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서울대와 칭화대 본문
칭화(淸華)대는 중국 최고 명문대학이다. 중국 관리과학연구원이 발표한 올해 대학 순위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무려 7~8년째 베이징대를 누르고 최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공(理工)계 전문대학인 칭화대가 인문ㆍ사회과학 중심의 베이징대를 앞선다는 평가는 이미 중국이 `테크노크라트(technocrat) 사회'임을 의미한다.
이를 증명하듯 중국 고위지도자중에는 칭화대 출신이 유난히 많다. 최고권력기관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9명중에는 후진타오 총서기ㆍ국가주석, 우방궈 전인대 위원장, 황쥐 부총리, 우관정 중앙기율검사위 위원장 등 무려 4명이나 된다.
또 주룽지 전 총리도 그렇다. 중앙부처, 지방행정 등에는 고위급 관료들이 수백여명에 이른다.
이처럼 칭화대는 거대 중원(中原)을 이끄는 중추대학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는 중국이 국가발전의 근간을 과학기술에 두고 50년, 100년 대계(大計)로 추진해온 교육정책과도 무관치 않다.
이러니 `칭화대=인재산실'로 불릴 만하다. 때문에 최우수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학인건 당연하다. 2003년도 대학입시에서는 각 성ㆍ시 상위권 10% 학생들중 70%가 칭화대에 진학했다. 지금 칭화대 목표는 세계 일등 이공계 대학이다.
눈을 돌려 국내 최고 대학임을 자랑하는 서울대를 보자. 올해 서울대 의대 편입생 합격자중 자연대, 공대 등 이공계 대학 출신은 80%나 됐고 서울대 출신도 66%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지원 이공대생들은 직업이 불안정해서, 경제적으로 불리해서, 사회적으로 인정을 못 받아서 등을 이유로 꼽았다.
또 지난해 입학한 이공계 신입생중 70여명이 `의대 재수'를 위해 휴학했다. 여기에다 이공계 적(籍)을 지닌채 육법전서와 씨름하는 이공학도들도 꽤나 많다. 이공계 대학원은 모집정원의 절반 정도 밖에 채우지 못했다.
이들은 대부분 이공학도의 꿈보다 의사ㆍ변호사의 길에 목숨을 걸고 있다. 앞날에 대해 전혀 희망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가가 부여한 자격증 하나로 평생 정년퇴직도 없이, 돈걱정도 없이 살고 싶은 것이다.
단면이지만 이게 지금 서울대 자연대와 공대의 위상이다. 이같은 `탈(脫) 이공, 향(向) 의법(醫法)' 왜곡상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게 뻔하다.
듣기에 꺼림칙하지만 사실인 이야기 하나다. 고교 동창생 2명이 졸업후 20여년만에 만났다. 서울대 공대에 입학해 KAIST에서 석ㆍ박사까지 받은뒤 IT기업에서 일하는 A. "얼마전 친척조카 녀석이 점수를 들고 입학자문을 구하더군. 서울대 공대를 갈까, 지방대 의대를 갈까 하고 말이야. 뭐랬는지 알아. `의대 가야지 무슨 서울대 공대냐'고 호통을 쳤지."
서울대 공대에 떨어져 재수뒤 한 사립대 의대를 나와 개업의로 있는 동창생 B.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서울대 공대에 떨어진게 천만다행이야."
공직사회에서 기술고시 출신이 행정고시 출신 보다 영원히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 없는 한 이런 서글픈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다.
때문에 칭화대가 세계적 명문으로 뻗어가고 서울대가 버림받는건 당연한지 모른다. 칭화대와 서울대의 이같은 `하늘과 땅(天地)' 차이에는 우리 정부 책임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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