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서울 택시세상 (470)
희망연속
강남 세브란스 병원에서 매봉역 가는 80은 족히 넘어 뵈는 어르신 택시손님을 태웠습니다. 그 병원은 택시 대기장이 있기는 하지만 공간이 비좁은 편이어서 택시손님을 내려주면 곧 나와야만 합니다. 매봉역은 기본거리죠. 그래도 고마운 손님에 속합니다. 금방 매봉역에 도착했는데 할아버지가 택시요금을 내려고 지갑을 찾느라 입고 있는 옷 여기저기를 뒤적거리더군요. 저 역시 방금 넣어 둔 지갑을 어디에 뒀는지 찾지 못할 때가 있죠. 사람은 누구나 건망증이 있습니다. 그런데 상당히 오랜동안 여기저기 뒤적거리며 찾는데도 지갑이 안나오는 모양새입니다. 할머니도 덩달아 안절부절입니다. "당신 지갑 봤어? 아까 당신이 지갑 챙겼잖아요." 보고있는 제가 안타까워서 말씀드렸죠. "어르신, 택시요금은 괜찮습니다. 그냥 내리세요..
토요일 저녁 7시쯤, 용산 한강대로를 달리는데 갑자기 도로 위에 시커먼 물체가 떨어져 있는 것이 눈에 띠었습니다. 핸들을 돌려 피하려는 순간 오른쪽 앞바퀴에 쿵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들들들들 거리며 차체가 흔들리더군요. 순간적으로 피한다고 피했지만 장애물과 타이어가 부딪쳐서 찢어진 것을 직감했습니다. 뒤 따라 오는 차량이 있었기에 급정거 하는 것은 위험하죠. 역시 운전이란 이런 돌발사고에 잘 대비를 해야 합니다. 도로변에 택시를 정차시키고 앞바퀴를 살펴 보니 캄캄해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타이어 옆 표면이 찢어진 듯 보였습니다. 그나마 이만하기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죠. 하는 수 없이 개인택시공제보험 긴급출동을 불렀더니 약 20여분 후에 도착했습니다. 대충 살피더니 트렁크에 있는 예비 타이어를 꺼내서 찢어진..
서울 개인택시는 택시를 팔고 나갈 때 '이직 위로금'을 주는 제도가 있습니다. 근무연수에 따라 일종의 가산점을 줘서 오래 근무할수록 받는 금액이 많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고령화 여파로 개인택시를 팔고 나가는 기사가 급증하고 있는데 반해 재원은 기사들로 부터 걷어서 주도록 되어 있는 탓에 제도 운영에 비상등이 들어오고 있다는 말이 수년 전부터 돌기 시작했습니다. 소문에 의하면 현재도 지급하지 못한 이직 위로금이 200억 원 이상에 달한다고 하더군요. 지금 택시를 팔고 떠나는 사람들은 2년 반 정도 후에 받을 수 있고, 중도에 탈퇴한 사람은 5년 후부터 순차적으로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말이 그렇다는 것이고 사실은 언제 받게 될지 기약이 없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제가 7년 전 개인택시에 처음..
개인택시는 1년에 한번씩 환경관리 실태에 대한 일제점검을 받습니다. 일제점검은 각 지부별로 실시하는데 지부에서 지정한 장소로 택시를 몰고 가서 점검을 받게 됩니다. 점검내용을 보면, 차량청결 상태, 개인택시 지정 부착물(스티커) 부착여부, 방범등 부착실태, 카드결제기 작동실태, 운전자격증 부착실태, 영수증 발급기 정상 작동 여부 등입니다. 일제점검을 받으러 가면 조합에서 준비한 선물도 받게 됩니다. 전에는 소금, 김장용 채칼 같은 것도 받았던 기억이 나는데 금년에는 아래 사진과 같이 부침가루, 튀김가루, 밀가루 등 3포, 달력을 받았습니다. 돈으로 치면 얼마 안나가는 것이라 해도 주는 선물이니 기쁘고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달력을 보더라도 지나치게 천편일률적 아닙니까. 저게 언제적 디자인입니까. 이제..
