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서울 택시세상 (466)
희망연속
오늘은 참 재미있는 택시손님을 한분 모셨습니다. 제가 그동안 모셨던 택시손님 중에는 100세 가까운 손님도 계셨고, 90세가 넘은 손님도 몇분 기억 납니다. 언뜻 보기에 8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할머니 한분이 택시에 오르더니 그동안 태웠던 택시손님 중에 가장 나이가 많았던 손님이 몇 세였냐고 물으시기에 97세 손님을 모셨던 적이 있다고 했더니 그럼 나는 명함도 못 내밀겠네 하며 웃으십니다. 내가 올해 60대 초반이라면 기사양반은 믿겠어요? 그래도 60대 초반은 아니고 80대는 되어 보이기에 머뭇거리고 있었더니 다시 한번 크게 웃으십니다. 그 할머니의 연세가 올해 만으로 90세라고 하십니다. 그렇지만 요즘 나이는 별 의미가 없고 장수학에서 이야기 하기를 나이에 0.7을 곱한 것이 현대인의 진짜 건강 나이라..
1달에 1번씩 택시 산악회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회원들끼리 이런 얘기 저런 얘기 정보교환도 하면서 고충이나 애환도 털어 놓곤 하죠. 어떤 회원이 장거리 손님을 태우고 택시요금을 덜 받았다는 스토리를 들려 줍니다. 지난 설날(2월 10일) 오전에 서울역에서 대기 중에 경북 안동가는 손님을 태웠는데 35만원에 가기로 하고 15만원을 선금으로 받았다고 합니다. 4시간 걸려 안동 터미널에 도착했는데 나머지 금액을 결제하라며 카드를 줘서 결제기에 결제를 시도하고 있는 사이 택시손님이 문을 열고 줄행랑을 놓았다는군요. 당연히 결제불능 카드였죠. 미터기 요금은 238,000원이 나왔고, 명절기간이라 통행료는 무료이니 사실상 88,000원을 덜 받은 셈이지요. 경찰에 신고를 했어야 하지만 미터기 요금이 아닌 흥정요금으..
비교적 오래된 구축 아파트들은 주차장이 부족해서 차 대기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지하주차장이 없는 곳도 있고, 지상 주차장은 그야말로 차산차해(車山車海)죠. 이런 아파트에서, 그것도 되돌아 나오기도 어려운 주차장 끝까지 가달라고 한다거나 콜을 부르는 손님도 제법 있습니다. 엊그제 토요일 아침이었죠. 잠실 장미아파트에서 콜이 울려 들어 갔습니다. 아파트 몇 동이라고 구체적으로 동을 찍어서 콜을 부르면 한번 의심을 해봐야 하는데 요즘 택시영업이 빙하기여서 가리고 자시고 할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장미아파트 00동. 토요일 아침이라 승용차들이 대부분 주차되어 있는 상황. 손님 있는 곳까지 가고 있는데 저 앞에서 웬 목발을 짚은 청년이 걸어 오더군요. 두팔로 목발을 짚고, 한쪽 다리는 무릎 아래가 붕대로 감..
토요일 저녁쯤 동교동로터리에서 연희 IC방향 동진시장 쪽에서 콜이 울려 손님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어라, 수협은행 맞은 편 골목입니다. 그 쪽은 많이 비좁은 골목인데? 순간적으로 콜을 취소할까 하다가 그래도 콜을 수락했으니 그럴 수는 없지 생각하면서 일단 수협은행 맞은편 약국 다음 골목으로 들어 갔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택시가 들어갈 길도,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차 한대 겨우 다닐만한 골목에 마침 토요일을 맞아 주변 음식점, 까페, 술집 등을 찾아 온 젊은 청춘들로 차 한대 통과하기에도 벅찼습니다. 나갈 수도, 차를 돌릴 수도 없고, 차가 지나가는 곳은 젊은이들이 그나마 도로 양쪽 벽과 상가 쪽으로 간신히 몸을 붙여줘서 나아갈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이런 곳으로 택시를 호출하다니. 육두문자가 안나..
