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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에게서 최동원, 이세돌이 보인다

희망연속 2024. 8. 29. 16:23

안세영 선수,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배드민턴 천재라고 합니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배드민턴 단식 금메달을 목에 걸었죠. 중국 여자 선수를 2대 0으로 꺾고 우승하면서 환호한 순간은 이번 올림픽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혔고, 나아가 국민에게 가장 큰 기쁨을 선물한 선수가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금메달을 딴 후 기자들 앞에 서서 배드민턴 협회의 고질적인 관행을 폭로해 지금껏 파문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배드민턴 영웅이 그렇게 힘든 폭로를 해야만 할 사정이 있을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단지 나이가 적다는 이유로 빨래와 청소를 도맡아 하게 한 것은 참 쪽팔리는 퇴행적인 관행인데도 아직까지 남아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합니다.
 
천재 선수에게 쏟아지는 후원금에 대해서도 이득은 협회가 다 챙기고 정작 주인공인 선수는 그 혜택에서 소외돼 온 것이 분명합니다.
 
배드민턴 협회와 임원들의 갑질은 천재소녀의 재능을 가로막기에 충분할 정도로 보입니다. 그러한 장애물을 넘고 세계 배드민턴계를 호령해 온 안세영 선수가 정말 위대해 보입니다.
 
 

 
저는 안세영 선수를 적극 응원합니다. 협회와 임원들의 후진적인 행정과 관행, 그런 것들은 진작에 없어져야 마땅한게 아니었을까요.
 
그런 것에 대한 반성이나 시정할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관행이니, 어쩌니 하면서 안세영 선수의 개인적 돌출 행동으로 몰아 간다면 미래가 없는 것이죠.
 
 

 
저는 안세영 선수를 보면서 이세돌, 최동원이 생각났습니다.
 
지난 2016년 바둑 천재 이세돌은 전 세계 인간의 대표로 AI 바둑인 알파고와 싸워 1승 4패를 기록했는데 이세돌 외에 그 누구도 지금껏 AI에 이긴 기록이 없습니다.
 
그러한 이세돌이 최고 전성기를 구가할 즈음에 한국기원과 대립한 적이 있었습니다.
 
각종 바둑대회 상금에서 한국기원이 떼가는 수수료가 과다하고, 사용처 또한 불투명한 것 같으니 수수료를 낮추고 내역을 공개해야 하고, 또 그 수입은 기사들의 복지향상을 위해 많이 쓰여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백번 맞는 말 아닐까요.
 
하지만 한국기원과 고참 기사들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이세돌을 제명시켜 버렸습니다. 결국 한국에서 설자리를 잃고 중국으로 건너가 활동하기도 했었죠. 나중에 한국기원과 타협하고 귀국해서 다시 활동하기는 했지만 이세돌이 조기에 은퇴하는 이유가 되었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불세출의 야구 슈퍼스타 최동원.
 
최동원 선수가 1988년에 프로야구 선수협회 창설에 앞장 섰을 때 최동원 정도니까 저렇게 하는 것이고 다른 선수들은 혹시나 구단에 찍힐까 아무 말도 못하는 형편이었습니다.
 
1987년 말, 프로야구 해태 소속의 김대현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했지만 구단으로부터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했고, 가족 생계조차 암울하다는 말에 최동원이 선수협 결성을 주도하게 된 것입니다.
 
낮은 연봉과 안정되지 못한 신분의 2군 선수들 연봉인상 등을 주장하면서 개인이 아닌 모두를 바라보자고 했던 최동원은 정말 시대를 앞선 뛰어난 용기를 지닌 선수였습니다.
 
그러나 최동원은 구단으로 부터 엄청난 비판을 받았고, 본인과 팬들의 뜻과는 정 반대로 다른 구단으로 트레이드 되버림으로써 결국 32살이라는 너무도 아까운 나이에 은퇴를 택하고 말았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이세돌과 최동원의 주장은 전혀 틀림이 없습니다. 다만 남보다 앞서서 그런 주장을 했다는 이유로 협회나 구단, 고위 임원진 등 기득권층으로 부터 따돌림과 비난을 받게 되었을 뿐입니다.
 
안세영 선수 역시 그런 비판을 받고 선수생활에 지장을 받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물론 안세영의 2024년은 이세돌, 최동원이 목소리를 냈던 그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해도 걱정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삼국지의 조조는 백만 대군보다 촉나라의 제갈공명 한사람이 더 두렵다고 했습니다. 이 세상을 움직이는데는 졸장부 100만 명 보다 천재 1명의 영향력이 훨씬 큽니다.

안세영의 말이 단순한 투정이나 불평이 아니라 오죽했으면 그런 말을 했을까 선수입장에서 생각함으로써 반성과 발전의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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