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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택시세상

택시기사 10년, 얻은 것과 잃은 것

희망연속 2025. 6. 9. 16:12

오늘은 택시기사 10년 동안 가장 기억나는 일이랄까, 요모저모에 대해 생각을 해봤습니다.
 
제일 먼저, 택시 10년으로 무엇을 얻었을까.
 
얻은게 아주 많죠. 10년 동안 택시로 번 돈 액수만도 얼마입니까. 직장 정년퇴직 후에 회사택시 3년, 개인택시 7년을 서울 한복판에서 치열하게 일하며 많지 않은 돈이나마 쏠쏠하게 벌었습니다.
 
택시수입이 다른 직종에 비해 박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제가 받고 있는 공무원 연금 이상을 벌고 있으니 난 더블 연금이다는 자부심도 한편으론 가지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얻은건 뭘까. 아마도 자신감 아닐까 합니다.
 
남들이 힘들다고 꺼려하는, 물론 수입이 적어서, 사회적 평가가 낮아서도 그러겠지만, 서울 택시기사 생활을 무탈하게 해내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남에게 뒤지지 않을 자신감, 긍지를 갖게 합니다.
 
그럼 잃은건 무얼까요?
 
얻은건 많은데 잃은 것? 아무리 대가리를 굴려 봐도 생각나는게 없네요. ㅎㅎㅎ, 진짜 없습니다. 누구는 10년 택시 후에 잃은건 건강이요, 얻은건 빈털털이라고 하소연 하지만 그건 over 아닐까요.
 
 

 
 
다음은 택시 10년 동안 가장 기뻤을 때와 슬펐을 때를 생각해 볼까요.
 
기뻤던 순간이 많이 있었죠. 저는 택시운행을 하는 동안 전혀 예기치 않은 곳에서 좋은 손님이 탔을 때, 굉장한 쾌감을 느끼고 에너지를 얻게 됩니다. 좀 이상한 체질인가요.
 
그 중에서도 가장 기뻤던 순간을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약 3년 전인 2022년 11월경, 화성시에 손님을 모신 후에 부모님이 잠들어 계시는 추모공원을 방문하고 막 나올 때, 인천공항 콜을 받아 갔던 순간입니다.
 
말로 하기엔 벅찰 정도로 기뻤습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택시영업의 소소한 기쁨

택시는 어려운 직업입니다. 힘들고 슬픈 일이 기쁜 일, 행복한 일보다 훨씬 많죠. 사실입니다. 그러니 택시기사가 부족하죠. 그렇지만 택시영업이 주는 기쁨도 상당합니다. 이른 새벽, 어둠이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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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영업을 하는 중에 이렇게 기쁜 순간이 종종 있죠. 자주 있게되면 그 재미가 훨씬 줄겠지만 잊을만 하면 생기니 에너지가 넘치지 않을 수 없죠. 
 
마지막으로 가장 슬펐던 순간.
 
사실 슬픈 순간도 종종 발생합니다. 기쁜 일이 있으면 반드시 슬픈 일도 덩달아 생기는게 인생이죠. 
 
이상한 택시손님이 시비를 걸거나, 택시요금을 먹튀하거나 이런 경우를 가끔 마주합니다. 하지만 뭐, 돌아서서 잊어 버리려 노력하니 크게 기억나는게 없군요. 
 
택시운행을 마치고 귀가하게 되면 그날 일은, 특히 언짢은 일은 훌훌 털어 버리고 머리에 남기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그래서일까, 잠도 잘자고, 스트레스도 덜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글을 쓰고 보니 긍정적인 내용만 있고 부정적인 내용은 없는 것 같은데, 맞습니다. 긍정적으로 살아야죠, 매사에 네거티브는 저리가라 하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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