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인천공항 택시승차장의 해프닝 본문
인천공항 택시는 금, 토, 일요일 오후에는 평소보다 잘 빠지는 편입니다. 주말에 귀국해서 새롭게 한 주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겠지요.
그래서 저는 다른 때는 손님 내려주고 그냥 나오지만 주말에 공항을 가게되면 가급적 대기장에서 기다렸다가 손님을 싣고 나오는 편입니다.
택시 대기장에서 기다리는 동안 주변을 산책하고, 식사도 하고, 커피도 한잔하는 등의 즐거움도 있습니다. 따라서 3시간 정도 대기하는 것은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일요일 저녁 때였을 겁니다. 오후에 인천공항 가는 손님을 태우고 들어 갔다가 택시 대기장에서 약 2시간 반을 대기한 끝에 제 순번이 돌아와 택시승차장으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서울택시 승차장으로 갔더니 앞에 택시 1대가 손님을 태우고 있었고, 제가 2번째 였습니다.
우연히 백 미러로 뒷 택시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뒤에 따라오는 택시가 멈추더니 택시기사가 손님이 서 있는 곳으로 가서는 하는 말. "혹시 강남 가는 손님 안계세요" 외치더니만 손님 1명이 코엑스 하니까 따라 오세요 한 후에 손님이 들고 있는 캐리어를 받아들고 뒷 트렁크에 싣고는 쏜살같이 빠져 나가버렸습니다.
무슨 황당 개그? 인천공항에서 강남 코엑스면 양질의 손님이죠.
너무 자연스럽고, 태연하게 하는 행동에 어안이 방벙할 따름이었습니다. 곧이어 제 앞 택시에 탔던 손님 2명이 앞 택시에서 내려서 뒤에 서 있는 제 택시로 오더니 문을 열고 타더군요.
아니 왜 앞차에서 다시 내렸어요. 했더니 콜이 울려서 가야된다면서 내리라고 하더라구요 합니다.
이런 젠장. 앞 차가 카카오T 블루 가맹택시였는데, 손님이 김포공항 가자고 하니까 내리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손님을 내리게 하고 한바퀴 삥 돌아서 다시 승차장으로 와서 손님 태우려고 그런 것이죠.
인천공항에서는 김포공항 가는 손님을 제일 싫어하는 편이죠. 몇 시간 기다려 나와 제일 가까운데 걸리면 한숨이 나오는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건 복불복인데도 그런 더티한 행위를 하는 택시기사가 아직 있다는 사실이 믿기 힘들었습니다. 저로서는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손님에게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었죠.
그 때가 약간 어두워지기 시작할 즈음이었는데 그래서인지 인천공항 택시승차장에서도 이런 해괴한 일이 일어나더라구요.
안내요원이 상주하고 있기는 하지만 승차장 모두를 커버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이 현실입니다. 제 블랙박스를 빼서 안내요원에게 신고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습니다.
앞 뒤에 있는 택시에게 카운터 블로를 얻어 맞으니 기분이 얼얼했습니다.
인천공항은 시설과 운영 면에서 세계 톱 클래스라고 합니다. 택시 대기장 역시 전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하게 잘 갖춰져 있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법과, 제도, 시스템이나 시설 등이 아무리 삐까 번쩍 잘 갖춰져 있다 하더라도 그 것을 움직이는 주체는 결국 사람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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