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서울 택시세상 (503)
희망연속

아침 6시경 집을 나서 첫 승객을 태웠습니다. 택시는 첫 테이프를 잘 끊는게 중요하죠. 하루 영업의 기운을 받는다고 해야 하나요. 다른 자영업도 마찬가지이겠지만. 30대 후반 여성이었는데 택시에 타자마자 잠이 든 것처럼 조용했습니다. 그런데 10여분 정도 후에 갑자기 "아저씨 좀 내려 주세요, 토할 것 같아요."하더라구요. 황당해서 급히 갓길에 차를 대고 멈췄죠. 다행히 복잡하지 않은 도로였습니다. 그랬더니 손님이 택시 문을 열고 내리더니 비틀비틀 하다가 택시 뒷문 좌석을 붙잡고 "우웩"하며 토하는게 아니겠습니까. 아이구 머니나, 택시 안에서 토하지 않아 천만다행이라고 느끼는 순간, 자세히 살펴 보니 택시 문짝 바깥쪽에 토사물이 묻어 있는게 보였습니다. 얼마나 급하면 저랬을까 하는 생각도 났지만 택시 문..

올래 48세인 탤런트 정가은이 생활고에 시달린 끝에 택시기사가 되려고 택시 면허증을 땄고, 택시회사에 취업하기 위해 전화를 했다가 퇴짜를 맞았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생활고' 정가은, 택시기사 취업 거절…"탤런트는 필요없어"(원더가든)방송인 정가은이 택시 운전기사 도전을 준비 중인 모습을 공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9일 유튜브 채널 '원더가은 정가은'에는 '택시 신규 교육 …www.sportschosun.com 정가은이 얼마나 유명하고 어떤 탤런트인지 사실 알고 싶지도 않고 궁금하지도 않습니다. 연예인 관련 사항은 아주 젬병이나 마찬가지니까요. 그런데 방송과 연예인 물을 오래 먹은 것 같은데 무슨 택시기사? 택시가 그리 만만한가. 더욱이 자신의 아버지가 부산에서 30년 이상을 택시했다고 해서 여자의..

오늘은 택시기사 10년 동안 가장 기억나는 일이랄까, 요모저모에 대해 생각을 해봤습니다. 제일 먼저, 택시 10년으로 무엇을 얻었을까. 얻은게 아주 많죠. 10년 동안 택시로 번 돈 액수만도 얼마입니까. 직장 정년퇴직 후에 회사택시 3년, 개인택시 7년을 서울 한복판에서 치열하게 일하며 많지 않은 돈이나마 쏠쏠하게 벌었습니다. 택시수입이 다른 직종에 비해 박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제가 받고 있는 공무원 연금 이상을 벌고 있으니 난 더블 연금이다는 자부심도 한편으론 가지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얻은건 뭘까. 아마도 자신감 아닐까 합니다. 남들이 힘들다고 꺼려하는, 물론 수입이 적어서, 사회적 평가가 낮아서도 그러겠지만, 서울 택시기사 생활을 무탈하게 해내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남에게 뒤지지 않을 자신감, ..

작년도에 택시운전면허 취득시험 응시자가 52,025명으로 3년전에 비해 무려 50%가 증가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단순 수치만 보면 3년만에 50%가 증가했으니 택시운전 기사에대한 인기가 폭등한 것처럼 비쳐질 수도 있겠네요. ㅎㅎㅎ 그런데 따지고 들어 가면 영, 아니올시다라는 사실에 헛 웃음만 나오는군요. 말하자면 경제가 불황이어서 일자리를 잃은 퇴직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고,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영향으로 고령자들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택시기사로 눈을 돌린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렇다고 합니다. 즉, 택시기사가 좋아서 그렇다기 보다는 언제 퇴직할 지 모르는 불안에 시달리는 직장인들과 노인들이 노후에 마지막 일자리로 생각하는게 택시기사이고, 그래서 보험용으로 택시운전면허 자격증을 취득하는 대열에 동참..

