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택시 자격유지검사, 어렵지 않습니다. 본문
택시 자격유지검사는 택시기사가 만 65세가 되면 3개월 이내에 반드시 치러야만 하고, 60대에는 3년에 1회, 70세가 되면 1년 마다 봐야 합니다.
처음 생긴 시험이라 귀찮기도 하고, 컴퓨터나 스마트폰과는 거리가 먼 고령세대라 약간의 두려움도 있기도 하지만 결론은 '전혀 겁먹을 필요없다'는 것입니다.
저는 금년에 65세가 되어 시험을 치렀는데 하루라도 빨리 시험을 치르고 싶었고, 전과목 1등급을 받겠다고 호기도 부려봤습니다. 너무 얕잡아 봤나요.
교통안전공단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서울 지역(성산시험장, 노원시험장 등 2곳) 예약잡기가 여의치 않아 수원역 인근에 있는 수원 교통안전공단 지부에서 시험을 봤습니다. 경기도는 넉넉하더군요.
시험시간이 오후 1시. 여유있게 11시경에 도착하니 한쪽 대기실에서 자격유지검사 동영상을 볼 수 있도록 해놨더군요. 다른 사람들과 몇번을 보고 구내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한 후 돌아 왔더니 접수를 받습니다.
수수료 2만 원. 시험시간은 약 2시간.
시험장으로 들어가 지정된 좌석에 착석하니 동영상을 틀어줍니다. 그러더니 다시 시험감독관이 들어와 또 유의사항과 연습문제를 돌려줍니다.
드디어 2시. 시험 시작.
먼저 연습문제를 풀어 본 다음 자신있으면 바로 본시험으로 들어가도록 되어 있더군요.
제가 좀 쉽게 생각한 면이 있었습니다. 연습문제는 건성으로 풀고 본시험으로 일찍 들어가 빠른 속도로 풀어 나갔습니다.
약 30여 명의 인원 중에서 제가 2번째로 일찍 마치고 바로 판정표를 받았습니다.
우리나라는 참, 뭐든지 속전속결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시험문제 풀고 돌아서니 감독관이 바로 판정표를 뽑아주고.
총 7개 검사항목 중에서 4개 항목이 1등급, 2개 항목이 2등급, 3등급이 1개였습니다. 아쉽. 아쉽.
시험이 쉽다고 생각되어 중간에 방심한 면이 있었습니다.
판정결과 5등급이 2개 이상 나오면 불합격입니다. 불합격되면 14일간 운행정지고, 14일 후에 다시 시험을 봐야 합니다.
물론 자격유지검사가 아닌 의료적성검사를 받아도 됩니다. 의료적성검사는 수수료 5만 원이고, 지정된 병원에서 받으면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솔직히 의료적성검사는 원래 취지에 맞지 않는 것이죠. 고령 택시기사가 너무 많아 교통사고에 취약한 현실을 감안하여 자격유지검사를 실시하는 것인데 웬 의료적성검사?
선진국도 다 하는데 우리라고 못할 게 뭐 있겠습니까. 해야 맞습니다.
처음 실시하는 시험이라서 문제가 굉장히 평이한 수준입니다. 물론 차차 난이도가 올라 가겠지만요.
보도에 의하면 자격유지검사 불합격율이 3.88%, 의료적성검사는 0.21%라고 합니다. 1,000명이 시험을 보면 39명이 자격유지검사에서 불합격이고 의료적성검사는 단 2명.
이러면 또 욕먹게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일본 역시 몇년 전부터 우리나라처럼 65세부터 3년마다 시험을 치르도록 하고 있고, 75세부터 1년마다 보고 있답니다. 그 외에 의사의 건강소견서도 첨부하게 한다는군요. 자격유지검사에서 불합격율이 4~5% 정도 나온다고 합니다.
아무튼 택시 자격유지검사는 전혀 어렵지 않은 수준입니다. 개인택시 지부나 복지 충전소에 설치된 시험기기를 몇 번만 해봐도 금방 할 수 있습니다. 유튜브를 봐도 도움이 되구요.
택시운전 기사가 이 정도의 시험에 기가 죽고 왈가왈부할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아래는 7개 검사항목별로 요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1. 시야각 검사 : 기억력 테스트
ㅇ 방향이동 : 왼쪽(A), 오른쪽(B) 큰 버튼 사용 / 원의 색상이 바뀔 때 : 빨강, 초록, 버튼 사용 / 자동차 위치를 확정할 때 : 확인 버튼
ㅇ 시계판의 숫자처럼 생긴 화면 중앙에 원의 색이 빨강 또는 초록으로 바뀌면 해당 버튼을 누릅니다.
ㅇ 동시에 화면 가장자리에 순간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자동차의 특정위치를 보고 12시 방향인가? 6시 방향인가? 아니면 7시 방향인가?를 기억했다가 버튼을 눌러 한칸씩 아래로 이동시킨 후 아까 봤던 자동차의 위치에서 확인 버튼을 누릅니다.
ㅇ 제시조건은 단순형, 복잡형 두 문제가 있고, 총 32회 시행합니다. 연습문제를 풀고 자신이 있으면 바로 문제를 풀어도 되고, 자신이 없으면 연습문제를 더 풀어보고 본 시험을 볼수 있습니다.
