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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택시세상

남자가 가오(かお)가 있지 택시운전을 어떻게 하나

희망연속 2024. 4. 19. 10:11

 

 
옛 직장 동료 몇 명과 저녁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퇴직하고 몇 년이 지난 탓인지 다들 얼굴 모습에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더군요. 나이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이런 저런 얘기 끝에 내가 택시를 수년 째 하고 있다는 말이 나왔고, 한 친구는 내가 운짱인 줄을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지 대뜸 "남자가 가오(かお)가 있지 택시운전을 어떻게 하나"라고 말하더군요.

ㅎㅎ, 세상물정을 너무 모르는 친구이구나라는 생각이 얼핏 들었지만 그냥 웃어 넘겼습니다.
 
가오(かお)
 
가오는 일본 말인데도 그냥 무심코 많이 쓰는 말입니다. 얼굴, 용모, 표정을 가리키는 말로 말하자면 체면을 이야기합니다.
 
남자가 체면이나 체통이 있지 그깟 택시운전을 어떻게 해, 옛날 선비는 굶어 죽어도 남에게 빌어 먹지는 않는다는 말과 대동소이하죠.
 
한 마디로 허드렛 일, 육체 노동에 대한 비하입니다.
 
그렇게 말한 그 친구는 집안이 얼마나 넉넉해서, 또 어떤 대단한 일을 하고 있기에 택시운전을 그렇게 낮춰 말하는 것인지 의아했습니다.
 
엣부터 책상 앞에 앉아 펜대를 굴리는 일은 귀하게 쳐주고 몸으로 때우는 노동일은 낮게 보는 풍조가 우리 사회에 많았고, 요즘에는 엣날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 전반에 남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내 자신의 생각이 중요한 것이지 내가 하고 싶은 일도 남을 먼저 의식해서 할까 말까 망설이게 된다면 이건 정말 문제죠.
 
특히, 직장을 퇴직하고, 인생 제 2막에 접어든 사람들에게는 더욱 중요합니다. 솔직히 체면이 밥 먹여 주나요? 나이가 들어 갈수록 체면은 버리고 내가 먼저 나이가 한살이라도 어린 사람들과 대화하고, 솔선수범하고, 먼저 행동해야 합니다.
 
그래서인지 제가 직장 다닐 때 부터 퇴직 후에 개인택시를 하겠다는 생각을 갖도록 이끌어 준 전 영풍상호신용금고 이사장 김기선님이 참 대단한 분이다라는 생각이 다시 듭니다.
 
증권회사, 은행 등 각종 금융기관에서 최고 경영자의 위치에까지 올랐던 분이 임기가 아직 남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후배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물러나 평소에 맘 먹었던 택시기사로 변신한 용기는 지금 생각해도 엄지 척입니다.
 
그 분이 가오가 없어서 그렇게 했을까요. 
 
아마 지금까지도 여전히 개인택시를 운행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되고, 꼭 한번 만나뵙고 술 한잔 사드리고 싶은 맘이 제 마음 속에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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