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KBS 다큐 인사이트 '로숑과 쇼벨'을 보고 눈물이 났다 본문
2023년 5월 18일 밤 10시 KBS1 에서 '5 18 43주년 특별기획 로숑과 쇼벨'을 방영했습니다.
프랑스 사진기자 프랑수아 로숑과 패트릭 쇼벨은 1980년 5월 뉴스위크의 의뢰로 광주에 파견되어 5 18 민주화운동 당시 현장을 생생하게 사진에 담았습니다.
5 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상징이 된 사진, 바로 아버지 영정사진을 들고 있는 '꼬마 상주' 사진입니다.
사진 속 꼬마는 당시 5세인 조천호인데 아버지 조사천씨(당시 34세)가 계엄군의 곤봉에 맞아 사망하자 시신이 안치된 상무관에서 아버지 영정사진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당시 외신에 보도된 이 사진을 누가 찍었는지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KBS에서 3년간의 추적 끝에 사진기자를 찾아 냈습니다. 수많은 외신기자들에게 일일이 메일을 보내는 등 수소문을 해서 마침내 로숑과 쇼벨 2명의 프랑스 외신기자를 찾아낸 것이죠.
KBS의 노력에 정말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기자 2명은 광주 전일빌딩에서 사진을 찍던 중에 지나가던 계엄군과 눈이 마주쳤고, 그 계엄군이 총을 쏴서 하마터면 죽을 뻔 했다는 일화도 들려 줬습니다.
그들이 찍은 사진 중 1,073장의 미공개 사진이 이번에 공개가 됐고, 옛 전남도청 건물에서 사진전을 열고 있다 합니다.
KBS 기자와 인터뷰하는 2명의 프랑스 사진기자를 보는 동안 기자의 사명감, 책임감 등에 대해 무한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말 고맙고 고마운 사람들.
한국에 와서 당시 사진을 찍었던 도청 앞, 전일빌딩을 돌아보며 감회에 젖은 그들의 모습을 보노라니 저 역시 숙연해질 수밖엔 없었습니다.
특히, 당시 사망자들의 시신이 보관되고 있었던 상무관에서 아버지 영정사진을 들었던 조천호씨와 재회하는 모습에서는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현재 5 18 기념관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는 조천호씨는 43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얼굴 윤곽에 당시의 모습이 남아 있었습니다.
43년만에 조천호씨와 상봉한 프랑스 기자. 두눈엔 이슬이 맺혔고, 무한한 감동과 상념이 얽혀 있는 표정. 조천호씨와 굳게 잡은 두손에서 광주의 비극도, 세월의 아픔도 비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가장 눈물이 많이 났던 장면은 바로 이창현 군이 나오는 장면이었습니다.
이창현 군은 당시 7살로 어머니에게 광주역에 가서 놀고 오겠다고 말하고 집을 나섰다가 지금까지 돌아 오지 않고 있다 하는데 이창현 군이 쇼벨이 찍은 사진에 그 모습이 남아 있었으니까요.
아들의 모습을 43년만에 사진으로나마 마주하게 된 어머니가 눈물 짓는 모습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습니다. 43년 동안이나 행방을 알 수 없었던 아들의 모습을 사진에서 볼 수 있게 되다니.
그 후의 모습과 생사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사살된 후 암매장 되었거나 외국으로 입양되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하니 이창현 군의 어머니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지고 있을 것 같습니다.
창현군의 아버지는 이 사진도 보지 못하고 1년전에 세상을 하직했다고 하구요. 지금 살아 있다면 50세 중년이 되었을 이창현군. 꼭 어디에서라도 살아 있기를 바랍니다.
이창현군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던 쇼벨 기자는 지금도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와의 전쟁 현장을 누비고 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할말이 없을 정도입니다.
5 18 광주 민주화운동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최대 비극입니다. 수백명의 시민들이 계엄군에게 무참히 학살되었고, 지금까지도 생사를 알 수 없는 행불자도 100명 가까이에 달합니다.
그러나 5 18의 원인과 책임자 규명은 다 이루어지지 못한 채 43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아마 영원히 그 진실이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그 당시 광주에 살지 않아 참상의 피해를 비껴 가기는 했지만 많은 인척과 지인들이 광주에 살고 있어서 사건의 실체를 어느정도 알고 있는 편에 속합니다. 물론 피해 당사자들과 비교가 되겠습니까마는.
43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걸핏하면 5 18을 음해하고 모욕하는 인간들이 남아 있습니다. 특히, 여당이라는 국민의 힘 인사들, 교회 지도자, 극우 집단들과 언론 등
만약에 그들의 고향에서, 그들의 가족, 친인척, 지인들이 같은 피해를 당했는데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묻고싶습니다.
또한, 프랑스 사진기자들의 활약과 자세를 지켜 보면서 우리나라에는 저런 기자들이 왜 없는걸까 탄식이 절로 나옵니다.
5 18 기념식에서 영혼이라곤 일푼도 없는 말만 기념사로 되풀이한 대통령을 보면서 다시 한번 한숨을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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