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프로 택시기사와 아마추어 택시기사의 차이 본문
사람은 평소보다 돈을 많이 벌면 일을 더 하려 할까, 아니면 더는 일하지 않고 쉬려 할까. 직원들이 돈을 많이 받았을 때 일을 더 하려 한다면 회사는 직원들에게 월급을 많이 주고 보너스도 덤으로 줄 수 있다.
하지만 돈을 많이 받았을 때 더는 일하려 하지 않는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직원들에게 월급을 어느 정도 수준까지만 지급해야지 많이 줘선 오히려 곤란해진다.
업무 대가 적당해야
회사는 직원들에게 먹고살 수 있는 만큼만 월급을 준다.
도올 김용옥 선생이 강의에서 소개한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중국 관광지를 둘러보는데 전통악기를 연주하는 악사들이 있었다.
길거리에서 악기를 연주하고 관광객으로부터 돈을 받는 이들이었다. 음악이 굉장히 좋았던지 도올 선생 일행이 악사들에게 100위안을 줬다.
100위안은 현 시세로 1만8000원 정도 되지만, 이 에피소드는 10년도 더 된 일이고 당시 100위안은 중국에서 굉장히 큰돈이었다. 악사들이 하루 종일 거리에서 연주해도 벌 수 없는 금액이었다.
도올 선생 일행이 관광을 끝내고 그 자리에 다시 와보니 악사들이 없었다. 큰돈을 받은 후 그날 연주를 끝내고 술을 마시러 간 것이었다. 도올 선생 일행은 연주가 좋아서 돈을 줬는데, 돈을 받은 악사들은 더는 연주를 하지 않았다.
도울 선생은 업무 대가로 적당한 돈을 줘야지 큰돈을 줘서는 곤란하다는 취지로 이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리처드 세일러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 석좌교수는 뉴욕 택시기사들의 소득과 근무 방식에 관한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뉴욕 택시기사의 수입은 비가 오는지 여부, 시내에 행사가 있는지 여부 등에 따라 좋은 날도 있고 그렇지 못한 날도 있다.
그럼 수입이 좋은 날 택시기사들은 더 오래 일할까, 아니면 그날 벌어야 할 돈을 일찌감치 벌었으니 빨리 퇴근하려 할까.
수입이 좋은 날에는 평소보다 더 오래 일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그래서 수입이 좋은 날 더 오래 일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택시기사 중에는 그날 목표한 금액을 벌면 바로 일을 끝내는 사람들도 있다.
수입이 좋은 날은 하루 벌어야 할 돈이 일찍 채워지기에 다른 때보다 일찍 퇴근해 쉬거나 논다. 앞에서 본 중국 악사들처럼 일을 일찍 끝내는 것이다. 이처럼 수입이 많아지면 일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세일러 교수 연구팀은 이 패턴이 노련한 택시기사인가 아닌가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발견했다. 노련한 택시기사는 수입이 좋은 날에 더 오래 근무했고, 많은 돈을 벌었다.
이에 비해 일반 택시기사는 수입이 좋은 날 더 일찍 근무를 끝냈다. 그래서 수입이 좋은 날에 버는 돈이나 다른 날에 버는 돈이 별 차이가 없었다.
노련한 택시기사들이 더 많은 돈을 벌기는 했지만 근무 시간은 길었다. 일반 택시기사들은 돈을 적게 벌기는 했어도 근무 시간이 짧았으니 결과적으로 비슷한 것 아닐까.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일반 택시기사는 수입이 좋은 날에는 일찍 근무를 끝내지만, 수입이 안 좋은 날에는 평소보다 더 오랫동안 근무한다. 그날 수입 할당량을 채워야 하기에 수입이 안 좋은 날에는 더 오랜 시간 일하는 것이다.
반면 노련한 택시기사는 수입이 좋은 날에는 평소보다 더 오래 근무하지만, 수입이 안 좋은 날에는 일찍 일을 끝낸다. 하루 할당량을 채우려고 억지로 일하지 않는다. 노련한 택시기사는 수입이 좋은 날에는 더 오래 일해서 많이 벌고, 수입이 적은 날에는 집에 일찍 들어간다.
하루를 단위로 하면 누가 더 유리한지 알기 어렵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근무시간과 수입을 비교하면 어느 쪽이 더 나은지 알 수 있다. 한 달을 기준으로 보면 노련한 택시기사는 일반 택시기사보다 5% 더 벌었다.
노련한 택시기사는 더 오래 일해서 많이 번 것일까. 그렇지 않았다. 동일한 근무시간을 기준으로 할 때는 노련한 택시기사의 수입이 10% 많았다. 근무시간 기준으로 10%를 더 벌었는데 최종적으로 5%만 더 벌었다는 것은 그만큼 노련한 택시기사의 근무시간이 적었다는 뜻이다.
노련한 택시기사는 일반 택시기사보다 더 적게 일하고 더 많은 돈을 벌었다. 즉 수입이 좋을 때 열심히 일한 택시기사가 일정 수입을 채우면 더는 일하지 않는 택시기사보다 수입은 많고 근무시간은 오히려 적었다.
보통 사람들은 돈을 더 많이 번다고 더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 반대로 돈이 많아지면 일을 덜 하는 경향이 있다.
소수의 사람만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고 할 때 더 열심히, 많이 일한다. 욕심이 많아서일 수도 있고, 돈을 좋아해서일 수도 있으며, 더 전략적이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어쨌든 이런 사람은 소수다.
<주간동아, 2023. 11. 19>
저는 위 글을 읽고 높은 연봉을 받는 프로 스포츠 선수들을 생각했습니다.
프로야구 유명 선수들이 FA 계약을 맺게 되면 보통 4년에 100억이 넘는 선수들도 나오고, 어지간하면 몇십억을 받게 됩니다.
이 중에서 계약금, 즉 일시금으로 목돈을 받는데 보통 절반 이상의 금액을 한꺼번에 받게 되죠. 서민들에게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금액입니다.
그런데 과연 그만큼 돈값을 하게 되냐 이게 문제죠.
돈을 많이 받는 만큼 잘하게 되면 좋은데 소위 먹튀들이 많이 나오는게 현실입니다.
이 것은 돈을 많이 받았으니 이제는 잘하고자 하는 동기, 의지가 적어져서 그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많은 돈을 받을수록 더 열심히, 잘하는 선수가 있습니다.
두산의 양의지, SSG의 최정, KIA의 최형우 선수 등은 3번이나 FA 계약을 하고도 여전히 탑 클래스 선수로 뛰고 있습니다. 그게 프로죠.
일반 회사원도 그렇고 택시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장퇴직하고 연금받고 있으니 그냥 쉬엄 쉬엄 해라, 연금받고 그냥 등산, 낚시나 다녀라.
제 주변에선 아직도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틀렸다고 하진 못하죠.
그러나 체력이 닿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더 열심히 일해서 돈도 벌고 건강도 챙기면 금상첨화 아닐까요. 그게 진정한 프로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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