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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제사(時祭祀)와 노벨문학상 작가 한강

희망연속 2024. 11. 12. 12:21

시제사(時祭祀)란 매년 음력 10월에 문중에서 5대조 이상의 조상님께 올리는 제사를 말합니다.
 
시제사에는 전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자손들이 종가집에 모여 종친회 주관으로 제사를 올리는데 지금은 종친회가 사라진 곳이 많고 자손들의 관심이 희박해져서 그야말로 존폐의 기로에 있다고 할까요.
 
저희 문중의 경우를 봐도 십 수년전 까지만 해도 시제사는 잔치날이나 마찬가지였죠.
 
전국의 일가친척들 수십 명이 모여서 종가집 마당에 천막까지 치고 음식을 만들어 제사를 드린 후에 서로 음식을 나눠 먹으며 친교를 다졌던 만남의 장이었으니까요.
 
그러나 해가 갈수록 참석 인원이 줄어들더니 이번에는 불과 7명이 참석했습니다.
 
이대로 계속 해야 되느냐 하는 문제로 상의를 했지만 일단 지속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고, 한편으로는 그나마 참석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는 것 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덕담을 주고 받았습니다.
 
부친의 생전에는 부친께서 끝까지 참석을 하셨고, 옛날 분들이 다 그러했듯이 시제사를 중요하게 생각하신 기억때문에 부친 별세 이후 십 수년째 한번도 거르지 않고 제가 시제사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전남 보성까지, 새벽 4시에 일어나 약 4시간 30분을 달려 도착합니다. 피곤하기는 하지만 참석한 일가 친척분들과 반갑게 해후하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피로는 금새 사라지고 맙니다.
 
시제사를 마치고 식사를 하던 중에 이번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한강이 바로 우리와 같은 문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강 작가가 청주 한씨(淸州 韓氏) 양혜공파(襄惠公派) 36대손이라고 합니다. 제가 35대손으로 한강 작가의 부친인 한승원과 같은 항렬입니다. 
 
정말 반갑고 뿌듯했습니다. 다시 한번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시제사에 도통 관심이 없어 한번도 참석하지 않고 있는 아들에게 시제사에서 알게 된 사실을 들려줬죠.
 
"너는 한강 작가와 청주 한씨 양혜공파 36대손으로 같은 항렬이고, 게다가 한강 작가와 대학 동문이니까 더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했더니 그게 무슨 상관이냐며 무뚝뚝하게 대답은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분 좋은 표정인게 눈에 보였습니다.
 
요즘들어 성씨, 무슨 파, 몇대 손 이런거 들먹이면 구닥다리 취급받죠, 그냥 그렇다는 의미에 다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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