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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눈물이 났다, '나훈아의 엄니'

희망연속 2024. 12. 24. 14:15

 

가수 나훈아가 지난 7일 대구 공연에서 이번 비상계엄에 관해 언급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정치의 근본이 무엇이냐.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배곯지 않게 하는 것이 원리다. 대한민국에서 문제 되는 거, 이걸로 국회서 밤을 새우고 고민을 해야 한다.”
 
핵심을 제대로 짚은 말입니다. 평소 대중 앞에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신비주의 가수로 알려진 나훈아가 그런 정치적 멘트를 했다는 사실에 상당히 놀랐습니다.
 
연예인은 직업 특성상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힌다는 사실이 쉽지 않기 때문이죠.
 
 

 
나훈아의 멘트에 대한 댓글을 우연히 보던 중에 5.18 광주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엄니'란 노래를 직접 만들었다는 사실을 접했습니다.
 
 

 
 
유튜브에서 엄니 노래를 듣는 동안 목은 메이고 눈물이 흘렀습니다. 주책없이 이러다니. 
 
노래를 수십번 반복해서 들었습니다. 많이 슬펐고, 가슴 저편에 남아있던 분노가 다시 일어나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가 오버랩 되어서 감정이 더욱 고조된 것 같았습니다.
 
나훈아가 '엄니'를 만든 것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이 일어나던 해였습니다. 나훈아가 광주 망월동을 찾았는데 어머니 한분이 5.18 때 희생된 아들 이름을 부르며 흐느끼고 있는 장면을 보고 즉석에서 곡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 후 광주의 지인을 통해 전라도 사투리로 가사를 각색했고, 녹음테이프 2,000개를 제작하여 희생자 유족에게 전해달라며 광주 MBC에 기증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당시 정보기관에서 이 곡과 테이프 배부를 막았고, 33년의 세월이 흐른 후인 2020년에 와서야 나훈아 앨범 '아홉 이야기' 맨 마지막 곡으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엄니 엄니 워째서 울어쌌소
나 여그 있는디 왜 운당가
엄니 엄니 뭐 땀시 날 낳았소
한 많은 이 세상 어째 낳았소
들리지라우 엄니 들리지라우 엄니
인자 그만 울지 마시오 
 
엄니 엄니 워째서 불러쌌소
눈앞에 나 있는디 어째 날 찾소
엄니 엄니 무등산 꽃 피거든
한 아름 망월동에 심어주소
들리지라우 엄니 들리지라우 엄니
인자 그만 울지 마시오 
 
엄니 엄니 워째서 잠 못 자요
잠자야 꿈속에서 날 만나제
엄니 엄니 나 잠들고 싶은디
잠들게 자장가나 불러주소
들리지라우 엄니 들리지라우 엄니
인자 그만 울지 마시오
인자 그만 울지 마시오
인자 그만 울지 말랑께
 
 
 
엄니의 곡과 가사는 5.18의 슬픔을 애절하게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사망자인 아들이 묘지에서 울고 있는 어머니에게 그만 우시라며 당부를 하는 대화체 가사 내용이 더욱 슬픔을 느끼게 합니다. 
 
그런데 가사 또한 나훈아가 직접 썼다는 사실이 더욱 놀랍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드는 의문은 광주 MBC가 1987년에 테이프를 받고 몇 차례 방송까지 내보냈다고 하는데 왜 33년 동안을 묵혀두고 2020년에야 나훈아 본인 앨범에서 직접 공개가 된 것인지 그 연유가 궁금합니다. 금지곡으로 지정된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혹시 광주 MBC와 5.18 재단 관련 측에서 소홀했던건 아닐까요.
 
가수 나훈아는 무려 200장이 넘는 앨범을 냈고 1,200곡이 넘는 곡을 직접 작사, 작곡했다고 하니 정말 감탄사가 절로 나올 뿐입니다. 현재 노래방 음원곡이 가수 중 최다라고 하니까요.
 
삼성 이건희 회장이 가수들을 집으로 불러 노래를 들었는데 이를 거절한 유일한 가수가 나훈아라고 하죠.

심지어 일본에서 공연할 때에도 '독도는 우리 땅'을 우리 말로 직접 불렀고, 2020년 KBS 추석특집 '대한민국 어게인'에서는 코로나로 힘든 국민들을 위해 정치권에서 더 분발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시대정신이 남다른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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