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신비로운 절, 전남 화순 운주사 본문
전남 화순군에 있는 운주사(雲住寺)
대개 사찰은 산이나 계곡 등 인가와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운주사는 이상하게 평지에 있습니다. 주변에 높은 산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주차장에 차를 대고 구경하기엔 좋은 편입니다. 다만, 주차장에서 대웅전과 운주사의 대표적 유물인 와불까지는 약 700m 정도를 걸어 가야 합니다.
주차를 마치고 운주사를 향해 걷다 보면 맨처음 만나게 되는 일주문.
그런데 '영구산운주사'로 되어 있네요.
영구산?
찾아보니 영구산은 전라북도 진안군에 위치하고 있는 산이고, 운주사는 천불산에 있다고 하더군요. 아마 운주사 주변이 평지이고 산이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렇게 이름 지어진 것 같습니다.
일주문 전면 편액에는 '영구산운주사'이고 뒤편에는 '천불천탑도량'으로 씌어 있습니다.
운주사에 천개의 불상과 천개의 석탑이 있었다는 전설이 있는데 바로 그걸 옮긴 것 같군요.
일주문을 지나 운주사 경내로 난 길을 따라 걸어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여러가지 그림과 사진이 걸려 있더라구요.
게시된 사진 중에 특이한 점은 독일의 유명 사진작가였던 요헨 힐트먼이 1985년 운주사를 방문하여 찍은 사진이 있었고, 노벨 문학상 작가인 프랑스의 르 클레지오 역시 2001년 한국 방문 시에 운주사를 찾았다가 감탄하여 쓴 시가 게시되어 있었습니다.
다른 사찰에서는 찾아 보기 힘든 장면이죠. 그만큼 운주사가 다른 사찰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사찰 문화재 해설요원이 여행객과 학생들 앞에서 마침 해설을 하고 있었구요.
왼쪽 편에 한 무리의 석불들이 줄지어 있어서 뭔가 살폈더니 과거에 만들어진 석불이 아니고 1996년 부터 화순군청 주관으로 운주 대축제를 열어 참가자들이 석불을 만들어 세우고 있답니다.
구층 석탑. 다른 석탑과는 달리 기단을 만들지 않고 커다란 바위 위에 직접 세운 형태의 석탑입니다.
운주사의 모든 탑이 이러한 형태이며 고려시대의 특징이라고 하는군요.
구층 석탑 바로 옆에 위치한 '석불군 가'.
높이 8m, 너비 20m의 암벽에 불상을 모셨습니다. 암벽 위에도 석탑이 하나 보입니다.
1984년에 발굴되었다고 하네요.
칠층 석탑
높이는 9.6m, 고려시대 작품으로 보이며 상륜부는 유실되었지만 단정하고 소박한 신라 전형양식을 계승한 석탑이라고 합니다.
석조불감
불감이란 불상을 모시기 위해 만든 집이나 방을 말하며, 일반적인 건축물 보다는 그 규모가 작다고 합니다. 운주사 석조불감은 건물 밖에 단독으로 만들어진 감실입니다.
이렇게 큰 석조불감은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하다고 하며, 감실 안의 등을 서로 맞댄 두 불상 역시 매우 특이한 형상이라고 하네요.
높이 507m, 너비 363m
원형 다층석탑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원형석탑입니다. 높이 4.7m인 원형석탑은 탑의 구성이나 전체적인 형태에서 일반적인 석탑과는 다른, 특이한 형태를 갖추고 있습니다.
현재 남아 있는 것은 6층이지만 원래는 더 있었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운주사 대웅전과 다층석탑.
운주사의 대표적 유물인 와불을 보기 위해서는 계단을 올라가야 합니다.
와불이 1개가 아니라 2개라는 사실을 지금 알았습니다. 부부 와불이라고 하죠.
너비 10m, 길이 12m의 대형 불상.
이 와불은 지표면에 조각을 했다가 완공된 후에 일으켜 세우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른 재난이나 변고가 생겨서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와불이 일어서는 날이면 세상이 바로 선다는 전설이 있다고 하네요.
운주사 일대는 화강암보다는 부서지기 쉬운 응회암 지대여서 와불을 바위에 그대로 새겼을 것 같고 다른 석탑이나 불상들도 쉽게 부서지는 바람에 훼손이 심한 상태로 발굴되었고 합니다.
와불을 보고 내려가는 방향에 서 있는 칠층석탑.
거북바위로 불리는 다소 경사진 암반 위에 기단부 없이 탑신부를 세웠습니다.
화순 운주사는 누가, 언제 사찰을 세웠는지 전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통일신라시대 도선 국사가 세웠다는 설이 있다고 전해질 뿐입니다.
그러다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거치면서 사찰이 거의 파괴되었으나 18세기에 재건되었고, 1918년 신도들에게 시주받아 중건되었다고 합니다.
원래 천개의 불상과 천개의 석불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석불 90여좌, 석탑 21기만이 남아 있을 뿐이고 연약한 지형 위에 만들어진 탓에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많이 훼손된 상태입니다.
운주사의 석탑과 석불들은 기존의 다른 사찰과 불교의 조각에서 흔히 보던 것들과는 완전히 다르고, 심지어 운주사의 경내 분위기 역시 어딘가 신비로움마저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석탑과 불상이 신라와 고려시대 초기의 모습을 띠고 있다고 추측만 할뿐인데 아마도 이름없는 백성들과 석공들이 오랜 세월 동안 하나 둘씩 축조한 것이어서 그럴 것이라는 설이 유력합니다.
운주사 사찰 앞에서 감을 팔고 있기에 대봉 30개 들이 한박스에 3만 원, 단감 60개 들이 한박스를 2만 원에 샀습니다. 가격도 싸고 맛도 좋아서 횡재한 기분이 들었는데 알고 보니 운주사 주변이 감 주산지라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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