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택시기사는 진짜 독고다이(特攻隊) 본문
독고다이?
독고다이는 특공대(特攻隊)의 일본말입니다. 쓰면 안되는데 아직도 쓰고 있죠.
제가 택시 입문할 때 선배, 동료들이 "택시는 독고다이야"라고 이야기를 많이 하더군요. 택시기사는 1평 남짓한 공간안에서 외롭게 혼자 전투하듯이 영업을 한다라는 뜻에서 그렇게 이야기 하는 것으로 알아 들었습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하면 다른 의미도 더 있는 것 같습니다.
지인의 아들 결혼식에 참석해서 점심을 먹은 후 커피숍에서 잠깐 티타임이 있었습니다.
직장퇴직 후 모처럼 만난 사람들이 무척 반가웠고, 이런 저런 이야기로 시간 가는줄 모를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그 중 어떤 이가 저에게 말하더군요. 택시환경이 열악하고 택시기사가 어려운 직업이란 것은 알겠는데 정부에서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는데도 택시업계는 늘 불만이고 걸핏하면 거리로 나서서 밥그릇 챙기는 시위에만 열중하는지 모르겠다고. 그러니 택시가 시민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거 아니냐고.
사실 많은 이들이 그리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일정부분 사실이기도 하고.
그냥 웃고 넘길까 하다가 정부 지원이 많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고, 잘 못 알려졌다고 말했습니다.
저 역시 택시를 하기 전에는 택시에 대한 정부지원이 많고, 그러는데도 택시환경이 열악해진 데에는 택시기사의 책임이 크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택시업계에 발을 들여 놓고 택시로 밥을 먹고 살아보니 실제는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택시에 대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많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심지어 그 사람은 택시기사 월급도 버스기사처럼 일정 부분을 예산으로 지원해 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더군요.
법적으로 따지면 택시는 대중교통이 아닙니다. 버스나 기차, 지하철과 다릅니다. 단지, 택시가 대중교통으로서의 공공성이 큰 만큼 사람들은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알고 있고, 그래서 예산지원이 많은 것으로 아는 것이죠.
현재 택시에 대한 지원 중 가장 큰 부분은 LPG요금 감면입니다. LPG요금 중 약 20% 정도를 감면해주고 있는데 저의 경우 월 10만원 정도의 혜택을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택시뿐만 아니라 화물, 버스 등 영업용 차량에 대해 모두 지원이 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부가가치세 면제입니다. 택시 차량 구입 시 차량가격의 10%인 부가세를 5년에 1회 감면해 주고 있고, 아울러 택시회사에 대해서는 매출액에 대한 부가가치세도 감면해주고 있습니다.
그 밖에는 전혀 없습니다. 물론 지방자치단체별로 약간의 지원을 하고는 있습니다. 택시기사 통신비 감면, 신규 택시취업자에 대한 보조금 지원, 카드 수수료 감면 등이 그것인데 그나마 조족지혈에 불과하고 서울시는 그 것마저도 없는 실정입니다. 대한민국 수도로서의 위상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 가는 부분입니다.
반면에 택시에 대한 규제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지켜야 할 규정이 무려 300가지가 넘는다고 합니다. 영업일, 영업시간, 요금은 말할 필요도 없고 옷색깔, 옷 종류 심지어 양말까지도 규제대상입니다.
그래도 공공성을 띠고 있으니 그 정도는 지켜야할 게 아니냐. 좋습니다. 그러면 택시업에 들어 오려는 다른 민간기업에도 똑같이 적용을 해야 형평이 맞죠.
얼마전까지 문제가 됐던 타다는 엄연히 택시영업을 하는데도 렌트카라고 우기며 지들 맘대로 영업을 했죠. 영업시간, 일자도 지들 맘대로였고 가장 중요한 요금도 맘대로였습니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 공무원들은 나몰라라 했고, 언론은 띄우기에 급급했고, 시민들은 멋도 모르고 그냥 좋아했습니다.
요금이 30% 비싼 점과 불법이라는 사실은 지적하지 않았습니다. 택시요금을 30% 인상해 주면 친절하지 않을 택시기사가 없을 겁니다. 일반택시에 비해 30% 정도 요금이 비싼 모범택시의 친절이 문제가 되지 않고 있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택시기사들이 4명이 분신(3명 사망, 1명 중태)을 하며 저항하자 그제서야 플랫폼법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법 또한 최근에 택시업에 들어 오려는 민간기업에 많은 혜택을 주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공정성을 완전 상실한 것이죠.
위 내용을 간단히 설명해주자 그래도 이해가 가지 않는지 묵묵부답. 그래도 택시에 대한 정부지원이 형편없다는 사실은 이제야 알았다고 하더군요.
뭐 그들을 탓하지 않습니다. 저 역시 지금 택시를 하지 않았다면 그와 같이 생각을 했을테니까요.
요약하자면,
택시는 기사가 혼자 전투하듯이 일한다는 뜻에서 독고다이(특공대)라고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 언론, 시민 등 모든 이들로 부터 외면(?)을 받고 혼자 싸워서 이겨내야 하니 진정한 독고다이(특공대)라고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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