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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슬 김민기는 영원한 앞것

희망연속 2024. 5. 10. 15:24

SBS에서 방영한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
 
김민기는 저항가요 아침이슬을 만든 민중 음악가이고, 현재는 뒤로 물러나서 대학로 소극장 학전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지금껏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와이프의 강권(?)으로 방송 다큐를 본 후에 김민기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껴야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다큐를 보며 김민기에 대한 존경심이 커졌다고 할까, 그러는 한편으로 물음표가 생겼다고 할까 하는게 있습니다.
 
1951년생으로 경기 중고교와 서울대 미대를 졸업했으니 학생시절엔 수재 소리를 들을만도 했고, 성공한 동기, 선배가 많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들이 도움을 주겠다는데도 왜 한사코 거절을 했는지 약간은 이해가 가질 않더군요.
 
자존심, 민폐 끼치지 않으려는 성격, 남다른 자립심 등 때문에 그랬을 것이라고는 짐작은 하면서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SM 이수만이 얼마든지 후원해 주겠다는데도 왜 거부했을까. 이수만은 김민기 몰래 학전에 기부를 했다고 합니다.
 
또, 시대극 '지하철 1호선'을 10년간 공연하면서 나름대로 자리를 잡았는데 굳이 폐지하고 돈 안되는 아동 청소년극을 공연했을까.
 
물론 어린이가 미래의 주역이고, 남이 안하니 나라도 해야겠다는 사명감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현실과 타협하는게 필요한데 말입니다.
 
 

대학로에 있는 학전 소극장 간판이 철거되고 있다

 
 
학전 소극장 간판을 완전히 내린데 대해서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학전은 김민기가 1991년에 문을 열어 30년을 넘게 운영해 오면서 수많은 배우와 작품을 성공리에 배출해온 극단의 샘물같은 곳이었다죠.

말하자면 김민기의 분신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문을 닫지 않고 오랜동안 이어지게 하는 것이 더 보람있지 않았을까요.
 
주변에서, 지인들이 어떤 형태로든 학전을 살려서 운영하겠다고 했는데도 굳이 간판까지 내린 것은 저로서는 이해가 잘 가지 않는 결정입니다. 김민기의 뜻과 이념을 그대로 살릴 수가 없겠다는 우려 때문에 그렇게 했다고는 하지만.
 
스스로 공연배우는 앞것이고 김민기는 뒤에서 도와만 주는 뒷것이라며 몸을 낮추고, 어떤 인터뷰도 사양했던 그가 공중파 방송에 처음 등장한 것이 바로 2018년 9. 13일 JTBC 뉴스룸 문화초대석에 손석희 앵커와의 대담이라고 합니다.
 
그 인터뷰에서 콧대(?) 높은 손석희 조차도 나이가 불과 5살 많은 김민기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깍듯이 예를 갖추는 모습을 봤습니다.
 
충분히 그럴만 합니다. 그만큼 김민기는 실력에 비해 자기를 낮추고 지극히 겸손했습니다. 그러니 더욱 주변의 존경을 받고 있겠죠.
 
그러나 저는 그런 김민기가 한없이 존경스럽고 우러러 보이기도 하지만 반면에 조금만 더 현실과 타협을 했더라면, 가령 지하철 1호선과 같은 시대극을 리모델링하고 연장공연하여 상업적 수익을 얻어 학전 운영에 보탬을 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구요.
 
게다가 주변에서 수많은 조력가들의 물질적 도움을 조금이라도 받아서 좋게, 긍정적으로 활용했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저 모자란 제 생각일까요.
 
김민기는 천재 아티스트이자 가수입니다. 거기에 요즘에는 보기드물 정도의 양심과 겸손을 갖춘 훌륭한 인격자로 보입니다.
 
김민기는 스스로 뒷것이라고 했지만 영원한 앞것입니다. 충분히 그럴만한 실력과 인품을 지니고도 남습니다.
 
학전의 간판을 내리게 된 이후 현실에서 얻은 수많은 상실감과 고독감으로 인해 중병을 앓고 있는 그의 병세가 더 악화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유익한 다큐를 만들어 방영한 SBS 측에도 고마움을 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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