요즘 택시영업이 예년에 비해 잘 안되고 있는 편이어서 택시기사들이 카카오T 블루 가맹택시에 가입하기 위해 줄을 섰다고 합니다. 정부에서 카카오택시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조사를 하고 심지어 검찰 수사까지 진행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카카오 택시기사가 되기 위해 줄을 서는 현실이 참 아이러니하네요. 저는 아직 카카오 가맹에 가입하지 않고 멤버쉽만 이용하고 있습니다. 한달에 39,000원을 내는데 가맹택시는 자동배차를 받아 영업이 유리하지만 멤버쉽은 자동배차는 없고 목적지 부스터라고 해서 기사가 선호하는 지역을 설정해 놓으면 배차를 우선으로 해주는 방식입니다. 아침에는 영등포구 여의동, 낮에는 강남구, 오후에는 인천공항, 저녁엔 집방향인 송파구를 지정하는데 카카오 택시 앱에서 구 단위로는 지정이 되질 않고 동 ..
금년 겨울엔 예년에 비해 눈비가 아주 많이 왔습니다. 얼마전 싸락눈이 제법 내리던 날 인천공항 1터미널엘 가게 되어 택시대기장에 들렀습니다. 날씨가 궂으면 택시손님이 많아 빠른 시간 내에 나올 수 있으리란 기대감이 있었죠. 대기장 부스를 지나면서 근거리 대기 택시 줄을 봤더니 텅 비어 있었습니다. 원래 인천 택시들이 몇대씩 줄을 서 대기하는데 오늘처럼 날씨가 안 좋을 땐 택시가 부족합니다. 기사들이 몸을 사리는거죠. 관리 부스에서 서울, 경기 택시도 가능하니 근거리 영업 나와달라고 계속 방송을 해대고 있더군요. 노느니 염불이요, 가만히 있느니 발가락이라도 꼼지락 거리는게 대수다 하는 생각에 화장실에 다녀와 재빠르게 대기줄에 섰다가 도착장으로 나갔습니다. 국제업무단지 오피스텔 가는 손님이 탔습니다. 5,4..
서울에서 택시핸들을 잡은 지도 9년이 다돼 갑니다. 흠, 택시밥 오래 먹은 축에 끼는 건가요, ㅎㅎㅎ. 좋은건지 나쁜건지. 하지만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택시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가끔씩 들곤 합니다. 남의 떡이 커보이는 건 인지상정. 직장생활 하면서 나중에 퇴직하면 반드시 개인택시를 몰겠다고 하긴 했는데 직장이 있는 서울이냐, 오랜동안 살고 있는 수원이냐 많이 고민했던게 사실입니다. 결국 그래도 특별시에서 하는게 뭔가 특별한 데가 하나라도 있겠지 하는 생각에 서울 택시기사가 되었지만 지금 다시 시작한다면 글쎄요, 장단점이 있고 자기가 처한 환경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서울이 아닌 수원 쪽으로 더 기울 것 같습니다. 먼저 서울택시의 장점을 들어볼까요. 1. 상주인구가 1,000만에 수도권 유동인구 또한 엄..
어제가 설날이었습니다. 아침에 차례를 지낸 후 가족과 함께 떡국을 먹고 낮 12시경에 필드로 나갔습니다. 설 명절이니 분명 택시가 부족할 것 같았고, 집에서 오래 쉬어봐야 뭐하냐 하는 생각이 들어서죠. 택시가 확실히 적어 보였습니다. 기사들도 명절이면 많이들 쉬는 편이죠. 콜도 많이 울리고 길손도 많았습니다. 오랜만에 손님을 많이 태우다 보니 일할 기분이 나더군요. 콜보다는 길손을 위주로 영업을 했습니다. 하지만 강변북로와 올림픽 대로는 하염없이 막혔고, 종로, 중구 역시 무지막지하게 길이 밀렸습니다. 거의 주차장 수준. 명절이면 간선도로와 시내가 많이 막히리란건 예상했지만 해가 갈수록 도로정체가 심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튼 명절 당일에는 손님이 많으니 시외가는 손님은 가급적 피하고 시내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