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문 (한국어, 영어) 본문
2024년 12월 10일 오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한강 작가의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식을 TV를 통해 지켜 봤습니다.
스웨덴 구스타프 국왕으로 부터 노벨문학상 상패와 증서를 받는 모습
한강 작가가 영어로 수상 연설을 하는 모습
만찬장에서의 여러 모습 등
웬지 모르게 우쭐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너무 기분이 좋고 행복했습니다. 참으로 자랑스러웠습니다.
빙신 양아치 섹히의 비상계엄 불장난이 역설적으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폐하와 왕족 여러분, 그리고 신사 숙녀 여러분.
제가 여덟 살이던 어느 날을 기억합니다.
오후 주산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갑작스러운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그 비는 너무도 거세서, 스물네 명의 아이들이 건물 처마 아래로 몰려들게 되었습니다.
길 건너편에는 비슷한 건물들이 있었고 그 건물의 처마 아래에도 작은 무리가 있었습니다.
그 것은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았습니다.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며, 제 팔과 종아리에 스며드는 젖음을 느끼는 순간,
저는 문득 깨달았습니다.
저와 어깨를 맞대고 서 있던 사람들,
그리고 저 건너편에 서 있던 사람들 모두,
각자 자신의 고유한 “나”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요.
저와 마찬가지로 그들 모두가 이 비를 보고 있었습니다.
제 얼굴에 느껴지는 이 젖음을, 그들 또한 느끼고 있었지요.
무수히 많은 1인칭 시점이 존재함을 경험한 이 순간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읽고 쓰는 데 보낸 시간을 돌아보며,
저는 이 경이로움의 순간을 여러 차례 되새겼습니다.
언어라는 실을 따라 다른 이의 마음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경험,
다른 내면과의 만남.
저의 가장 중요한 가장 절박한 질문들을
그 실에 맡겨, 다른 이들에게 보내는 경험의 말입니다.
어릴 적부터 저는 일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태어난 이유,
고통과 사랑이 존재하는 이유,
이러한 질문들은 수천 년 동안 문학이 던져온 질문들이며,
오늘날에도 계속해서 던져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짧은 삶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요?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인간으로 남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요?
가장 어두운 밤에도, 우리 존재의 본질을 묻고,
이 행성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살아있는 존재들의 1인칭 시점을 상상하며,
우리를 서로 연결하는 언어가 있습니다.
이러한 언어를 다루는 문학은 필연적으로 일종의 온기를 지니게 됩니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문학을 읽고 쓰는 행위는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동에 반대하는 길을 걷게 됩니다.
이 상의 의미, 문학을 위한 상의 의미를
여기 함께 서 있는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Your majesties, your royal highnesses, ladies and gentleman
I remember the day when I was eight years old.
As I was leaving my afternoon abacus lesson, the skies opened in a sudden downpour.
This rain was so fierce that two dozen children wound up huddled under the eaves of the building.
Across the street was a similar building, and under those eaves I could see another small crowd—almost like looking into a mirror.
Watching that streaming rain, the damp soaking my arms and calves, I suddenly understood.
All these people standing with me, shoulder to shoulder, and all those people across the way—were living as an “I” in their own right.
Each one was seeing this rain, just as I was.
This damp on my face, they felt it as well. It was a moment of wonder, this experience of so many first-person perspectives.
Looking back over the time I have spent reading and writing,
I have re-lived this moment of wonder, again and again.
Following the thread of language into the depths of another heart, an encounter with another interior.
Taking my most vital, and most urgent questions, trusting them to that thread, and sending them out to other selves.
Ever since I was a child, I have wanted to know.
The reason we are born. The reason suffering and love exist.
These questions have been asked by literature for thousands of years, and continue to be asked today. What is the meaning of our brief stay in this world?
How difficult is it for us to remain human, come what may?
In the darkest night, there is language that asks what we are made of, that insists on imagining into the first person perspectives of the people and living beings that inhabit this planet; language that connects us one another.
Literature that deals in this language inevitably holds a kind of body heat. Just as inevitably, the work of reading and writing literature stands in opposition to all acts that destroy life.
I would like to share the meaning of this award, which is for literature, with you—standing here in opposition to violence together.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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