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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연속
우리 주변에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들어와 있죠. 2022년말 기준으로 무려 224만 명에 달한다고 나와 있더군요. 우리나라 인구의 거의 5%나 됩니다. 통계에 빠져있는 불법 체류자까지 포함한다면 더 많겠죠. 휴일을 맞아 모처럼 가족들과 함께 근처 하남시에 있는 식당을 찾아 오리구이를 먹었습니다. 그런데 서빙하는 이들이 전부 젊은 외국인 남자 노동자들이더군요. 그동안 외국인 여자 노동자만 봐서 그런지 약간 이색적으로 보였습니다. 한편으론 젊은 외국인 남자 노동자들은 힘도 있고 그러니 제조업 분야에서 일하는게 더 낫지 않을까 속으로 생각하면서 며칠 전에 택시손님하고 나눈 대화가 생각 났습니다. 그 손님은 현재 택시기사가 부족하니까 외국인 노동자를 택시기사로 일하게 하면 될텐데 왜 그렇게 못하고 있느냐면서 제..
택시기사만큼 희로애락(희노애락이라고도 하죠, 두음법칙 때문에 그럴겁니다)을 온몸으로 체험하는 직업은 찾기 힘들겁니다. 희로애락(喜怒哀樂) 택시는 문자 그대로 기쁜 일, 화난 일, 슬픈 일, 즐거운 일 등이 수시로, 반복적으로 발생합니다. 그래서 택시일이 좋기도 하고 반면에 싫기도 합니다. ㅇ 희(喜) : 생각지 않게 장타가 터질 때, 손님 연결이 잘 될 때, 좋은 코스의 손님이 탈 때, 손님이 팁을 줄 때, 전혀 예상치 않은 곳에서 손님이 탈 때, 예의바른 손님이 탈 때 등등 ㅇ 노(怒) : 술취한 손님이 잠들어 일어나지 않을 때, 택시요금을 내지 않고 도망갈 때, 흡연 등 손님이 터무니 없는 요구를 할 때, 좁은 골목길, 지하 주차장을 가자고 할 때, 콜을 불러놓고 늦게 나오거나 할 때, 교통도덕을 잘..
아침시간에 강남에서 서대문구 가는 콜을 잡았더니 여자분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파트 단지로 들어오지 말고 집앞 지하철역 대로변에서 기다려달라. 그래서 도착 후 비상등을 켜고 한참을 기다렸더니 초등학생 5~6학년쯤으로 보이는 남자 아이가 택시에 탔습니다. 아마도 엄마가 콜을 불러 준 모양. 이런 일이 흔하죠. 내비게이션 대로 동부간선로, 강변북로, 신촌 쪽으로 가겠다고 아이에게 말을 하고 출발했습니다. 휴일 다음날인데도 도로가 의외로 잘 빠지더군요. 거의 막힘이 없었습니다. 강변북로 이촌동쯤 지나고 있었을까, 전화벨이 계속 울렸습니다. 무음으로 해놓기는 했지만 신경이 많이 쓰였죠. 차 운행 중에는 휴대폰 통화를 해서는 안되므로 받을 수도 없었고, 강변북로를 빠르게 달리고 있는 중이어서 전화를 받기는 더욱..
서울에서 택시기사로 살아온 세월이 벌써 만 8년, 햇수로 이제 9년차에 접어 들었습니다. 처음 택시에 입문하던 2015년 6월부터 1년마다 택시기사로서의 소회를 글로 옮기고 있습니다. 이제 10년이 머지 않았군요. 감개무량합니다. 그래서 치킨과 막걸리로 간단하게 자축 타임을 가졌습니다. 제게는 진수성찬이나 다름없죠. 저는 막걸리, 아들은 맥주, 와이프는 콜라. 막걸리나 맥주 1병이면 저는 별유천지 비인간(別有天地 非人間)이 됩니다. 이 것이 인계(人界)인가 선계(仙界)인가. ㅎㅎㅎ BBQ 크런치 버터 치킨, 참 맛있네요. 전에는 치킨 1마리면 상자 가득하던데 요즘엔 양이 줄어든 것 같지 않습니까. 값 올리면 욕먹으니까 양을 줄인 것 같기도 합니다. 합리적인 의심이랄까. 와이프는 제가 택시를 이렇게 오래할..
