킨다. 난 긴가민가 했다. 이게 무슨 소릴까. 사무실에 올라가니 5만원이 담긴 봉투를 준다. 5만원? 전해 들으니 사장님은 모친상을 치르는 동안 일절 알리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소식을 들은 사원이 조문을 갔지만 부의금 또한 받지 않았다고 한다. 부의금함마저 아예 없었다고.... 그러면서 알..
며칠전 오후, 강서구에서 50대 남자손님을 태웠다. 택시에 타자마자 요즘 영업이 잘 되는지,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 등등을 조심스레 묻는다. 택시손님 중에 그리 묻는 분들이 가끔 있는지라 간단하게 대답을 했는데, 그 손님은 지금 막 구청에서 개인택시 인가증을 받고 오는 길이라고 한다. 대뜸 정말 축하드립니다라고 인사를 했더니 아직 잘 모르겠다는 말을 되풀이한다. 알고보니 버스운전을 10여년 하고 좀더 자유롭게 살고싶어 개인택시를 샀는데 주변에서 여전히 부정적인 말을 많이 하는 탓에 잘한 일인지 확신이 안선다고. 버스기사는 준공영제 실시 이후 급여나 영업환경 등 처우가 많이 개선된 반면 택시는 아직 전반적으로 열악한 듯 해서 걱정이 된다는 이야기다. 특히, 택시기사의 낮은 수입과 진상승객들이 신경쓰인다는 것..
택시 기사가 운전하는 동안 두뇌의 여러 부분에서 엄청난 세포 활동이 발생한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네이처(Nature)지에 발표됐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브랜데이스 대학 연구진은 일곱 명의 간질병 환자들을 모집해 택시 운전 컴퓨터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도록 부탁했다. 이 자원자들의 뇌에는 이미 전극봉이 삽입되어 있어 연구진이 두뇌 활동을 쉽게 추적할 수 있기 때문에 간질병 환자들이 선택되었다고 한다. 실험 결과 우리가 익숙한 장소에 있을 때는 뇌의 해마신경세포가 반응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곳이 시야에 들어오면 해마 옆 피질세포가 반응하는 것이 발견됐다. 또 가장 가까운 경로를 찾으려는 '네비게이션 활동'도 두뇌 활동에 영향을 끼쳤다. 이러한 사실은 택시기사가 수년 동안 택시를 몰고 나면 실제로 두뇌가 평균 크기..
"택시는 운수(運輸)업이지만, 또 운수(運數)업이기도 하다." 택시회사에 첫발을 디뎠을 때 회사 관계자나 동료 기사들이 한결같이 해주던 이야기다. 처음엔 무슨 소리인가 했지만 택시는 운수(運數)업이란 말의 의미를 깨닫기 까지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택시영업은 정말 운이 많이 작용하는구나. 운. 운이라.... 운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 보았다. "이미 정하여져 있어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천운(天運)과 기수(氣數)" 말인즉슨 인간의 의지와 능력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즉, 보이지 않는 자연의 영역이랄까. 다른 택시는 손님이 많은데 내 차에만 손님이 타지 않을 때도 있다. 바로 앞에 보이는 손님을 태우려고 접근하는데 다른 택시가 잽싸게 가로채서 가버리지만 바로 뒤에 내차에 올라 탄 손님이 장거리..
서울 법인택시 기사생활이 어언 2년하고도 8개월을 넘어서고 있다. 지나고 나니 참 빠른 것 같은데 한편으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고...... 개인택시를 염두에 두고 시작하긴 했지만 서울의 택시영업 환경은 정말 만만치 않은 것 같다. 그나마 회사 동료 기사들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음으로 양으로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서 무난히 생활하고 있는 듯. 설이나 추석과 같은 명절 때면 회사에서는 기사들을 위해 조그만 선물을 나눠준다. 값으로 치면야 비싸다고는 못하지만 그 선물세트도 참 고맙게 느껴진다. 더욱이 성실히 근무한 기사에게는 상품권을 별도로 주는데 나에게도 주어져서 너무 뿌듯했다. 작년 추석인가 그 때도 5만원 상품권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또............ 이번엔 디지털상품권으로 한단..
2월 16일(금요일)은 설날이었다.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공휴일에 18일 일요일까지 4일 연휴가 되었다. 연휴기간 중엔 본디 택시영업은 더 안된다. 유동인구가 적은 탓이다. 다만, 명절 당일 날은 예외다. 평일에 비해 영업이 잘되는 편이다. 손님이 늘어서가 아니라 택시가 상대적으로 적은 탓이다. 택시기사도 명절을 쇠야하기 때문에. 설날 당일 영업을 나가는 택시는 법인택시의 경우 채 20%도 안될 듯. 개인택시 역시 눈에 띠게 줄었다. 나는 휴무일도 아니고 집에 있으면 뭐하나 하는 마음이어서 그냥 필드(?)로 나갔다. 주변에선 설날에도 일을 하느냐고 의아해 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확실히 손님이 많았다. 아니 택시가 절대적으로 적었다. 카카오콜은 쉬지 않고 울려대고, 길거리엔 택시 잡기 위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