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개인택시 그만둔 지 6개월만에 컴백 본문
저는 하루에 한번씩, 저녁 퇴근무렵에 집근처에 있는 복지충전소에서 개스를 채웁니다.
서울개인택시조합에서 운영하는 복지충전소는 다른 충전소에 비해 개스값이 싼편은 아니지만 오일을 교환할 때 할인해 주기도 하고 타이어 교환 시에도 혜택이 있습니다.
그 것도 좋지만 사실은 집과 가까운 탓에. ㅎㅎㅎ
저녁 8시경 귀가 무렵 충전소에서 자주 만나는 기사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유난히 차 관리를 열심히 하는 기사가 있었는데 세차 후 차 닦는데만 몇 십분을 소비할 정도로 정성을 들이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차량관리에 대해 그 기사분에게 몇번 물어보기도 하고 해서 도움을 받았었죠.
그러다가 요즘 잘 안보인다 싶었는데 오늘 충전소 휴게실에서 우연히 다시 만났습니다. 저는 반가운 나머지 왜 요즘 안보이시냐. 다른 곳으로 옮겨 가셨냐고 말을 붙였더니 6개월 전에 개인택시를 넘겼다고 하는군요.
어쩐지.
그런데 6개월을 쉬고 보니 그래도 개인택시를 못잊겠어서 다시 돌아 오려고 얼마 전에 계약을 했다고 합니다.
ㅎㅎ, 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군요.
사실 그 분 나이도 막연히 저보다 몇살 위로만 보인다고 짐작만 할 뿐이지 이름도 모르는 처지입니다.
이야기를 나누고 보니 올해 나이 70으로 50대 초반에 직장을 그만두고 개인택시를 운행한 지 17년이 됐다는군요. 그런데 개인택시에 싫증이 나서 6개월 전에 팔고 손주들 봐주면서 쉬었는데 몸이 근질근질해 지인이 하는 편의점 야간 알바를 했답니다.
아, 집에서 가만 쉬지를 못하는 성격이구나.
그러나 야간 편의점 일 역시 성격과 맞지 않은 점이 있어서 그래도 개인택시가 낫다 싶어 떠난지 6개월만에 다시 택시핸들을 잡으려고 하니 참 이것이 운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군요.
개인택시를 팔고 6개월이 넘어 버리면 개인택시(사업용 차량) 경력이 사라져 버려서 6개월 전에 계약을 서둘렀다고 합니다.
그래야만 교통안전공단에 실시하는 4박 5일간(60시간)의 교육을 1박 2일(16시간)만 받는 혜택이 있다고 하면서, 지난 주에 교육도 받고 왔다고 합니다.
개인택시 가격은 6개월 전에 판 가격에 비해 100만원이 더 들었으며, 요즘 신차 출고가 늦어지는 탓에 중고차를 살 수밖에 없었고, 매매 수수료 등 이것 저것 수백만 원 이상 들어 가기는 했지만 그냥 운명이려니 하고 힘 닿는 날까지 택시를 열심히 몰겠다고 합니다.
개인택시를 그만 뒀던 가장 큰 이유가 스트레스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특히, 손님들의 무례한 행동이 해가 갈수록 심해져서 많이 지쳤다고 하는군요.
17년이나 개인택시를 몰았는데도 스트레스를 받고, 개인택시를 팔고 말았구나, 나는 이제 7년밖에 안 지났으니.........
대화를 나누면서도 이런 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다음에 자주 뵙겠다고 인사 후에 헤어지기는 했지만 과연 좋은 일인지 안좋은 일인지 분간이 안갑니다.
오늘 아침에 부산에서 가장 큰 택시회사가 문을 닫았다는 보도가 나온 것을 봤습니다. 택시 가동율이 80%는 돼야 회사가 돌아 가는데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IMF 때 보다도 더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택시를 팔고 나가 봐야 또 뾰족한 수도 없겠지요. 일을 안하고 그냥 노는 게 상수인데 성격 상 그렇지도 못하면 그게 또 문제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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