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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택시세상

어르신, 택시요금은 안주셔도 됩니다

희망연속 2024. 11. 25. 15:53

강남 세브란스 병원에서 매봉역 가는 80은 족히 넘어 뵈는 어르신 택시손님을 태웠습니다.

 

그 병원은 택시 대기장이 있기는 하지만 공간이 비좁은 편이어서 택시손님을 내려주면 곧 나와야만 합니다.

 

매봉역은 기본거리죠. 그래도 고마운 손님에 속합니다.

 

금방 매봉역에 도착했는데 할아버지가 택시요금을 내려고 지갑을 찾느라 입고 있는 옷 여기저기를 뒤적거리더군요.

 

저 역시 방금 넣어 둔 지갑을 어디에 뒀는지 찾지 못할 때가 있죠. 사람은 누구나 건망증이 있습니다.

 

그런데 상당히 오랜동안 여기저기 뒤적거리며 찾는데도 지갑이 안나오는 모양새입니다.

 

할머니도 덩달아  안절부절입니다. "당신 지갑 봤어? 아까 당신이 지갑 챙겼잖아요." 

 

보고있는 제가 안타까워서 말씀드렸죠. "어르신, 택시요금은 괜찮습니다. 그냥 내리세요."

 

하지만 두분 다 미안해 하는 표정을 지으며 계속 옷을 뒤적거립니다.

 

그 와중에 택시 창밖에서 중년의 남성 외국인이 저에게 "인천 에어포트?"하질 않겠습니까.

 

도곡동에서 인천공항이면 양질의 코스죠. 좋은 손님에 속합니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 어르신께 간곡하게 말씀드렸습니다. 택시요금은 괜찮으니 그냥 내리시라고.

 

그러나 할아버지, 할머니는 어쩔줄 몰라하시며 계속 호주머니와 가방을 뒤적거립니다. 

 

그러자 택시 밖에서 잠시 기다리던 그 외국인이 뒤에 오는 택시를 타고 가버리는게 아니겠습니까.

 

이런 이런. 가슴에서 안타까운 탄식음만 나왔습니다. 

 

그제서야 어르신 두분이 "기사양반 미안해요. 분명히 지갑을 여기 둔 것 같은데."하면서 내렸습니다.

 

결국은 어르신 택시요금도 못받고, 인천공항 손님도 놓치고, 가슴이 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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