대법원에서 타다 무죄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무죄? 택시기사의 한사람으로서 도저히 승복이 안되기는 하지만 법리만 따지고 드는 판결이라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야겠죠. 그러나 100보를 후퇴해서 생각해도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타다가 무죄라니까 언론은 신났습니다. 정치권과 관료, 택시업계가 한통속이 되어 혁신을 가로 막았다. 우리나라는 혁신하기 힘들다 등등 항상 들어왔던 소리죠. 고장난 축음기, 앵무새처럼 그냥 계속 틀어댑니다. 타다가 무죄라면, 전국민이 카니발 렌트카 빌려서 손님 태우고 영업해도 되는거 아닌가요? 배회영업 안하고 콜로 부르니까 일반적인 영업행위가 아니고 플랫폼 계약에 의한 행위일 뿐이라고?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중앙일보는 아예 1면 전체를 타다 무죄 기사로 도배를 했던데 진짜 이런 언..
용산구 후암동에서 어르신 한분이 택시에 탔습니다. 80대 후반, 90대? 상당히 연세가 들어 보였는데, 그래도 걸음걸이나 행동은 괜찮아 보였구요. 그런데 뒷좌석에 앉자마자 1,000원 짜리 지폐 2장을 저에게 주시더군요. "기사양반, 여기 팁이요. 요금은 이따 내릴 때 카드로 결제해요." "아니, 안 주셔도 되는데요." 이런 경우는 처음이어서 어찌해야 좋을 지 생각이 안났지만 순간적으로 혹시 높은 골목길이나 지하 주차장 등 가기 어려운 곳에 가시느라 팁을 미리 주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얼핏 들더군요. 그러나 그것은 착각. 가까운 남대문 시장에 있는 약국에 가시는 길이었습니다. 택시요금이 인상된 후로는 가까운 거리 손님이 효율이 높은 편입니다. 그 어르신 택시손님은 시장이나 약국에 다닐 일이 많아 택시를..
손님이 카카오 택시를 앱으로 호출해서 탑승 후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면 택시기사에 대한 평가를 하게 되어 있습니다. 택시기사 친절도, 경로 우회여부, 차량내부 청결상태 등 5가지 항목에서 좋음, 나쁨을 선택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이 택시기사 다시 만나기'에 체크를 하면 단골기사로 선정이 됩니다. 물론 손님이 평가를 하지 않아도 상관 없습니다. 저는 카카오택시 가맹에 가입하지 않고 멤버십만 하고 있어서 가맹기사와 약간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큰틀에서는 대동소이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현재 카카오평점이 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5점 만점에 4.8점입니다. 전에는 5점 만점까지 간적도 있었고 최하 4.3점 까지 내려 간적도 있었습니다만 대개는 4.7에서 4.9를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는 수준입..
5월 5일은 어린이날입니다. 요즘엔 어린이가 상전이잖아요. 어린이와 함께 외식하러, 구경하러 외출을 많이 하죠. 그런데 비가 제법 내렸습니다. 간만에 내리는 비였지만 어린이들에겐 야속할 법도 합니다. 기다리고 기다린 날인데 말입니다. 오전에 남자 어린이가 탔는데 LG TWINS 야구복을 입었더군요. 그런데 계속 칭얼대더라구요. 야구게임 할 지 모르니까 다시한번 알아 봐라. 밖에는 비가 줄곧 내리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아빠 엄마는 얘 달래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ㅎㅎㅎ 고척돔을 제외하고 31년만에 어린이 날 야구경기가 전부 취소되었답니다. 우째야 쓰까. LG와 두산이 잠실에서 맞붙는 경기는 KBO에서 서울 연고 2팀을 어린이 날에 의도적으로 맞붙게 한 것 같은데, 완전 도로아미타불이 되버렸네요. 하지만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