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베트남 여성 택시손님과 파파고(Papago) 본문
그저께였죠. 26일 토요일 오전 7시경, 콜을 받아 강남경찰서 앞으로 갔더니 경찰관 2명이 갓난 아기를 안고 있는 젊은 여성을 태우며 제게 말했습니다.
"베트남 여자인데 강남 고속터미널까지 데려다 주세요. 강원도 동해시로 갈건데, 신용카드가 있으니 요금 걱정은 하지 마시고요."
경찰관들이 행려자나 노약자들을 어디까지 태워 달라는 일이 그동안 몇번 있었기에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태워만 주고 요금 못받은 사례도 있었지만.
이런 경우에 드는 생각은 경찰들이 좀 태워다 주면 되지 않나 하는 것.
그건 그렇고, 교대 쪽으로 해서 영동선 터미널 앞 횡단보도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그 손님이 갑자기 휴대폰 문자를 보여주며 서울 도심으로 가달라고 하더군요. 한국말을 거의 못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외국어 번역기 파파고 앱을 통해 정확한 목적지를 말해달라고 베트남어로 물었더니 명동이라고 합니다. 하는 수없이 명동으로 향했는데 아무래도 찜찜해서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파파고를 이용해 자세히 물었습니다. 명동 어디로 갈 것인가요?
그랬더니 휴대폰을 한참 뒤적이다가 남편 전화번호를 보여주며 제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달라고 하더군요. 이상하다 싶었지만 일단 제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 남편분 왈, 고속버스를 태워 동해시로 보내달라, 와이프에게 접근이 금지되어 전화도 못한다. 와이프는 지금 정서 불안상태다.
대충 감이 왔습니다. 외국인 혼인 여성에 대한 폭력? 그래서 아이를 안고 가출한 상태라는 생각이 들었고, 제가 느끼기에도 약간 불안해 보였습니다. 걱정이 됐죠. 터미널로 다시 가겠다고 했더니 손님이 완강히 반대하더군요. 하는 수 없이 반포대교를 지나 명동으로 향했습니다.
이 손님을 경찰에 다시 인계해야 하는 건지, 하지만 손님이 꼭 명동에 내려 달라고 하니 혼란스러웠죠. 명동으로 향하면서 계속 Police?라고 물었으나 돌아온 답은 절대 안된다는 말뿐.
손님의 요구대로 롯데백화점 건너 명동 입구에 내려 드릴 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신용카드로 요금을 결제하고 갓난 아이를 안은 채 명동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그 여성의 뒷 모습을 보노라니 마음이 이상했습니다. 품에 안고 있는 그 갓난 아이의 검은 눈망울이 잊히질 않구요.
생각해보면 처음에 이 손님을 택시에 태운 경찰들이 안이하게 대응한 것 같습니다. 어떤 연유로 경찰에 의해 택시를 타게 됐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여성에 대해 더 파악을 해야 했고 그런 다음에 여성보호센터 등의 보호기관에 인계를 했어야 맞았을 것 같습니다.
다행인 것은 휴대폰과 신용카드를 지니고 있으니 연락이 가능하다는 점이겠죠. 이 베트남 여성과 아이가 아무 탈없이 무사하기를 희망합니다.
덕분에 파파고를 통해 낯선 베트남 여성과 대화를 많이 나눌 수 있었습니다. 택시기사 필수 앱이라고 휴대폰에 깔아 놓기는 했지만 많이 사용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큰 도움을 받은 것이죠.
파파고 번역기,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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