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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추석특집 '노량, 죽음의 바다'

희망연속 2024. 9. 22. 12:23

추석특집으로 MBC에서 방영한 '노량, 죽음의 바다'를 봤습니다.
 
작년 말에 개봉한 영화인데 놓치고 말았고, 핑계이기는 하지만 게을러서 그동안 못보고 있었습니다.
 
 

1598년 12월, 일본과의 7년 전쟁 마지막 해전을 그렸습니다.
 
영화 도입부분에 나오죠,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는 장면. 일본 총대장이 병으로 죽고 조선에 있던 왜군은 철수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순신은 그냥 돌려 보낸다면 다시 쳐들어 올 것이라며 끝장을 보려고 합니다.
 
 

이순신을 연기한 김윤석.
 
중후한 모습의 김윤석은 절제된 연기를 펼칩니다. 죽음을 앞두고 있어서일까요. 분위기가 시종일관 숙연함, 비장함, 장엄함 그 자체입니다.
 
마지막에 적의 총탄을 맞고 쓰러져 죽는 모습은 이 영화의 클라이 맥스죠.
 
사실 학교에서 역사 시간에 이순신 장군은 노량해전에서 살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는 식으로 배웠습니다.
 
선조를 비롯한 조정에서 전쟁이 끝난 후에 이순신 장군을 그냥 두지 않으려고 한다는 분위기를 이순신이 사전에 알고 있었기에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선조를 비롯한 조선 왕들의 무능함에는 치가 떨립니다.
 
영화에서 조정 대신과 이순신의 갈등이 그동안 이순신을 편들었던 류성룡의 편지와 함께 짧게 묘사된 것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조금 더 길고 세밀하게 나왔더라면 좋았을텐데.
 
 

조선을 돕기 위해 왔던 명나라 수군 도독 진린(陳璘). 
 
진린은 전쟁을 빨리 끝내기 위해 퇴각하는 왜군의 길을 터주려고 하지만 이순신을 의식해 진퇴양난에 빠집니다. 결국엔 이순신 편에 서게 되고 왜 함대를 격멸하는데 공을 세웁니다. 
 
이순신을 존경했다고 하며, 전쟁이 끝나고 본국으로 돌아간 후에 명나라 고위 관리로 일했다고 합니다.
 
나중에 명나라가 청나라에 의해 멸망하자 그의 후손들은 오랑캐 나라에서 살 수 없다며 중국을 떠나 조선으로 건너와 전남 해남지역에 정착해서 살게 되었고, 오늘날 광동(廣東) 진씨의 시조가 되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광동 진씨는 약 2,700명에 이른다고 하네요.
 
2014년에 우리나라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서울대 강연에서 이 사실을 언급하며 두 나라의 우호관계에 대해 연설했다고 하죠. 그러고 보면 중국은 확실히 우리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국가라는 사실에 공감이 갑니다.
 
진린 역을 맡은 배우 정재영은 노량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배역에 알맞는 연기를 잘 해냈죠. 
 
 

왜군 살마군 총대장 시마즈 요시히로. 배우는 백윤식.
 

명나라 수군 부도독 등자룡 역을 맡은 허준호.
 
도독인 진린보다 훨씬 이순신 편에 섰고, 결국엔 진린 말을 듣지 않고 이순신을 돕다가 전사하고 맙니다. 허준호의 카리스마 연기는 일품이었죠. 
 
영화 후반부의 무려 100분에 걸친 해상 전투 장면은 한마디로 장관이었습니다.
 
거북선의 위용, 함선의 포격전, 직접 부딪치는 육박전 등 볼거리는 풍성했고, 밤새 이어지는 전투는 치열했습니다.
 
잘 만들었습니다. 한마디로 감독과 제작진의 엄청난 노력과 예산이 투입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명량, 한산에 이어 마지막 3편인 노량까지, 10년에 걸쳐 우리 민족 최대의 영웅인 이순신을 리얼하게 그린 김한민 감독의 노력과 역량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더욱이 근래 일제 36년을 미화하고 한국 임시정부와 독립운동가들을 폄훼하는 분위기가 일고 있어서 이 영화가 더욱 가치있게 보입니다. 그들의 시각대로 본다면 이순신 장군은 영웅이 아니라 반란군 수괴 아니겠습니까.
 
그렇지만 영화 노량은 기대와는 달리 불과 457만명의 관객동원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처참한 실패죠.
 
1편인 명량이 1,700만이 넘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함으로써 관객동원 1위 타이틀을 가지고 있고, 2편인 한산 역시 코로나 엄중한 시기에 개봉하고도 700만 이상을 동원했는데 말입니다.
 
영화 실패의 이유를 꼽아 보자면 이순신 단일 인물에 대한 영화가 3편이상 계속된데 대한 관객들의 피로감이 가장 큰 사유가 될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는 스토리가 명량과 한산에 비해 약하다는 점입니다. 해상 전투 장면에 지나치게 편중되고 정작 도입부에 나오는 이순신과 명나라 진린과의 갈등 외에 선조, 조정과의 갈등, 이순신의 내적인 고민 등이 적게 표현되었지 않나 싶습니다.
 
아울러 100분의 해상 전투 장면이 야간에만 이루어져서 시각적으로 약간의 피곤함도 있지 않나 하는 점도 들 수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훌륭한 영화가 흥행에 실패했다는 것은 두고두고 아쉽습니다.
 
나아가 세계 어느 영화에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첨단 촬영기법을 선보인 해상 전투장면은 우리나라 영화기술을 크게 발전시킨 작품으로 꼽아도 충분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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