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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택시세상

95세 택시손님을 모셨습니다

희망연속 2020. 11. 24. 09:32

 

 

택시손님의 대부분은 20~30대 젊은 층이지만 가끔은 고령층의 손님도 탑승합니다. 작년에 신촌에서 96세 남자손님을 모신 기억이 있는데 얼마 전에는 95세 여자손님을 모셨습니다.

 

종로에서 어떤 남자분이 할머니를 태워 드리며 "어머니, 잘 가세요"하고 인사하는 것을 봤지만 할머니 얼굴은 제대로 보질 못했습니다.

 

연세드신 분들은 누구와 대화하기를 좋아하는 편이죠. 그 분도 코로나부터 시작해서 여러가지 말씀을 하는데 목소리도 카랑카랑하고 기억력도 또렷하게 느껴져서 초고령분이라는 사실은 짐작조차 못했습니다.

 

나중에 95세라고 하길래 제가 깜짝 놀랬습니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정해 보였거든요.

 

과거에 무슨 일을 했는지 연도별로 또박또박 말씀을 하는데 젊은 이 못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는 10여년 전에 먼저 세상을 뜨고 지금은 아파트에서 혼자 지내는데 여전히 식사도 직접 조리해서 들고 있다고 하시더군요.

 

할아버지가 세상을 뜬 후 한적한 시골에 내려가 혼자 살아보니 심심하고 외로워서 1년 만에 다시 서울로 돌아오셨다고 합니다.

 

지금도 일주일에 두세번씩은 아들이 맡아 하는 가게에 들러 이 것 저 것 코치를 하신답니다. 젊어서는 그 가게를 할머니가 직접 운영했었는데 이제는 아들에게 물려 주셨다면서.

 

그리고 지금까지도 다른 사람이 반찬을 해주거나 집안 일을 거들어주면 깔끔한 할머니 성미에 차지 않아 아직도 집안일을 거의 혼자서 다 하신다는군요. 

 

제가 "그리 건강하게 사시는 비결이라도 있습니까?"하고 여쭸더니 "늙어도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괜스레 나이 들먹이며 남에게 의지하는 사람이 많은데 할 수 있는한 직접 일을 하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라면서 "하루에 밥은 한끼만 먹고 나머지 두끼는 빵같이 부드러운 음식을 들고 있으며 육식은 거의 하지 않고 채식과 과일을 많이 섭취한다"고 그러십니다.

 

95세면 남들은 요양원 신세를 지거나 남의 도움없이는 움직이지도 못할 나이인데도 그렇게 꿋꿋하게 택시도 혼자타고 건강하게 돌아 다니는 할머니 모습을 보면서 또 중요한 사실을 배웠습니다.

 

작년에 태워 드렸던 96세 남자 손님께서도 병원이나 약국, 시장 등을 직접 다니고 집안 일도 맡아 한다고 하신 게 기억이 났습니다. 역시 사람은 절대 나이 탓 하지 않고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은 직접 하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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