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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택시세상

삶이 윤택해진 택시기사 9년차

희망연속 2023. 6. 6. 19:02

서울에서 택시기사로 살아온 세월이 벌써 만 8년, 햇수로 이제 9년차에 접어 들었습니다.

 

처음 택시에 입문하던 2015년 6월부터 1년마다 택시기사로서의 소회를 글로 옮기고 있습니다. 이제 10년이 머지 않았군요. 감개무량합니다. 

 

그래서 치킨과 막걸리로 간단하게 자축 타임을 가졌습니다. 제게는 진수성찬이나 다름없죠. 저는 막걸리, 아들은 맥주, 와이프는 콜라. 

 

막걸리나 맥주 1병이면 저는 별유천지 비인간(別有天地 非人間)이 됩니다. 이 것이 인계(人界)인가 선계(仙界)인가. ㅎㅎㅎ

 

BBQ 크런치 버터 치킨, 참 맛있네요. 전에는 치킨 1마리면 상자 가득하던데 요즘엔 양이 줄어든 것 같지 않습니까. 값 올리면 욕먹으니까 양을 줄인 것 같기도 합니다. 합리적인 의심이랄까.

 

 

 

 

와이프는 제가 택시를 이렇게 오래할 줄 몰랐다고 하네요. 세상에나 같이 산 세월이 30년이 훨씬 넘었는데도 남편을 제대로 모르다니.

 

얼마 전에 직장 후배로부터 전해 들은 말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택시를 왜 그렇게 열심히 몰고 있는지 모르겠다. 집에 쌀이 떨어졌나, 그냥 쉬엄쉬엄 하라고 해."

 

 "하긴 니가 나를 모르는데 내가 너를 어찌 알겠느냐." 이 말 외에 할 말이 있을까요.

 

택시는 힘든 직업입니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금전적으로, 많이 어렵습니다. 앞으로의 전망도 별로이구요.

 

그러나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면 달라 보입니다. 사람마다 보는 눈이 다르잖습니까.

 

아무 때나 일 나가도 뭐라고 하는 사람 없고, 나가면 손님이 있고 밟으면 돈이 생깁니다. 정년도 없고 누구 눈치 볼 일도 없죠.  

 

33년 공무원 생활을 마무리 하자마자 택시기사가 된 것은 굿 초이스(Good Choice)였습니다. 택시기사 8년이 활기차고 보람되고 재밌다고 생각되기 때문이죠. 

 

저는 지금도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퇴직? 인생 2막? 노후 대책? 그딴거 걱정하지 마라. 택시가 있는데 뭘 신경쓰나. 

 

용기가 없음을 한탄하는게 맞습니다. 먼지 만큼도 안되는 자존심은 하루라도 빨리 땅속에 묻어 버리는게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남이 밥먹여 주는게 아니잖아요. 

 

적게 벌어서 적게 쓰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탓하고 싶지 않지만 조금 더 일하고, 조금 더 벌어서, 조금 더 잘쓰고 사는게 더 나은 인생이라는 믿음엔 변함이 없습니다.

 

저는 택시를 하면서 더 건강하고 보람있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더 행복합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열심히, 꾸준히, 끝까지 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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