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잘사는 지역일수록 대입재수생 비율 높다 본문

올 패스

잘사는 지역일수록 대입재수생 비율 높다

희망연속 2010. 6. 22. 13:23

더 좋은 학교 가려고 대학 합격하고도 재수… 수능 100% 전형 영향도

서울 강남구 소재 A고를 나와 올해 서울 사립 S대에 입학한 이모(19)씨는 2학기 때 휴학하고 대학 입시에 재도전하려는 이른바 '반수생(半修生)'이다.

이씨는 지금 주 4일만 학교에 간다. 수업이 없는 사흘은 사교육업체 인터넷 강의 사이트에 접속해 하루 종일 수능시험 공부를 한다.

 

이달 말부터는 대형 입시학원의 '반수 종합반'에 다닐 생각이다. 이씨는 "고교 동창생 중 집안 사정이 어려운 애들 빼곤 대부분 재수나 반수를 한다"며 "수능 한 번만 잘 보면 인생의 레벨이 달라지는데 반년 투자가 뭐 아깝냐"고 했다.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재수(再修)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과거 학력고사 세대만 해도 대학에 떨어진 학생들이 '어쩔 수 없이' 1년 더 공부하는 것이 재수였지만 요즘은 경제적 여유가 있는 수험생·학부모가 적극적으로 원해서 재수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부모 경제력→재수·반수→좋은 대학

이제까지 서울 강남·서초지역에서 명문대 합격자가 많이 나오는 것은 중·고교 시절 사교육을 많이 받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이 두 지역의 재수생 비율이 서울 평균보다 20%포인트 높은 65~68%로 드러나면서 재수 여부가 교육 격차의 숨겨진 요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학원가에선 재수를 하려면 연간 1000만~3000만원이 드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재수생 종합반 학원비가 월 60만~70만원에 달하고, 밥값·교재비를 합치면 한 달에 100만원 넘게 든다는 것이다. 기숙학원을 갈 경우 학원에 내는 돈만 월 180만~210만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재수생은 경제력이 높은 지역에서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서울의 평균 재수생 비율(45.7%)이 경기도(23.2%)보다 두배 높고, 서울시와 경기도 안에서도 강남·서초구와 과천시의 재수생 비율이 유독 높은 것은 각 지역의 경제력을 정확히 반영한다.

대성학원 이영덕 학력개발연구소장은 "경제력이 넉넉한 강남 학생들이 대학 기대치도 높고 재수 학원도 더 많이 찾는다"며 "강남 고교에서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것은 '고득점 재수생' 영향도 크다"고 말했다.

특히 강남지역에선 명문대에 붙어놓고도 더 좋은 학과에 가기 위해 재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교사들은 전했다. 휘문고 반의환 교감은 "우리 학교 아이들은 비전이나 자신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편"이라며 "좀더 좋은 대학, 좀더 나은 학과에 가기 위한 반수생이 많다"고 말했다.

재수의 의미 자체가 바뀌었다는 지적도 있다. 가톨릭대 성기선 교수(교육학)는 "아이들에겐 합격·불합격이 아니라 몇 칸 위 대학으로 들어가느냐의 경쟁이 중요해졌다"며 "재수는 이제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학생들이 몸값을 올리려는 전략적인 행동 양식"이라고 지적했다.

 

보통 학생들이 3년 동안 대학 입시를 준비한다면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의 자녀는 4년을 투자해 더 높은 '학벌 지위'를 노린다는 것이다.

"명문대 입시 전형이 재수 부추겨"

유명 대학들의 입시 전형 방식이 재수를 유발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연세대, 고려대 등 수도권 명문대학들이 내신을 배제하고 수능 100%로 선발하는 '수능우선선발' 전형 등을 도입하면서 "수능 한 번 더 봐서 '대박' 나면 인생 역전"이라는 수험생 심리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진학교사들 모임인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조효완 공동대표(은광여고)는 "고려대·연세대 등 명문 사립대학들이 특목고 출신을 싹쓸이하려 만든 전형이 강남지역 고교를 '재수생 공장'으로 만들었다"며 "수능 100% 전형이 있는 한 재수 열풍은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수생이 수능 시험에서 강세를 보이는 것은 선택형 평가라는 수능의 한계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고려대 홍후조 교수(교육학)는 "수능문제는 일정한 패턴이 있기 때문에 학원 등 사교육기관이 패턴을 분석해 학생들에게 테크닉을 가르치기 쉽다"며 "깊이 있는 사고력을 요구하는 평가가 아니어서 재수를 통해 1년 더 반복 연습하면 수능 성적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오는 11월 치러질 수능시험은 사상 초유의 '재수생 강세'가 예상된다. 지난 10일 수능 모의고사를 치른 재수생이 이미 전년 대비 17%나 증가했고, 앞으로 1학기가 끝나면 많은 대학생들이 반수에 돌입할 것이기 때문이다.

복사본 2010highschool.xls


이만기 유웨이중앙학원 평가이사는 "지난해 쉬운 수능으로 하향 지원했던 강남지역 학생들이나 외고 졸업생들이 수능시험에 대거 응시할 것으로 보인다"며 "사상 초유의 '재수생 강풍'이 불 것"이라고 말했다.

복사본 2010highschool.xls
0.09MB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