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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택시세상

여성 택시손님이 일어나지 않을 때

희망연속 2020. 8. 11. 16:10

 

오늘은 일진이 좀 좋지 않은 날인지 황당한 일을 두번이나 겪었습니다.

 

새벽 5시경이면 아직 캄캄한 편인데, 게다가 비는 자주 내리고, 첫 손님으로 강동에서 수서역 인근에 가는 손님을 태웠습니다.

 

아침엔 차가 적으니 금방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손님이 어째 아무런 움직임이 없이 조용했습니다.

 

30대 후반쯤 여자손님이었는데, 금새 잠들어 깨지를 않는 것이었습니다.

 

손님, 다왔습니다. 큰 소리로 아무리 외쳐도 기척이 없더군요. 라디오를 크게 틀어도 봤지만 역시 감감 무소식.

 

그렇다고 여자손님 몸을 흔들어 깨울 수는 없습니다. 요즘 잘 못했다간 골로 가는 수가 있잖아요.

 

어떻게 해야할 지 얼른 생각이 나지를 않고 당황스럽기만 하더군요.

 

그러는 사이에 어두컴컴한 저편에서 어떤 아주머니 한분이 걸어 오시더군요. 아마 새벽운동 나가는 분 같았습니다.

 

아주머니께 정중히 부탁을 드렸는데, 그 분이 손님, 손님 두번을 부르니 깨는 게 아니겠습니까.

 

아니, 내가 그렇게 수십번을 불러도 반응조차 없다가 아주머니가 두번 불렀더니 일어나?

 

남자와 여자 목소리의 주파수가 달라도 그렇지, 남녀 차별하는거야 뭐야. 

 

술을 많이 들었는 지, 원래 잠이 많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일어나서는 미안하다 소리도 없이 카드결제만 하고 사라져 버리더군요.

 

여성손님 말이 나왔으니 제가 법인택시 할 때 동료기사가 당했던 에피소드가 생각이 납니다.

 

그 기사도 저의 경우처럼 여성 손님이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안 일어나더랍니다. 그래서 무의식 중에 그 여성손님 팔을 두번 정도 흔들었더니 갑자기 그 여성손님이 기사의 뺨을 후려치더랍니다.

 

거의 반사적으로 그리 했겠죠. 그런데 여성손님이 반지를 끼고 있어서 뺨을 칠 때에 반지때문에 기사 얼굴이 깊이 긁혀 피가 많이 났고, 안경까지 바닥에 떨어져 박살이 났답니다.

 

얼마나 세게 쳤는지, 참 우스운 일이 발생한 거죠.

 

결국 경찰을 불렀고 쌍방이 맞고발을 했다고 하는데 그 뒤 일은 어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여성손님의 몸에 손을 대면 큰일 납니다. 반드시 지나가는 여성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경찰을 불러야 합니다. 경찰에 신고할 때는 여성손님이라는 사실을 밝혀서 여성경찰이 출동하도록 요청해야 합니다.

 

 

새벽부터 그런 일을 겪은 후 오후에 또 문제가 생겼습니다.

 

길에서 사람을 태울 때는 그 사람의 인상과 몸가짐을 순식간에 파악한 후에 태워야만 프로 택시기사인데 제가 좀 미숙하다보니 태우고 나서야 아차 싶었습니다.

 

타자마자 술취한 목소리로 알아듣지 못할 말을 씨부렁거립니다.

 

그렇다고 개무시할 수는 없고 건성으로 답변하면서 운전하는데 갑자기 큰소리로 당신 어디 가는거야, 누가 이리 가라고 했어, 왜 차선을 함부로 변경하는거야 목소리가 점점 감당 못하게 커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같이 큰 소리를 내면 안되겠기에 인내하면서 좋은 소리로 이야기 했지만 역시나죠.

 

그러다가는 갑자기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휴대폰을 만집니다.

 

잘됐다 싶었는데 술이 취해 전화조차 못하고 다시 시비겁니다. 하는 수 없이 제가 경찰에 신고를 했더니 5분도 되지 않아 도착하더군요.

 

한국경찰의 신속성은 세계 최강이라는 거 인정.

 

경찰의 도움으로 차비까지 받고 그 자리를 벗어나기는 했습니다만 기분이 다운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택시기사라면 늘상 겪는 일이기는 하지만서도 하루에 두번을 겪고 나니 기분이 정말 드럽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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