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는 택시기사를 할 수 있을까

 
 

우리 주변에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들어와 있죠. 2022년말 기준으로 무려 224만 명에 달한다고 나와 있더군요. 우리나라 인구의 거의 5%나 됩니다.
 
통계에 빠져있는 불법 체류자까지 포함한다면 더 많겠죠.
 
휴일을 맞아 모처럼 가족들과 함께 근처 하남시에 있는 식당을 찾아 오리구이를 먹었습니다. 그런데 서빙하는 이들이 전부 젊은 외국인 남자 노동자들이더군요.
 
그동안 외국인 여자 노동자만 봐서 그런지 약간 이색적으로 보였습니다.
 
한편으론 젊은 외국인 남자 노동자들은 힘도 있고 그러니 제조업 분야에서 일하는게 더 낫지 않을까 속으로 생각하면서 며칠 전에 택시손님하고 나눈 대화가 생각 났습니다.
 
그 손님은 현재 택시기사가 부족하니까 외국인 노동자를 택시기사로 일하게 하면 될텐데 왜 그렇게 못하고 있느냐면서 제 의견을 묻더군요.
 
외국인 노동자의 택시기사 취업이 현재 제도적으로 막혀 있는게 아니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그 손님은 절대 그럴 리 없다. 택시는 원래 똘똘 뭉치기를 잘해서 저번에 타다도 쫓아 내지 않았냐. 택시기사에 외국인 노동자를 채용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더라구요.
 
택시기사가 부족하니 외국인 노동자를 택시기사로 일을 하게 해야 한다는 그 손님의 말은 원칙적으로는 맞지만 현실을 잘 모르고 하는 말입니다.
 
현재 법과 제도상으로 외국인 노동자가 택시기사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외국인 노동자가 여객운송업 취업이 불가능하지 않은 것이죠. 서울 택시기사 중에는 외국인 노동자가 없지만 지방에는 있다고 합니다.
 
전국에서 택시기사로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는 87명이고, 버스기사로는 좀 더 많은 448명이 일을 하고 있어서 전체 버스기사의 0.5% 수준에 달합니다.
 
택시든 버스든 외국인 노동자가 운전기사로 일을 하기 위해서는 비자가 방문취업(H-2), 재외동포(F-4) 용이어야 가능한데 외국인 노동자 대부분이 비전문취업(E-9)용이어서 취업에 제한을 받고 있는 것이죠.
 
외국인 노동자 비자용도를 대폭 완화하기에는 외국인 노동자를 무분별하게 양산할 수 있을 가능성이 커서 당국에서 아직 완화를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운송업체에서 불법 외국인 노동자를 채용한다는 것은 제조업, 서비스업체 등 다른 업종과는 성격이 틀려서 불가능하구요.
 
그러나 가장 핵심적인 것은 택시기사의 수입이 낮아 외국인 노동자의 택시기사 취업 요구가 아직은 별로인 것이 현실입니다.
 
말하자면 현재 외국인 노동자들이 우리나라에서 일을 하고 보통 400~500만원은 벌 수 있는데 택시기사로 그 정도의 수입을 올리기가 어려운 형편이죠.
 
버스에 몇백명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은 버스기사가 수입이 그나마 택시보다는 낫기 때문일겁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현재 최저 시급이 9,620원으로 거의 1만 원 정도로서 외국인 노동자들은 하루에 12~14시간, 한달에 25일 이상을 일해 400~500만원을 벌고 있는데 택시기사로 그 정도 벌려면 도저히 불가능 하지 않을까요.
 
일본이나 대만 등에서는 외국인 노동자가 택시를 운전하는 것이 흔하다고 하죠. 그만큼 그들 국가의 택시는 수입이 그래도 괜찮은 편에 속하니까 그렇다고 봐야 합니다.
 
결국은 현재 우리나라의 운송업,그 중에서도 특히 택시는 돈벌이가 너무 안된다는 현실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