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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연속
택시를 운행하다 보면 아는 사람이 택시손님으로 타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령, 매스컴을 통해 대중에 얼굴이 알려진 사람 또는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 등 연예인, 스포츠인 등 유명인을 여러명 손님으로 태웠다는 다른 기사들의 무용담(?)을 들으면 부러운 마음도 생기고는 하는데 저는 8년이 넘는 동안 그런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는거 아니겠습니까. 저의 경우 유명 인사가 손님으로 탄 경우를 기억해 본다면 가수 들국화 전인권, TV에 잘 나오던 대학교수 신00, 육군 4성장군 000, 프로야구 선수 000 등입니다. 가수 전인권씨는 택시에 타자마자 몇마디 하더니 가는 내내 전화만 해서. 개그맨 김형곤의 모친도 생각이 나는데, 조수석에 오르자마자 개그맨 김형곤을 아느냐고 물어서 당연히 안다. 우리 또래에 김형곤 모르면 ..
개인택시는 규정상 크게 4종류로 분류됩니다. 중형(일반택시), 모범택시, 대형택시, 고급택시 등 법적으로 구분된 종류가 그렇다는 것이고 자세히 따지고 들면 각양각색, 종류가 참 많습니다. 개인택시에 종사하고 있는 기사들조차 모르고 있는 택시가 있습니다. 가령 벤티, 타다는 알아도 고요한 M, 파파는 모르는 기사들이 많이 있습니다. 고요한 M, 파파는 플랫폼 택시라고 해서 사업구역이 지방자치단체 2곳 이상일 경우 서울시하고는 상관없이 국토교통부의 인가를 받아 영업하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아무튼 플랫폼 택시가 등장한 이후 택시 생태계는 많이 변했습니다. 변한 것은 좋은데 그게 긍정적이라야 하는데 말이죠, 그게 참. 언론에 등장하는 내용과 실제 현장의 모습은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그게 문제죠. 그런 플랫폼 ..
어제는 하루 종일 장맛비가 내렸습니다. 비가 오면 다른 운전자도 마찬가지겠지만 택시는 더 운행하기가 어려워 집니다. 그래서 일찍 일을 접고 귀가한 택시도 많고, 비가 오니 도로는 더 막히고 이래 저래 운전하기가 싫은 날이었습니다. 그래도 빗속에 택시를 기다리는 손님도 있을테고, 하루 일당은 하고 들어 가야지 하는 일말의 사명감과 책임감 땜시 나름 열심히 운전대를 돌렸습니다. 비가 쏟아지니 손님은 많았습니다. 아예 콜을 꺼버리고 길빵 손님만 태웠습니다. 나름대로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죠. 그러다가 제가 사는 강동구의 병원 가는 손님을 모셨습니다. 가면서 생각을 하니 병원 역시 택시가 부족해서 손님이 늘어 서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구요. 병원 입구에 들어서니 아닌게 아니라 택시는 보이지 않고 손님들이 서..
개인택시는 법률상 허가, 자격이 아닌 면허에 해당됩니다. 물론 사람들이 그냥 혼동해서 쓰고 있기는 하지만. 면허는 일종의 특수행위를 행할 수 있도록 국가에서 허가를 해 준 제도이고, 주로 국민의 생명, 안전과 관련있는 보건의료 분야에서 과점적 권리를 인정해 주고 있습니다. 운전면허, 개인택시 면허, 선박조종면허, 약사면허, 의사면허, 한의사 면허 등이 있죠. 그런데 개인택시 면허는 다른 면허와는 달리 면허권을 개인간에 서로 사고 팔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개인택시 면허권이 거래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후반이라고 하는데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말하자면 개인택시 면허권을 사고 팔 수 있는 나라는 미국 뉴욕의 엘로우 캡과 우리 한국의 개인택시가 거의 유이합니다. 대부분의 ..
