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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택시세상

목발짚은 택시손님에게서 감동받은 사연

희망연속 2024. 3. 11. 11:01

비교적 오래된 구축 아파트들은 주차장이 부족해서 차 대기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지하주차장이 없는 곳도 있고, 지상 주차장은 그야말로 차산차해(車山車海)죠. 
 
이런 아파트에서, 그것도 되돌아 나오기도 어려운 주차장 끝까지 가달라고 한다거나 콜을 부르는 손님도 제법 있습니다. 
 
엊그제 토요일 아침이었죠. 잠실 장미아파트에서 콜이 울려 들어 갔습니다. 아파트 몇 동이라고 구체적으로 동을 찍어서 콜을 부르면 한번 의심을 해봐야 하는데 요즘 택시영업이 빙하기여서 가리고 자시고 할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장미아파트 00동. 토요일 아침이라 승용차들이 대부분 주차되어 있는 상황. 손님 있는 곳까지 가고 있는데 저 앞에서 웬 목발을 짚은 청년이 걸어 오더군요.
 
두팔로 목발을 짚고, 한쪽 다리는 무릎 아래가 붕대로 감겨 있었고, 첫눈에 봐도 힘들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목발을 멈추더니 한손을 흔듭니다. 어, 이상하다. 콜 부른 곳까지는 한참 남았으니 콜부른 손님이 아닐텐데.
 
그래도 손을 흔드니 일단 멈췄습니다. "제가 택시 불렀어요."
 
왜, 몸이 불편한데 걸어 나오느냐. 지금 가고 있는데 하고 말했더니 저기 안으로 들어가시면 돌아 나오기 힘드세요 하면서 목발 두개를 조심스레 차에 싣고 타는게 아닌가.
 
내가 좀 도와 드릴까요 했더니 괜찮다고 극구 사양하더군요. 그러면서 죄송하다는 말을 몇번 되풀이 했습니다. 제가 괜스레 미안해졌습니다. 
 
장미아파트 지상 주차장이 토요일이라 차들로 꽉 차있어서 택시가 집앞까지 오면 돌려 나가기 어려울까봐 그 청년손님이 몸이 불편한데도 택시 쪽으로 걸어 나오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30살 쯤으로 보이는 그 청년은 친구들과 축구를 하다 발이 부러졌다고 하면서 강남에 있는 병원가는 길에 택시를 부른 것이었습니다.
 
평소에는 경기도 안양에 있는 회사까지 어머니가 픽업을 해주고 있답니다. 그렇게 다쳤는데 회사를 좀 쉬지 그러냐고 물었더니 수술하고 약 1주일간 회사를 쉬었고 다시 출근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강남 언주로에 있는 병원에 도착해서도 병원입구가 골목길 쪽에 있어서 앞에까지 가겠다고 했더니 굳이 관두라고 하면서 그냥 저 정도는 충분히 걸어 갈 수있다고 말을 하더군요.
 
재빨리 택시를 길 옆에 대고 차에서 내려 목발을 들어주겠다고 했는데도 또 자기가 다 하겠다고 하면서 사양합니다.
 
그래도 도와주는 척이라도 하기는 했지만 제가 더 미안하고 어정쩡한 포지션이 되버린 기분이 들더군요.
 
그 청년의 배려심, 자립심, 의지력 이런게 참 예사롭지 않아 보였습니다. 요즘 청년들과는 많이 달라 보이더군요.
 
청년의 빠른 회복을 기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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