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10년 택시영업 중 최고 장거리 본문
서울역에서 콜을 잡아 대전시 탄방역까지 다녀왔습니다.
따지고 보니 택시운행 10년만에 가장 장거리 운행을 한 것이네요.
제가 장거리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피곤하고, 돈도 안되고, 특히 손님 내려 드리고 빈차로 돌아오게 될 때 기분이 별로여서죠.
그런데 어제 오후에는 장거리 콜에 또 손가락이 그냥 나가고 말았습니다. 막상 수락하고 나서 그 후회막급이라니.
콜을 받고 보니 자동결제도 아닌, 수동결제 콜이었습니다. 당장 취소하기는 꺼림칙해서 일단 손님에게로 이동했고, 도착하니 손님이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였죠.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젊은 동남아 외국인이었는데 인상이 좋아 보이더군요. 그래서 콜 취소를 누르지 않고 태웠습니다. 에라이, 한번 가보자.
제가 손님 관상 파악에는 진심입니다. 제 눈에 손님의 인상이 아니다 싶었으면 즉시 콜 취소를 했을겁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더욱이 먼거리를 가는 수동결제 손님은 택시요금을 먼저 생각해야만 하는게 당연합니다.
손님이 뒷좌석에 타지 않고 조수석에 타더군요. 파파고를 이용해 이것 저것 물었죠. 상황 파악입니다.
친구를 만나려고 대구에 가려는데 기차표가 매진되어 예매를 못했다. 목적지를 대구로 하면 택시를 못잡을까 봐 그냥 중간 지점인 대전을 찍었다. 혹시 대구까지 가줄 수 있겠나?
대구까지는 갈 수 없다. 내려서 다시 대구로 목적지를 정하고 콜을 부르면 금방 잡힐 것이다.
그랬더니 그냥 대전까지만 태워 달라고 했습니다. 대전에서 다시 택시로 대구까지 가겠다고.
우리 말과 파파고를 이용해 베트남어로 대화를 하다 보니 제 짐작대로 나쁜 인간은 아닌 것 같다는 확신이 들어 대전을 향해 페달을 밟았죠.
그런데 아뿔싸, 내일부터 현충일 포함 3일 연휴라는 사실을 깜빡했다는거 아닙니까. 무지막지하게 밀렸습니다. 2시간 생각했던게 무려 3시간 반이 걸렸습니다.
깜깜한 밤에 대전 탄방역에 도착해서 택시요금으로 159,700원을 받았습니다. 카드 결제.
이제 서울로 돌아갈게 아득하더군요. 차라리 대구까지 갈걸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았지만 피곤한 몸으로 도저히 어려울 것 같아 미안하다며 다시 한번 말했습니다.
돌아 오는 택시 안에서 결심했습니다. 다시는 장거리 안가겠다고. 수도권 지역 밖으로 가는 손님은 절대 태우지 않겠다고.
흘린 땀에 비해 받는 댓가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박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서울로 올라 오는 중에 천안삼거리 휴게소에서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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