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택시는 미터기로만 요금을 받습니다 본문
인천공항에서 손님을 태우고 나오기 위해서는 택시대기장에서 번호표를 뽑고 몇시간을 기다려야만 합니다. 빠르면 2시간 길게는 7~8시간.
따라서 손님을 출국장에 내려주고 재빨리 서울로 돌아나와 일하는게 영업면에서는 당연히 효율적입니다. 그런데 몸이 피곤해서 쉬고 싶을 때에는 저 역시 가끔씩 대기장에서 기다렸다 나오곤 하죠.
현충일 다음날이었습니다. 인천공항엘 갔다가 손님을 내려주고 택시 대기장에 가서 잠깐 눈을 붙인 다음 커피 한잔 마시며 소나무숲을 열심히 걸었습니다. 하루 의무량을 넘어 12,000보를 걷고 약 4시간만에 제 순번이 되어 도착장으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동남아인으로 보이는 40대쯤의 남자가 부인, 아들과 함께 제 차 앞에 와서 타지 않고 머뭇거렸습니다. 제가 서울? 서울? 하고 물어도 답변을 안하더라구요.
공항 안내요원이 다가와 뭐라 뭐라 하더니 저 사람이 톨비 포함 6만원에 성북구 보문동까지 가자고 하는데 갈 수 있느냐고 물어봅니다.
저는 순간적으로 생각하기를 택시는 미터기로 가야만 하고 보문동은 6만원이 더 나올 것 같아 미터기로 가겠습니다 하고 거절의사를 밝혔죠.
그랬더니 그 남자가 저에게 사정투로 뭐라 뭐라 이야기 하길래 다시 한번 Seoul taxi only goes by taximeter. 라고 서투른 영어로 한마디 했습니다.
그러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택시를 타더군요.
원래 택시는 규정상 미터기 요금을 받도록 되어 있고, 적게 받아도, 많이 받아도 안됩니다. 헌데 왜 그 공항 안내요원은 저런 말을 했을까 약간 의아했습니다. 그 동남아인을 생각해서 그랬을까 아니면 택시기사를 위해 그랬을까?
그래서 그 손님이 타자마자 한마디 더 했습니다. 서울택시는 미터기로만 요금을 받고, 적게 받거나 많이 받으면 부당요금에 해당되어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If you charge too much or too little for taxi, it's illegal. Taxis only go by meter. Unfair taxi fare can be reported.
꼭 필요한 영어표현인 것 같아 기억해 둔 것이었는데 얼른 떠오르지 않아 한참을 짱구를 돌려서야 겨우 입밖으로 나왔습니다. 이제 저도 혀가 굳었나 봅니다.
도로 사정이 비교적 좋은 편이었습니다. 1시간 정도 걸렸을까. 공항 고속도로, 강변북로, 내부순환로, 길음 램프를 거쳐 목적지에 도착했더니 이런 이런, 52,100원이 미터기에 찍혔습니다. 톨비 포함하니 58,700원. ㅠㅠㅠㅠ
6만원을 현금으로 받고 1,300원을 거슬러 줬더니 그 손님 역시 감정없는 표정으로 차에서 내렸고, 저는 망연자실했습니다.
야, 6만원도 나오지 않다니. 내가 틀렸구나. 1,300원 손해봤네.
차가 막힐 땐 6만원이 약간 넘게 나올 것 같고, 그래서 그 동남아인 손님이 몇천원 깎고 싶어서 공항에서 그렇게 말했던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돈 1,300원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괜스레 낭패감이 들어 기분이 묘했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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