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김장하 선생 취재기 '줬으면 그만이지'를 읽고 본문
아름다운 부자, 진주 남성당 한약방 주인 김장하 선생에 대한 글을 블로그에 올린 바 있습니다.
MBC 경남에서 제작한 '어른 김장하' 다큐를 보고 너무 감동을 받았기에 김장하 선생에 관한 책이 나왔다해서 즉시 읽어본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이렇게 늦어졌습니다.
정말 송구합니다.
책 표지 사진은 책의 내용을 함축해서 나타내는 의미가 있는데 잘 택했습니다. 전에 MBC 다큐에 나왔던 장면입니다.
꾸부정한 허리, 불편한 무릎, 하얗게 변해버린 머리칼
책을 다 읽고 사진을 보면 더욱 안타까운 맘이 듭니다.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셔야 할텐데 말입니다.
제가 김장하 선생에 대해 가장 궁금했던 것이 바로 명신고등학교 국가 무상헌납 관련 사안입니다. 사학을 공립으로 전환한 경우는 해당 사학의 운영난 등으로 불가피하게 국공립으로 전환된 케이스가 있기는 합니다. 서울 전통예술고(전 서울 국악예고), 인천 시립대학교(전 인천대학교, 선인학원) 등이 있죠.
그러나 명신고등학교는 1983년에 김장하 선생이 설립한 이후 국가에 헌납된 1992년까지 10년 동안 김장하 선생의 지원으로 진주 시내 명문사학으로 자리를 잡았는데 갑자기 국가에 헌납한 진짜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제가 젊은 시절에 약 3년간 사립고등학교에 근무한 경험이 있어서 이 부분이 많이 궁금했죠. 그러나 김장하 선생은 전 재산을 털어 학교를 세울 당시 부터 나중에 국가에 헌납할 것을 미리 마음 먹었더군요.
즉, 학교가 운영이 잘될 때 국가에 헌납하는게 맞고, 나중에 김장하 선생이 곤궁한 처지에 놓이게 되어 학교에 충분한 지원을 못할 수도 있고, 죽고 난 뒤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 미리 국가에 헌납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아가 선생이 설립한 남성문화재단 역시 수십억 남은 재산을 전부 국립 경상대학교에 기부하였는데 이 것 역시 학교 헌납정신과 동일 선상인 것으로 보입니다.
선생이 더욱 진실하고 위대하게 보이는 것은 인권보호, 양성평등, 형평운동, 공정세상 등 남들이 잘 모르는 곳, 보이지 않는 곳,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중점적으로 도왔다는 사실입니다.
이 책은 자서전이나 일대기가 아닙니다. 경남매일신문에 근무했던 김주완 기자가 김장하 선생을 뒤늦게 알고 관련된 인물을 발로 뛰어 취재하여 쓴 책이죠.
김장하 선생은 단 한번도 언론 인터뷰를 한 적이 없습니다. 대단한 분 아니겠습니까.
자기가 한 일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했다고 뻥튀기에 바쁜 것이 인간의 본성일텐데 말입니다.
책 마지막 부분에 이런 글귀가 나오더군요. 논어(論語)에 나오는 말입니다.
"인불지이불온(人不知而不蘊) 불역군자호(不亦君子乎)" -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서운해 하지 않는다면 이 역시 군자가 아니겠는가.
가슴을 적시는 글귀입니다. 선생의 평소 철학과 행동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선생을 보면서 우리네 돈 많은 사람과 힘있는 인간들은 왜 그렇게 하지 못할까. 노블레스 오블리지란 말은 왜 지켜지지 않는걸까.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군요.
지방의 일개 한약방을 운영하면서 수백억 전 재산을 모두 남을 위해 돕고, 국가에 헌납까지 하는데 말입니다.
돈이 많아서 그런게 아닐겁니다. 성품이죠. 정작 본인은 허름한 집에 살면서 자동차 한대 없이 자전거나 버스를 타고 다녔다지 않습니까.
저 역시 많이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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