우리 주변에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들어와 있죠. 2022년말 기준으로 무려 224만 명에 달한다고 나와 있더군요. 우리나라 인구의 거의 5%나 됩니다. 통계에 빠져있는 불법 체류자까지 포함한다면 더 많겠죠. 휴일을 맞아 모처럼 가족들과 함께 근처 하남시에 있는 식당을 찾아 오리구이를 먹었습니다. 그런데 서빙하는 이들이 전부 젊은 외국인 남자 노동자들이더군요. 그동안 외국인 여자 노동자만 봐서 그런지 약간 이색적으로 보였습니다. 한편으론 젊은 외국인 남자 노동자들은 힘도 있고 그러니 제조업 분야에서 일하는게 더 낫지 않을까 속으로 생각하면서 며칠 전에 택시손님하고 나눈 대화가 생각 났습니다. 그 손님은 현재 택시기사가 부족하니까 외국인 노동자를 택시기사로 일하게 하면 될텐데 왜 그렇게 못하고 있느냐면서 제..
택시기사만큼 희로애락(희노애락이라고도 하죠, 두음법칙 때문에 그럴겁니다)을 온몸으로 체험하는 직업은 찾기 힘들겁니다. 희로애락(喜怒哀樂) 택시는 문자 그대로 기쁜 일, 화난 일, 슬픈 일, 즐거운 일 등이 수시로, 반복적으로 발생합니다. 그래서 택시일이 좋기도 하고 반면에 싫기도 합니다. ㅇ 희(喜) : 생각지 않게 장타가 터질 때, 손님 연결이 잘 될 때, 좋은 코스의 손님이 탈 때, 손님이 팁을 줄 때, 전혀 예상치 않은 곳에서 손님이 탈 때, 예의바른 손님이 탈 때 등등 ㅇ 노(怒) : 술취한 손님이 잠들어 일어나지 않을 때, 택시요금을 내지 않고 도망갈 때, 흡연 등 손님이 터무니 없는 요구를 할 때, 좁은 골목길, 지하 주차장을 가자고 할 때, 콜을 불러놓고 늦게 나오거나 할 때, 교통도덕을 잘..
아침시간에 강남에서 서대문구 가는 콜을 잡았더니 여자분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파트 단지로 들어오지 말고 집앞 지하철역 대로변에서 기다려달라. 그래서 도착 후 비상등을 켜고 한참을 기다렸더니 초등학생 5~6학년쯤으로 보이는 남자 아이가 택시에 탔습니다. 아마도 엄마가 콜을 불러 준 모양. 이런 일이 흔하죠. 내비게이션 대로 동부간선로, 강변북로, 신촌 쪽으로 가겠다고 아이에게 말을 하고 출발했습니다. 휴일 다음날인데도 도로가 의외로 잘 빠지더군요. 거의 막힘이 없었습니다. 강변북로 이촌동쯤 지나고 있었을까, 전화벨이 계속 울렸습니다. 무음으로 해놓기는 했지만 신경이 많이 쓰였죠. 차 운행 중에는 휴대폰 통화를 해서는 안되므로 받을 수도 없었고, 강변북로를 빠르게 달리고 있는 중이어서 전화를 받기는 더욱..
서울에서 택시기사로 살아온 세월이 벌써 만 8년, 햇수로 이제 9년차에 접어 들었습니다. 처음 택시에 입문하던 2015년 6월부터 1년마다 택시기사로서의 소회를 글로 옮기고 있습니다. 이제 10년이 머지 않았군요. 감개무량합니다. 그래서 치킨과 막걸리로 간단하게 자축 타임을 가졌습니다. 제게는 진수성찬이나 다름없죠. 저는 막걸리, 아들은 맥주, 와이프는 콜라. 막걸리나 맥주 1병이면 저는 별유천지 비인간(別有天地 非人間)이 됩니다. 이 것이 인계(人界)인가 선계(仙界)인가. ㅎㅎㅎ BBQ 크런치 버터 치킨, 참 맛있네요. 전에는 치킨 1마리면 상자 가득하던데 요즘엔 양이 줄어든 것 같지 않습니까. 값 올리면 욕먹으니까 양을 줄인 것 같기도 합니다. 합리적인 의심이랄까. 와이프는 제가 택시를 이렇게 오래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