서울역에서 콜을 잡아 대전시 탄방역까지 다녀왔습니다. 따지고 보니 택시운행 10년만에 가장 장거리 운행을 한 것이네요. 제가 장거리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피곤하고, 돈도 안되고, 특히 손님 내려 드리고 빈차로 돌아오게 될 때 기분이 별로여서죠. 그런데 어제 오후에는 장거리 콜에 또 손가락이 그냥 나가고 말았습니다. 막상 수락하고 나서 그 후회막급이라니. 콜을 받고 보니 자동결제도 아닌, 수동결제 콜이었습니다. 당장 취소하기는 꺼림칙해서 일단 손님에게로 이동했고, 도착하니 손님이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였죠.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젊은 동남아 외국인이었는데 인상이 좋아 보이더군요. 그래서 콜 취소를 누르지 않고 태웠습니다. 에라이, 한번 가보자. 제가 손님 관상 파악에는 진심입니다. 제 눈에 손님의 ..

직장에서 정년퇴직한 후에 택시기사로 변신하여 제2의 삶을 살기 시작한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10년이 되었습니다. 10년이라, 강산도 변한다는 그 세월을 잘 지내고 여기까지 왔네요. ㅎㅎㅎ 뭔가 기념이라도 하는게 좋을 것 같아 가족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1년만에 찾은 풍천장어집. 소금구이 4인분을 시켰는데 고기가 입안으로 술술 넘어 가네요. 저는 물론이고 와이프, 아들놈도 연신 맛있다면서 폭풍 흡입. 장어 소금구이 1인분에 36,000원. 막국수 1인분 8,000원. 음식 값은 제가 냈습니다. 무조건 내고 싶어서. 다들 맛있게 먹는 것을 본 아들놈은 자주 오자고 했지만 그건 낭비라고 했죠. 비싼 장어를 자주 먹으면 그건 반칙이지. 택시기사의 삶 10년의 소회? 남들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열..

요즘 택시는 플랫폼 회사에 콜 수수료를 주고 가맹 기사로 활동하든지, 아니면 그냥 단순히 콜을 받아 영업하는 기사이든지 스마트폰 콜을 받지 않는 택시영업은 상상하기 조차 어려운 시대가 되버렸습니다. 전체 택시손님의 약 80% 정도가 콜을 불러 타고 있고, 나머지 20%는 아직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서 타고 있다고 추정됩니다. 그런데 택시기사 중에 콜 영업을 전혀 하지 않고 길손님만 태우는 택시기사가 아직 있다고 하더군요. 물론 콜을 받지 않고 길손님만 태우는 방식은 수입을 생각하면 상당히 비효율적이겠죠. 세상이 그렇게 변했잖습니까. 얼마 전에 산악회에 참석하기 위해 새벽에 일찍 일어나 지하철을 탔는데 시간을 맞추지 못해 중간에 내려서 택시를 탔습니다. 보기에 60대 중반쯤으로 단정한 모습의 택시기사였는데..

지난 4월 10일 저녁 9시경. 인천공항 대기장에서 순번이 돌아와 도착장으로 가는 도중에 갑자기 타이어 경고등이 켜지고 차가 덜덜 거려서 급히 도로변에 주차를 하고 살펴 보니 조수석 앞바퀴 한쪽이 바람이 푹 빠져 있었습니다. 긴급출동을 불렀고, 기사가 와서 타이어를 제끼고 보니 못이 박혀 있지 않겠습니까. 일단 못을 빼고 긴급처치로 지렁이(펑크 실)를 박았습니다. 그리고 1달이 더 지난 어저께, 지렁이를 박은 앞타이어의 공기압이 조금씩 빠지는 것을 알았습니다. 다른 타이어는 42인데 지렁이 박은 타이어만 37. 일단 조심 조심 운행을 하고 저녁 퇴근시간에 충전소에서 4바퀴의 공기압을 균일하게 39로 맞췄습니다. 다음날 아침, 시동을 걸고 10여분 정도 운행을 한 후에 공기압을 점검했더니 지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