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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택시세상

어느 여성 택시손님이 언급한 계엄령

희망연속 2024. 12. 10. 14:09

양아치들의 불장난으로 막을 내린 계엄령 해프닝을 보고서 저는 한 여자 택시손님이 생각났습니다.
 
지난 9~10월 어느 날 오후. 명동 신세계 백화점에서 보광동 버스종점을 가자는 손님이 탔죠.
 
남산 3호터널을 지나 몬드리안 호텔 방향으로 좌회전해서 보광동으로 가는 비교적 짧은 거리였습니다.
 
경리단 부근에서 웬 시위대가 행진을 하고 있었고, 그들을 본 택시손님이 평화적인 시위에 대해 언급을 하더군요.
 
시위대를 막는 경찰이 고생을 많이 한다고 이런 저런 말을 하다가 갑자기 계엄령 얘기를 꺼냈습니다.
 
자기가 어릴 때 전두환 계엄령을 겪었는데 시내에서 본 계엄군 탱크와 총을 든 군인들 모습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트라우마가 되어 머릿 속에 남아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당 국회의원들에 대해 거친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그 무렵에 국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국방장관을 출석시켜 계엄령 선포 가능성에 대해 질의하고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었습니다.
 
이 평화로운 시기에, 뭐가 두려워서 야당은 맨날 계엄령을 들먹여서 혼란을 부추기냐, 대한민국같은 선진국에서 계엄령이 말이 되느냐, 완전히 유언비어고 선동이다.  
 
여성 손님이고, 나이도 그렇게 많지 않은데도 비판의 강도가 아주 센편이었죠.
 
택시손님에게 거의 말을 하지 않는 제가 딱 한마디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게 사실일 수도 있잖습니까."
 
그랬더니 갑자기 목소리 톤이 한층 올라갔습니다. 말이 되는 소리냐, 계엄령이 선포되면 국격이 떨어지고 환율이 급등해서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 경제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등등 제법 유식한 척. 
 
그러면서 마지막에 한 말이 걸작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게엄령을 선포할 그런 사람이 아니다. 전두환과는 다르다. 시대가 변했다.
 
ㅎㅎㅎ
 
보광동 버스종점 사거리에서 한남동 쪽 언덕길을 조금 올라가다가 어느 아파트 앞에서 내리더군요.
 
가만히 듣고 있는 것도 고역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거 아니겠습니까. 사람 보는 눈이 저 정도면 더 할 말이 있겠나요.
 
한남동 고급 아파트에 살면서 백화점 쇼핑하러 다니면 눈에 그 정도밖엘 보이지 않는건가.
 
그로부터 2개월 정도 지났지만 아직도 뚜렷이 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 여자 손님의 장담이 헌신짝이 된 지금, 그 손님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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