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여수 삼학집의 서대회무침 본문
여수를 15년만에 찾았습니다. 고향은 아니지만 부모님이 생전에 마지막으로 거주하셨던 곳이어서 저에게는 각별한 도시이기도 하죠.
여수는 음식으로 이름난 도시입니다. 15년만에 찾으면서 가장 먹고싶은 음식을 생각하노라니 서대회무침과 간장게장이었습니다. 간장게장이야 서울 여느 시장이나 음식점에서도 맛볼 수 있지만 서대회무침은 다르죠.
서대는 냉동시키면 맛이 쉽게 변하는 탓에 서울에서도 먹을 수 있는 곳이 드뭅니다. 그래서 여수에 도착하자마자 서대회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서대회로 유명한 식당이 전에는 연안부두 쪽에 삼학집, 구백식당 등 불과 몇 군데에 지나지 않았는데 지금은 여기저기 많이 생겼다고 하더군요.
예전에 먹어 봤던 삼학집을 찾아 갔습니다. 서대회로는 여수에서 가장 오래된, 말하자면 원조식당인 셈입니다.
삼학집을 찾아 식당 앞 도로변에 차를 대고 건물을 보니 제 기억 속의 건물이 아니었습니다.
주인에게 물어보니 건너편 약간 떨어진 곳의 옛 삼학집 식당은 세를 주고 현재의 건물로 이전했다고 하네요. 최신 건물이라 깨끗하고 널찍한게 맘에 들었습니다. 예전 건물은 낡고 오래되서 2층으로 올라갈 때 나무계단이 삐걱거렸던 기억이 났구요.
3대째 이어져 오는 깊은 맛이라는 홍보문이 붙어 있었습니다. 옛 건물 사진도 있었구요. 자그마치 80년이 넘었다고 하니.
황동규 시인이 옛 삼학집, 가파른 이층에서 식사와 함께 바다를 바라보며 쓴 시가 흥취를 느끼게 합니다.
서대회무침 2인분을 시키니 간단한 반찬과 상추 몇장이 얹어 나왔습니다.
침이 꼴깍, 서대회무침을 밥과 함께 양재기에 넣고 비볐습니다. 한번은 숟가락으로 그냥 입속에 넣고, 한번은 상추에 싸서 먹고 허겁지겁 삼켰습니다.
와이프는 초장 맛이 너무 진하다고 한마디 하더군요. 15년만에 다시 맛보는 탓에 비교하기가 약간 어려웠죠.
부모님 살아 생전에 서대회무침을 포장해서 갖다 드리면 맛나게 잡수시던 모습이 생각나 잠시 회상에 잠겼습니다.
1인분에 15,000원.
서대는 여수 연안, 수심이 깊지 않은 바다에서 낚시로 잡아 올리는 생선입니다. 정약전이 지은 자산어보에도 등장하는데 길이가 20~30cm 정도, 가죽신처럼 길다랗게 생긴 가자미과의 생선으로 질이 부드럽고 담백, 고소한 맛이 일품입니다.
막걸리로 만든 식초에 무쳐 먹으면 맛이 더욱 좋고, 생선구이나 조림으로 요리해도 맛있습니다.
어렸을적에 조림으로 많이 먹었던 기억이 있어서 지금도 가끔씩 전통시장에서 서대를 구입해서 육수에 간장, 파, 마늘을 넣고 조림으로 해먹고 있는데 정말 맛깔난 생선이죠.
그런데 옛날과 달리 서대회무침을 파는 식당이 많이 늘었는데 혹시나 서대를 수입하고 있지 않나하는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하기사 수입이든 국산이든 그게 그거이지만 말입니다.
여수 연안부두변과 이순신 광장 주변의 식당에서 맛볼 수 있습니다.
'맛있는 먹거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수 맛집 복춘식당 (1) | 2025.05.22 |
---|---|
국순당 옛날 막걸리 '고(古)' (0) | 2025.05.01 |
검은콩을 많이 먹어야 하는 이유 (0) | 2025.04.28 |
담백한 맛 '느린마을 막걸리' (0) | 2025.03.03 |
남양주 한정식 '김삿갓 밥집' (0) | 2025.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