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폭설이 내릴 때의 택시영업 본문
2024년 11월 27일 수요일
여느 때처럼 새벽에 일어나 창밖을 살폈습니다. 간밤에 눈이 온다는 소식이 있어서죠.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분명히 뉴스에는 1cm 안팎으로 약간 내린다고 했는데 폭설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올 겨울 첫눈인데 11월 내린 눈 치고는 기상관측 사상 최고라네요. 무려 28.6cm, 무릎까지 덮을 정도의 눈이 내렸습니다.
나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기왕 일어났으니 준비해서 차를 몰고 나갔습니다.
길은 약간 미끄러웠고, 차는 물론 사람조차도 별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겁(?)을 먹고 아예 차를 둔 채 대중교통으로 움직이는 것 같았습니다.
손님들은 눈이 내리니 집에서 콜을 불러 제끼는 모양새, 휴대폰에 불이 날 지경이었죠.
하지만 길 미끄러운데 콜을 받아 골목으로 잘 못 들어 갔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사실.
큰길로 나와서 길거리 손님을 우선적으로 태우고, 콜은 대로변이나 잘 아는 건물 앞에서 부르는 것만 잡아서 운행했습니다.
코스 좋은 콜만 잡아서 운행하는 것은 에센셜입니다.
이럴 땐 손님은 많지만 길이 미끄러우니 차가 잘 나가지 못합니다. 조심해야죠. 안전운전이 최고입니다.
평소 운전할 때 보다 차간 거리를 더 띄우고 속도 역시 줄여야만 합니다.
그래도 오늘 처럼 눈이 많이 오는 날이면 택시기사가 갑이 됩니다. 손님은 완전 을이죠.
타는 손님마다 연신 고맙습니다를 연발하더군요. 기분이 좋았습니다.
점심 때는 택시 승강장에 차를 대놓고 지하철역에 들어가 만보걷기를 했습니다.
몸은 바쁘지만 막간을 이용해 하고 싶은 운동을 하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나중에 깨달은 사실 하나.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내리는 폭설을 뚫고 열심히 핸들을 돌렸지만 오늘 번 돈을 생각하니 큰 아쉬움이 몰려 왔습니다.
근로의 댓가가 너무 빈약한 것 같았으니 말입니다.
그러니 오늘 같이 눈이 내리거나 하면 택시 역시 자취를 감추는 것 아니겠습니까.
날이 어두워지자 오토바이 부대가 도로를 완전히 점령하고 말더군요. 집에서 전부 택배로 음식을 시켜먹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오토바이 택배는 배달료가 정해진게 아니고 할증이 붙습니다. 오토바이 맘대로 붙는거죠.
그래서 눈이 많이 오게 되면 오히려 오토바이는 더 늘어 난다고 합니다.
반대로 택시는 어떻습니까.
승객 4명에 돈 몇천 원 택시요금 내고 눈발이 쏟아지는 비탈길, 미끄러운 골목길, 지하 주차장을 가자고 하는대로 가야만 합니다.
웬지 모를 허탈감이 몰려 왔습니다.
오늘같은 날엔 택시에 할증제(탄력요금제)를 도입해야 맞습니다. 그래야만 택시도 더 영업을 하러 나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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