교통수송 분담률 말하자면 서울시민들이 버스, 지하철, 승용차, 택시 등의 교통수단을 얼마나 이용하고 있을까 하는 통계입니다. 서울시 홈페이지에 연도별로 올라 있는 수치를 그래프로 만들었습니다. 역시 지하철이 압도적으로 1등이군요. 2022년에 44.7%이니 시민 중 거의 절반 가까이가 지하철을 이용한다는 통계입니다. 또 지하철 이용시민이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게 눈에 띱니다. 그럼 버스는 어떨까.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버스 중앙차로를 잔뜩 설치하고 준공영제를 실시하며 엄청난 예산을 들이고 있지만 급격하게 하락세에 있습니다. 승용차 이용 비율 역시 증가하고 있습니다. 경제가 어렵다고 해도 갈수록 승용차 이용율은 증가 중에 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승용차 이용에 규제가 없는 국가도 찾기 힘들죠. 일본..
택시기사들의 최고의 친구는 라디오일겁니다. 많은 시간을 1평 짜리 작은 공간 안에서 지내야 하는 탓에 라디오와는 어쩔 수 없이 친해질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많은 택시기사들은 그냥 무심코, 관행적으로 공중파 방송의 일반 라디오를 켜놓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는 KBS 클래식 FM을 듣습니다.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 등은 약간 머리가 아프고, 자동차 소음 때문에 집중해서 듣기가 어렵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반면에 음악방송 특히 클래식을 들으면 웬지 마음이 편안하고 차분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아침에 택시 시동을 켜자마자 KBS 클래식 FM(93.1 Mhz)을 무조건 틀어 놓습니다. 클래식에 조예가 있냐구요? ㅎㅎㅎ 몇 년째 클래식 방송을 택시에서 듣고 있지만 한마디로 꽝입니다. 클래식 문외한..
저녁 8시 경, 교대역 부근에서 대치동 가는 손님이 탔습니다. 대치동이면 별로 땡기지 않는 곳이지만 집 방향으로 가는 코스이기는 합니다. 대치동에서 집 방향 손님을 다시 태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기대 속에 도곡동 롯데백화점 부근에 도착했죠. 그런데 이게 도대체, 마땅히 택시를 댈 수가 없을 정도로 도로변에 자가용이 꼼짝 않고 늘어서 있었습니다. 아차 싶었죠. 저녁 8시가 넘었으니 대치동 학원가 수업이 끝날 시간이 다 되는 타임 아니겠습니까. 학원가는 보통 9시에서 10시가 문 닫는 시간이고, 지금은 10시 이후엔 수업이 금지되어 있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간신히 손님을 내려주고, 빠져 나와 집 방향으로 운전대를 돌렸습니다. 그런데 집 근처 가는 콜이 울렸죠. 1분 거리. 잡을까 말까 하다가 에라 ..
어제 일요일 오전, 가회동 가는 손님이 탔는데 이른 시간이니 종로 일대 교통이 괜찮겠지 했습니다. 하지만 이게 웬걸. 오전 10시경인데 벌써 경찰이 쫘악~. 재빨리 택시 머리통을 돌리는데 잠실 롯데타워 콜이 뜨더군요. 60대 부부로 보이는 손님을 태우고 종로 3가, 남산 1호터널, 한남동을 거쳐 올림픽대로를 향했습니다. 다른 일요일 같았으면 20분이면 갈 수 있는데 1시간이 넘게 걸렸다는거 아닙니까. 전국의 관광버스란 관광버스는 다 모여 있는 듯 했고, 경찰버스도 그에 못지 않았습니다. 무슨 일 난거 아닌가 했습니다. 손님도 답답했던지 이것 저것 묻더군요. 부산에서 개인택시를 하고 있는데 더위를 피해서 2박 3일 여름 휴가를 이제야 왔다고. 부산도 교통이 많이 막히는 도시이지만 서울에 비하면 새 발의 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