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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택시세상

택시기사는 순발력이 있어야

희망연속 2022. 6. 20. 18:48

코로나 거리두기가 폐지되면서 엄청나게 늘어난 것 처럼 보였던 택시손님이 요즘엔 약간 주춤해 졌습니다.

 

당연한 현상이죠. 그동안 억눌렸던 각종 모임, 미팅, 술, 유흥 등의 욕구가 한꺼번에 풀리면서 잠시 늘었다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는 거품현상으로 보면 맞습니다.

 

그런 것을 가지고 언론에서 심야 승차난 떠들어댄거 보면, 하여간 우리나라 언론은 믿을게 못됩니다.

 

그건 그렇고, 

 

저는 터미널, 역, 병원 등에서 대기를 잘 하지 않는 편입니다. 성질이 급해서랄까. 성격상 약간 안맞다고 해야 하나.

 

다만 지나다가 대기하는 택시가 없거나 적다 싶으면 차를 댑니다. 잠시 쉬어 가는 의미에서.

 

얼마 전에도 강남고속터미널 경부선쪽을 갔는데 택시가 별로 없어서 차를 댔습니다. 제가 3번째이더군요.

 

그런데 군인 1명이 앞에 있는 택시에 바로 승차하지 않고 기사하고 무언가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러더니 다음 차로 와서 또 이야기를 하다가 3번째인 저에게로 옵니다.

 

아, 저건 시외가자는 것이고 앞차 2대가 안간다고 해서 나한테 오는 것이구나.

 

여기까지는 순간적으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군인이 강원도 철원을 가자고 하더라구요.

 

철원?

 

다른 때 같았으면 당연히 갔을텐데, 앞차 2대가 거절했던 이유가 있을지 싶었는데, 그냥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타라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저도 군대를 갔다 왔지만 아들놈이 군대 복무하면서 택시를 자주 이용했다던 기억이 앞서서 그래도 태워야 한다는 생각이 앞선 것이죠.

 

그러다가 내비게이션으로 강원도 철원군 동송면 시외버스터미널을 치는 순간 속으로 억하는 신음소리가 터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앗차, 실수했구나.

 

 

거리 101km에 택시요금은 겨우 9만원 남짓, 무려 2시간이 넘는다고 나오니.

 

하, 이런. 

 

앞에 2명의 택시기사가 역시 베테랑들이었구나, 철원에서 복귀 콜이 있을 리가 없으니 이건 안가는게 맞는 것인데.

 

저의 순발력 부족을 한탄하면서 어쩌는 수 없이 엑셀을 밟았습니다.

 

 

무려 2시간이 넘어 도착하고 보니 93,600원이 나왔습니다.

 

쓰린 속을 달래며 만에 하나, 복귀 콜(따당)을 기대하며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를 이용해서 의정부, 진접, 남양주, 구리 쪽으로 내려 왔는데 포천에서 서울가는 콜이 울렸으나, 헉, 순식간에 사라져버렸습니다.

 

구리시까지 와서야 겨우 손님을 태울 수 있었으니 강원도 철원행은 효율성이 완전 별로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선 연료비부터 따져 보았습니다. 요즘 개스 연비가 1L 당 7km 로 잡고 계산하니 35,000원 정도 나옵니다. 

 

(101.3km x 2회(왕복) / 7L) x 1,198원 =  34,673원 

 

소요시간 4시간,  시간당 23,400원으로 서울 주간 시간대 평균 20,000원 수입액을 생각하면 메리트가 거의 없는 편이죠.

 

연료비가 운행수입의 37%에 달하는 현 상황에서는 경기도 등 시외를 가급적 가지 않는 것이 오히려 효율성이 클 수도 있습니다. 특히, 복귀 손님을 태울 수 없는 곳은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강남터미널에서 철원가는 군인 손님을 태우지 않았던 제 앞에 서있던 택시기사 2명이 순발력이 있던 셈이고 저 같은 경우는 순간적인 대처력이 떨어진다고 보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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