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택시에 타자마자 팁을 주신 어르신 택시손님 본문
용산구 후암동에서 어르신 한분이 택시에 탔습니다.
80대 후반, 90대? 상당히 연세가 들어 보였는데, 그래도 걸음걸이나 행동은 괜찮아 보였구요.
그런데 뒷좌석에 앉자마자 1,000원 짜리 지폐 2장을 저에게 주시더군요. "기사양반, 여기 팁이요. 요금은 이따 내릴 때 카드로 결제해요."
"아니, 안 주셔도 되는데요." 이런 경우는 처음이어서 어찌해야 좋을 지 생각이 안났지만 순간적으로 혹시 높은 골목길이나 지하 주차장 등 가기 어려운 곳에 가시느라 팁을 미리 주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얼핏 들더군요.
그러나 그것은 착각. 가까운 남대문 시장에 있는 약국에 가시는 길이었습니다. 택시요금이 인상된 후로는 가까운 거리 손님이 효율이 높은 편입니다.
그 어르신 택시손님은 시장이나 약국에 다닐 일이 많아 택시를 이용하는데 택시가 잘 서지 않고, 또 타더라도 가까운 거리를 간다고 하니 기사에게도 미안하게 느껴져서 아예 팁으로 2,000원을 미리 주고 있다고 합니다.
팁을 미리 주는건 고마운 일이긴 한데 택시가 잘 서지 않는데 대해서는 택시기사의 한사람으로서 약간 송구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택시운행을 하면서 많이 가슴아프고 또 죄송한 일이기도 한데 어르신 손님을 태우고 내리는데 시간이 좀 많이 걸린다고 해서 어르신 손님을 태우지 않는 일부 택시기사들의 행동은 비난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됩니다.
택시를 배회영업으로 태우지 않고 스마트폰을 이용한 호출이 대세가 된 이후 어르신들이 택시타기가 훨씬 어려워진 것이 사실입니다.
택시기사들도 고령층이 많고, 따지고 보면 우리의 아버지, 형님뻘이고 우리 역시 조금만 더 지나면 다들 어르신 취급을 받을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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