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택시의 장점과 단점

 
 

서울에서 택시핸들을 잡은 지도 9년이 다돼 갑니다. 
 
흠, 택시밥 오래 먹은 축에 끼는 건가요, ㅎㅎㅎ. 좋은건지 나쁜건지.
 
하지만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택시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가끔씩 들곤 합니다. 남의 떡이 커보이는 건 인지상정.
 
직장생활 하면서 나중에 퇴직하면 반드시 개인택시를 몰겠다고 하긴 했는데 직장이 있는 서울이냐, 오랜동안 살고 있는 수원이냐 많이 고민했던게 사실입니다.
 
결국 그래도 특별시에서 하는게 뭔가 특별한 데가 하나라도 있겠지 하는 생각에 서울 택시기사가 되었지만 지금 다시 시작한다면 글쎄요, 장단점이 있고 자기가 처한 환경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서울이 아닌 수원 쪽으로 더 기울 것 같습니다.
 
먼저 서울택시의 장점을 들어볼까요.
 
1. 상주인구가 1,000만에 수도권 유동인구 또한 엄청나서 손님이 많은 편입니다. 당연합니다. 지방과는 비교가 안되겠죠.
 
2. 특별시로서 도시 인프라가 최고입니다. 도로, 교량, 건물, 공원, 호텔, 대학, 병원, 공연장, 운동경기장, 직장 등. 그래서 서울택시로서의 나름 자부심이 있습니다. 
 
3. 관광객이 많고, 그들이 택시를 많이 이용합니다. 한 해의 관광객 숫자가 1천만에 달하는데 그 중 80%가 서울 관광을 목적으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4. 도시면적이 넓어서 시내에서도 장거리 손님과 높은 요금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포공항이 있는 강서구에서 강동구를 가면 주간에도 3만원이 넘죠.
 
5. 개인택시 진입장벽이 낮아서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개인택시를 사서 운행할 수 있습니다. 현재 면허가격이 9,600만 원 수준으로 대구광역시를 제외한 다른 도시에 비해 낮은 편입니다.
 
 
반면에 서울택시의 단점을 들어 보겠습니다.
 
1. 택시수요(손님  수)에 비해 택시공급(택시 대수)이 과다하여 경쟁이 치열합니다. 한마디로 정글이죠. 서울 택시 대수가 일본의 거의 2.5배에 달합니다. 호황일 땐 문제가 없었으나 경기가 안좋고 교통이 정체되니 택시수입이 감소하여 아우성이죠.
 
2. 상습적인 교통정체, 각종 시위, 행사 등으로 택시영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까딱 잘못했다간 도로 위에서 소중한 시간 날려 보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3. 지하철, 버스 중앙차로, 심야버스, GTX 등 대중교통의 확대도 택시영업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4. 진상 손님이 많아서 영업에 방해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서울에는 유흥가도 많고 술취한 손님도 많지요. 그래서 야간영업을 꺼리는 기사도 많구요. 
 
5. 서울은 길도 복잡하고 손님들 또한 요구사항이 많아 손님과의 트러블이 많이 발생하는 편입니다.

6. 택시가 많고 교통정체가 심해 개인택시 면허가격이 상승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7. 도로는 좁은데 차와 사람은 많으니 안전사고는 물론 택시기사의 안위를 위협하는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고, 불법주차, 과속 등 각종 교통위반에 단속되기 쉬워 그야말로 사면팔방이 지뢰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직장 퇴직할 즈음에 마침 서울로 거주지를 옮기게 되어 서울 택시회사에 들어가게 됐고, 개인택시도 서울에서 해오고 있습니다.

서울택시의 장단점을 그냥 생각나는대로 적어보기는 했으나 중요한 것은 자기가 처한 환경(거주지, 자금 등), 성격 등을 고려하여 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서울에 살면서 굳이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의 택시를 운행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지 신중히 생각해야겠지요.
 
참고로 서울택시기사 중에 서울이 아닌 지역에 거주하는 기사들의 비율이 31% 정도 된다고 합니다. 10명 중에 3명 이상의 비율이죠. 이 숫자는 해가 갈수록 늘어날겁니다.
 
서울의 교통난이 갈수록 심화되고 그에 따라 운행속도가 저하되고 있지만 택시요금은 별로 개선이 되지 않고 있어서 영업수익이 되처지고 있다고 봐야겠죠. 
 
그에 따라 택시기사 부족현상이 사회문제로 번지고 있습니다. 택시기사의 고령화 현상 또한 인력난의 단면 아니겠습니까. 택시기사 수입이 괜찮으면 하지 마라고 해도 줄을 설 것입니다. 
 
서울택시가 지방에 비해 면허가격도 낮고, 기사 또한 부족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