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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연속
어젯 밤엔 참 멋있는 여자 손님을 태웠습니다. 멋있다고 하니 뛰어난 미인이라는 말이 아니구요. 용산 전자상가에서 차에 오르자마자 3,000원을 먼저 주시더군요. 요금을 지불하기 전에 먼저 팁을 주는 손님이 간혹 있습니다. 아주 드물기는 하지만. 80대 중반쯤으로 보이고, 여러 이야기를 재밌게 하시더라구요. 미국 영주권을 지니고 있고, 그래서 8개월은 한국, 4개월은 미국에서 지내고 있으며, 딸 2명은 전부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답니다. 젊어서 옷가게를 운영해 돈을 제법 벌었다고 하면서. 바깥 분과 같이 지내고 계시냐고 여쭤 봤더니 남편은 미국에 있는데 떨어져 사니 좋다면서 사람은 고독력을 길러야 노후에 편해질 수 있다고 말하면서 크게 웃습니다. 고독력(孤獨力). 택시손님에게서 이 말을 듣는 순간 제 머릿 ..
영화 서울의 봄을 보고나서 저는 한 사람을 생각했습니다. 바로 김영삼 전 대통령입니다. 대한민국 14대 대통령인 김영삼은 많은 국민들에게 IMF 사태를 초래한 대통령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많은 업적을 남긴 훌륭한 대통령이었습니다. 금융실명제 실시, 공직자 재산공개, 역사 바로세우기 등 그가 남긴 업적이 많이 있으나 그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것이 바로 하나회 척결과 군부독재 종식입니다.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군부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사조직 하나회 군인들을 일거에 쫓아 낸 것입니다. 어떤 기관이나 조직의 명령 체계가 공식 라인을 통하지 않고 비선, 사적 라인이 우선이 되면 그 조직은 정상적인 게 아니죠. 그런데 조그만 조직도 아닌 한 국가에서 그렇게 된다면 어떡하겠습니까. 하지만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정치..
지하철 4호선과 6호선이 교차하는 용산구 삼각지역에 개인적인 일이 있어 갔습니다. 오늘따라 기온이 영하 15도, 금년들어 가장 추운 날씨. 추워서 바깥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지하 역사 내에서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역사 한켠에 가수 배호의 쉼터가 만들어져 있더군요. '가수 배호' 추억의 이름이죠. 안개낀 장충단 공원, 돌아가는 삼각지, 누가 울어, 안녕, 마지막 잎새 등.......... 굵고 낮은 허스키한 목소리의 배호는 주옥같은 트로트곡으로 많은 이의 사랑을 받았지만 29살의 나이에 아깝게도 신장염으로 타계했습니다. 배호를 사랑하는 팬들이 성금을 내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저는 여태까지 삼각지 로터리가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평면교차로인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배호 사진 뒤의 그림을 유심히 보고 있노라니 입체 ..
일본정부가 택시, 버스, 화물 등 영업용 차량을 운행할 기사들이 부족해서 외국인노동자에게 문호를 대폭 개방한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일본 택시기사의 경우 최근 10년 동안에 무려 10만 여명이 감소하여 현재 20만 명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네요. 우리나라 택시기사가 23만 명 정도이니 우리보다 더 적은 셈. 인구가 우리의 2.2배, 면적은 1.7배에 달하는데 택시는 우리와 비슷한 약 24만대에 불과합니다. 말하자면 우리나라 택시가 엄청 많은 것이지요. 택시요금은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일본의 택시요금이 훨씬 비쌉니다. 거의 3배 가까이 되죠. 요즘 엔저 현상으로 우리나라 물가가 일본보다 더 비싸게 느껴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엄청난 차이입니다. 일본이 이렇게까지?…'인구감소 충격'이 부른 파격 변화 [정..
얼마 전 택시에서 그동안 말로만 들었던 일을 실제 경험하였습니다. 30대 젊은 여성이 택시에 오르자마자 어디서 걸려온 전화를 받더군요. "이따가 영희(가명) 병원 데리고 가야 한다. 엄마는 오빠한테 태워달라고 해라. 안된다니까. 영희가 어제 밤 아파서 밥도 안먹고 그래서 병원에 가야 한다니까. 알았어, 알았어, 이따 영희부터 병원 가보고 내가 갈게." 택시손님인 그 여성과 전화로 통화한 사람은 아마 어머니인 것 같았습니다. 어머니가 몸이 안좋으니 딸더러 픽업해서 병원에 데려 달라고 부탁했지만 딸이 영희가 아프다며 영희 먼저 병원에 가야 한다고 거절하는 대화였죠. 그래서 저는 영희가 딸인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래, 딸이 우선이지. 딸이 아프다는데. 그런데 말이죠, 그 여자손님이 오빠한테 전화를 하더라구요. ..
저는 윌벤저스의 열렬한 팬입니다. 그 중에서도 벤틀리. 2년 전, 벤틀리가 KBS 슈돌에서 하차했을 때 눈물까지 흘렸다는. ㅎㅎㅎㅎ 슈돌 끝나고 부터는 종종 유튜브를 통해 그들을 만나고는 했죠. 물론 윌벤저스가 다시 등장한 '걸어서 환장속으로' 같은 프로그램은 어김없이 챙겨봤습니다. 아마 방송사에서 윌벤저스의 인기를 적절히 활용하는 듯한 느낌. 그런데 말입니다. 얼마 전에 연희동에 있는 외국인학교에 택시 손님을 내려주고 있는데 바로 앞에 낯익은 모습이 보이는거 아니겠습니까. 바로 샘 해밍턴과 윌리엄이었죠. 순간적으로 거치대에 있는 핸드폰을 재빨리 뽑아 사진을 찍느라고 찍었는데 그 잠깐 사이에 해밍턴은 차 안으로 들어가 버리고 윌리엄 뒷 모습만 찰칵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학교 수업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
12월이 되니 연말 연시 심야 택시부족이 우려된다며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물론 대부분의 언론에서 이런 저런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냥 앵무새처럼 되뇌이고 있다는 인상이 들 뿐 현장에서 일하는 저와 같은 택시기사들에게는 와 닿지를 않습니다. 택시요금을 인상했는데도 택시기사가 오히려 줄었다면서 택시요금 인상으로 손님이 줄어든 탓이다는 해괴한 논리를 펴는 언론사도 있더군요. 코로나 발생 전에 서울 택시기사가 79,862명이었는데 2023년 2월 택시요금 인상이 된 이후 오히려 기사 숫자가 줄어들어 현재 69,417명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 기사를 보고 너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위 교통 전문가나 기자들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되나. 만약에 금년 초에 택시요금이 인상되지 않았다면 기사들이 ..
인천에서 고등학교 교장선생님으로 퇴직하신 분이 현재 개인택시 일을 하고 있다는 신문기사를 접했습니다. 훌륭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우선 들었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로 부터 많은 사랑과 존경을 받았고 그래서 퇴직 후에도 친절과 봉사 정신을 발휘하여 세상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자 개인택시를 하게 됐다고 합니다. 택시 일을 할 때에도 항상 나비 넥타이에 정장을 차려 입고 최대한 낮은 자세로 일을 하고 계신답니다. 사실 개인택시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은데 일이 어렵더라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유종의 미를 거두면 좋겠습니다. 또 학교 교장선생님은 물론이고 더 높은 직위에서 일을 했던 분들도 퇴직하고 개인택시를 비롯해 어려운 일을 하는 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돈 받으며 세상 구경, 얼마나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