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개똥 밭에 굴러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낫다 본문
국민권익위원회는 얼마 전에 어떤 지체 높으신 여자의 명품백 수수 사건을 그냥 종결 처리했었죠.
권익위가 그렇게 결정했으므로 앞으로는 명품백 뿐만 아니라 비싼 선물을 다 받아도 된다는 소리가 되겠습니다.
그런데 그 사건을 담당했던 권익위 부패방지국장이 본인의 의사와는 다른 결정이 난 데 대해 실망을 해서 불행히도 세상을 스스로 등진 것 같습니다.
얼마나 고민과 갈등이 심했으면 목숨까지 버리는 선택을 했을까, 침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솔직히 권익위 뿐만 아니라 현재의 집권층 고위직에 인간다운 인간이 누가 있을까요. 그냥 겉만 사람일뿐인 미생동물들이 완장차고 나라를 망가뜨리는 일에 한창입니다.
원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은 인간의 도리에 대한 자존감, 책임감, 정의감 등이 높은 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타의에 의해 그런 감정이 무시당하고 짓밟히게 되면 일순간 불가피한 선택에 이른다고 하죠.
아무리 그렇다해도 스스로 참고 이겨내야 했습니다. 더욱이 그 국장에게는 부인과 어린 자식이 2명이나 있다고 합니다. 이제 50대 초반이니 자식들은 중고생 정도 되겠지요. 가족을 생각해서라도 견뎌 냈어야 마땅합니다.
몸 담고 있는 직장과 이 세상이 아무리 더럽다해도 소중한 가족과 친지들을 두고 먼저 간다는 것은 다시 생각했어야 합니다.
그까짓 권익위 국장직이 뭐라고 과감히 사표를 내버리고 다른 일을 하면 되지 않았을까요.
개똥 밭에서 굴러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낫다는 말이 있잖아요.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습니다.
권익위 국장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조선초 여류 시인 임벽당(林碧堂) 김씨의 시 한수를 바치고 싶습니다.
小洞幽深別一區(소동유심별일구)
膏肓泉石可忘憂(고황천석가망우)
人間非是渾無累(인간시비혼무누)
花發知春葉脫秋(화발여춘엽탈추)
그윽히 깊고 작은 마을 구석에서 살며
샘물과 돌을 몹시 사랑하니 가히 근심을 잊을 만하네.
인간 세상의 시비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꽃 피면 봄인 줄 알고 잎 지면 가을인 줄 아네.
복잡하고 시끄러운 세상을 떠나 한적한 곳에 묻혀 사노라니 근심이 사라지고 세월 가는 줄 모르겠다는 내용입니다.
이 시는 신사임당, 허난설헌과 함께 조선조 3대 여류 시인 중 한사람으로 불리는 임벽당 김씨가 한양에서 충남 서천으로 내려와 조용히 지내면서 쓴 시라고 합니다.
남편인 유여주는 조선 중종때 기묘사화에 연루되어 관직이 박탈되자 고향으로 내려왔다고 하죠.
임벽당 김씨는 원래 고향이 충남 부여이고, 말년에 남편과 살았던 충남 서천군 비인면 남당리 92에는 임벽당 김씨 문학비가 세워져 있고 매년 기념식도 열리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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