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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년간 서울대 졸업생 직업 첫 분석

희망연속 2010. 5. 19. 17:12

 


서울공대(工大) 나온 법조인 203명 법대·경영대·사회대 이어 4위

교수 14%·의료인 12%·법조인 8% 순

언론인은 사회학과 출신이 가장 많아

전기공학부 53명 '법조인 모임' 가져

● 지난 28년간 졸업생 직업 첫 분석

정혜진 기자 hjin@chosun.com /조선일보 4.16

 
'판사·검사·변호사 등 법조인이 되려면 서울대 전기공학부에 진학하라'
'정치인을 가장 많이 배출한 서울대 학과는 정치학과가 아니다.'

뚱딴지 같은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통계상으로는 분명한 근거가 있다. 서울대가 1980년 이후 졸업생 12만여 명 가운데 동창회 명부 등을 통해 확인한 4만3694명의 직업을 분석한 결과다.

서울대 학생처는 15일 동창회 명부를 통해 확인한 각 학부·학과별 졸업생들의 직업 현황을 사상 처음으로 공개했다. 서울대는 이 직업 현황을 활용해 인터넷 게임 형식으로 서울대를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든 '서울대 스쿨게임'을 5월 1일 서울대 인터넷 커뮤니티 '스누라이프(www.snulife.co.kr)'에 공개할 예정이다.

이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28년간 서울대를 졸업한 사람 중 '교수'가 된 사람이 가장 많았다. 조사 대상자(4만3694명)의 14.40%인 6295명이 교수였다. 이어 의료인(11.8%)·법조인(7.9%)·공무원(5.2%)·교사(5.0%) 순이었다.

 
 
◆공대(工大) 출신 법조인 많아

서울대 출신 법조인(3441명) 중에서는 법과대학 출신이 2142명으로 절반이 넘는 62.3%를 차지했다. 비(非)법대 출신 법조인은 경영학부 출신이 가장 많았고(373명·10.8%), 사회대학 경제학부 출신(193명·5.6%)이 뒤를 이었다.

법조인을 많이 배출한 학부·학과 4위는 뜻밖에도 공과대학 전기공학부였다. 53명이 전기공학부 출신이었다. 전기공학부의 경우 동문 법조인이 많아서 '전기법조인 모임'까지 있다고 한다.

공대 안의 기계항공공학부(42명·5위)와 화학생물공학부(29명·7위)도 많은 법조인을 배출한 학부였다. 공과대학 전체에서는 203명의 법조인을 배출해 단과대학별로 법대(2142명)·경영대(373명)·사회대(318명)에 이어 네 번째로 많았다. 인문대학은 129명의 법조인을 배출했다.

공대 출신 법조인이 많은 것은 1990년대 이후 이공계 기피 현상이 반영된 것이다. 전기공학과(현재는 전기공학부 소속) 출신인 의정부지청 유혁 검사(87학번)는 "외환위기 이후 연구원·엔지니어들이 대거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걸 보면서 엔지니어가 되는 길을 선택하지 않고 사법시험을 친 후배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유 검사는 "변호사의 경우에는 전문적인 자연과학이나 공학적 지식을 활용할 기회가 많지만, 판·검사에게는 그런 기회가 생각만큼 잘 주어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직업을 '공무원'이라고 답한 사람은 모두 2261명(5.17%)이었다. 그 중에는 법대 출신이 478명(21.1%)으로 가장 많았고, 사회대학 경제학부(297명)·행정대학원 행정학과(145명)·경영학부(125명)·정치학과(78명) 등의 순이었다.

법대는 법조인 배출도 1위이고, 공무원 배출도 1위인 것은 학과 정원도 다른 과에 비해 많지만 사법시험과 행정고시에 응시하는 학생 비율도 높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대 졸업생들의 직업 비중이 가장 높은 교수의 경우, 의대가 997명(15.8%)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로 전기공학부(510명), 기계항공공학부(339명), 건설환경공학부(177명), 재료공학부(149명), 건축학과(147명) 등이었다. 공대는 모두 1677명의 교수를 배출해 단과대 중 가장 많았다.
 

◆학과와 상관없는 직업 선택도 많아

법대나 의대, 사범대 등 상대적으로 '진출로'가 뚜렷한 단과대학 출신들은 대체로 해당 분야 직업을 선택한 사람들이 압도적이었다. 이번 조사에 답한 법대 졸업생 3173명 중 2134명(67.3%)의 직업이 법조인이었다. 사범대 출신도 전체 응답자 3738명 가운데 1721명(46.0%)이 중·고등학교 교사였다.

공대 전기공학부는 졸업생(2094명) 4명 중 1명꼴로 대학교수였다. 510명(24.4%)이 교수였고, 기업연구소 299명, 제조업 159명, 엔지니어링·설계 149명, 통신 145명 등으로 진출했다.

그러나 학과와 관련 분야 직업이 꼭 일치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대표적인 직업군이 언론계로, 신문·방송 등 언론사에 취업한 졸업생을 가장 많이 배출한 학과는 언론정보학과가 아니라 사회학과였다. 서울대 출신 언론인 1420명 중 사회학과 출신이 100명으로 가장 많았고, 언론정보학과가 96명, 정치학과 93명, 경제학부 90명 순이었다.

또 이번 조사에서 직업을 '정치인'이라고 답한 사람은 모두 168명(0.4%)이었다. 가장 많은 정치인을 배출한 학과는 정치학과(12명)가 아니라, 경제학부(34명)였다. 이어 법대(20명)·경영학부(13명)·정치학과(12명)·외교학과(10명) 등의 순서였다.

경영학부의 경우, 이번 조사에 응한 졸업생 2404명 중 은행·증권·투자금융회사 등 금융계로 진출한 사람이 685명(28.5%)으로 가장 많았으나, 법조로 진출한 사람도 331명(13.8%)에 달했다. 147명(6.1%)은 교수가 됐다.

사범대 졸업생(3738명) 중에는 중·고등학교 교사가 1721명(46.0%)으로 가장 많았지만, 대학교수 548명(14.66%), 공무원 161명(4.31%), 신문·방송 121명(3.24%), 학원강사 89명(2.38%) 등 취업 분야가 다양했다.

이날 서울대가 발표한 직업 현황은 학생동아리 스누라이프(SNU-Life)가 학생처의 지원을 받아 분석했다. 그러나 아직 법조인·언론인·공무원·교사 등 일부 직군 외에, 일반 기업체로 취업한 사람들의 직업은 분류가 끝나지 않았다.

서울대 관계자는 "5월 1일 공개하는 '서울대 스쿨게임'을 통해서는 서울대 각 학과 졸업생들의 직업 분포를 세부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학생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이 스쿨게임에 접속하면 '온라인 서울대' 학생이 될 수 있다. 온라인 서울대 학생은 이 게임 속에서 자기가 원하는 학과의 동영상 강의를 듣고, 실제 서울대의 중간·기말고사 시험도 쳐볼 수 있다.

 

서울대는 게임 속에 실을 시험 문제를 확보하기 위해 서울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문제출제' 이벤트를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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