ㅇ 저는 1등급을 받았습니다. 화면에 집중하여 버튼조작을 하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2. 신호등 검사 : 순발력, 민첩성 테스트
ㅇ 파란신호가 켜지면 엑셀을 바로 밟고 달리다가, 순간적으로 위험표지판 또는 빨간 신호등이 나오면 브레이크를 밟는 시험입니다.
ㅇ 평소 운전하던 대로 오른쪽 발만 사용하여 신속하게 브레이크 페달을 바꿔 밟으면 됩니다.
ㅇ 총 15회 테스트 합니다.
ㅇ 저는 신호등 검사에서 3등급을 받았는데 시험이 단순해서 잠시 멍때리고 있다가 브레이크 밟는 속도가 약간 늦어졌던 모양입니다.
3. 화살표 검사 : 기억력, 주의력 검사
ㅇ '왼쪽(A)', '오른쪽(B)' 큰 버튼만 사용
ㅇ 화면 좌측이나 우측에서 화살표가 나타나는데, 우측에서 화살표가 나타나면 우측버튼을, 좌측에서 나타나면 좌측버튼을 빨리 눌러야 합니다.
ㅇ 그러나 우측에서 나타난 화살표가 좌측을 가리키고 있으면 좌측 버튼을 눌러야하고, 좌측에서 나타난 화살표가 우측을 가리키고 있으면 우측 버튼을 눌러야 합니다. 아차하면 이 부분에서 헷갈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ㅇ 이 문제는 총 60번을 테스트합니다.
ㅇ 저는 2등급을 받았습니다. 순간적으로 헷갈리는 경우가 있더군요.
4. 도로찾기 검사 : 주의력, 공간 지각력 테스트
ㅇ 숫자 버튼 1, 2, 3만 사용
ㅇ 화면에 여러개의 도로가 얽혀있는데, 도로의 시작점에 있는 자동차가 차고지로 가려면 어떤 도로로 가야하는지를 빠르게 찾는 문제로 총 20회 시행합니다.
ㅇ 시작점과 차고에는 1번과 2번이 있는데, 그 번호를 맞추면 됩니다.
ㅇ 번호를 쉽게 찾기 위해서는 역으로 차고지에서 자동차 출발지로 가는 길을 찾으면 쉽습니다.
ㅇ 7개 검사 중에 가장 쉬운 것 같았습니다. 1등급.
5. 표지판 검사 : 기억력 테스트
ㅇ 숫자 버튼 1, 2, 3만 사용
ㅇ 화면에 교통안전표지판, 도로안내표지판이 제시되면 이를 기억하여 동일한 표지판을 찾아야하고, 또한 도로표지판이 제시되면 이를 기억하여 특정 지역으로 가기 위하여 방향을 찾는 검사로, 30회를 시행합니다.
ㅇ 가령, 몽산포, 화성, 대전의 이정표를 화면에서 봤다고 하면 다음 화면에서 사거리에 1. 2. 3번을 표시해 놓고, 몽산포를 가려면 몇 번인가?를 묻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단어의 첫글자, 즉 몽화대를 외워서 1번 버튼을 누르면 정답입니다.
ㅇ 유의해야 할 문제는 좌측으로 가야 공항을 간다. 그런데 좌회전을 할 수 없어서 직진을 했다가 우회전을 해서(P턴) 공항을 가야한다. 그럴 경우 직진은 1번, 우회전은 2번, 좌회전은 3번이다. 이때 정답은 몇 번인가? 1번이 맞는 답입니다.
ㅇ 1등급 받았습니다.
6. 추적 검사 : 집중력 테스트
ㅇ 숫자 버튼 1, 2, 3, 4, 5 사용
ㅇ 자동차 5대중 한 대에 사람이 탑승한 후에 자동차들이 도로를 제멋대로 주행한 후 정지하게 되는데, 이때 사람이 탑승한 자동차를 찾는 검사입니다.
ㅇ 제시조건은 난이도에 따라 4가지 조건으로 총 12회 실시하는데, 이 문제는 화면을 집중해서 관찰한 다음 사람이 처음 탑승한 차량을 놓지지 않는 것이 핵심입니다.
ㅇ 1등급 받았습니다.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7. 복합기능 검사 : 다기능 해결능력, 집중력 테스트
ㅇ 조이스틱(오른쪽 막대기 같이 생긴 것으로 왼쪽, 오른쪽으로 움직이며 막대기 끝에 빨간 버튼이 있는 것)
ㅇ 이 검사는 3가지 복합기능을 시험합니다. A형은 화면상 도로의 좌우측에 나타나는 장애물을 조이스틱으로 방향전환하여 피하면서 숫자 7이 음성으로 들리면 조이스틱 위에 달린 빨간 버튼을 눌러야 합니다.
ㅇ B형은 위와 같은 장애물을 피하면서 화면에 빨간 신호가 나타나면 왼손 빨간 버튼을 누르고, 초록 신호가 나타나면 초록 버튼 눌러야 합니다.
ㅇ 시험감독관이 시험에 들어가기 전에 자격유지검사 항목 중에서 복합기능 검사가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탓에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뀌면 초록 버튼 누르기는 안해도 감점이 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저는 오히려 호기를 부리다 되려 에러를 범했습니다. 그래서 2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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