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지하차도로 가지 말아 달라는 '터널 증후군' 택시손님 본문

서울 택시세상

지하차도로 가지 말아 달라는 '터널 증후군' 택시손님

희망연속 2024. 10. 22. 15:58

부천 중동신도시에서 여의도 가는 손님을 태웠습니다.
 
택시요금이 많이 나오는 장거리 보다는 경로가 좋으면 반갑습니다. 다른 택시기사도 마찬가지일겁니다.
 
경인고속도로, 신월 여의 지하차도를 지나면 여의도는 금방이니까요.
 
다만, 신월 여의 지하차도는 2,600원의 통행요금이 있어서 손님에게 사전에 여쭤봐야 합니다. 손님들 거의 대부분이 당연히 OK하죠, 빨리 가야하니까요.
 
그런데 이번 손님은 달랐습니다. 40대 여성 손님인데 신월 여의 지하차도를 피해서 양평동 쪽으로 가 달라고 부탁하더군요.
 
어쩐지 지하차도는 평소에도 가기가 싫다. 통행요금이 문제가 아니다. 기사님께 미안하다는 말을 덧붙입니다.
 
택시기사 입장에서야 시간이 돈이니까 당연히 지하차도로 가는게 좋겠지만 손님의 부탁이니 지하차도로 가지 않고 목동교, 양평동을 지나 여의도로 갔죠.
 
택시기사 생활 중에 처음 겪은 일이어서 약간 의아하기는 했지만 손님 말을 더 들어보니 이해가 갔습니다.
 
그 손님은 평소에도 '터널 증후군'이 약간 있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터널, 지하차도 이런 데는 깜깜하고 밀폐된 공간이어서 지다 다니기가 두렵다고 하는군요. 
 
당연히 재난사고에 대한 두려움도 포함되겠죠.
 
그래도 터널 같은데는 그나마 괜찮아서 택시를 타면 그냥 가곤 하는데 지하차도는 여전히 꺼림칙하다네요. 그래서 신월 여의 지하차도, 서부간선 지하차도 등은 가지 않고 피한답니다.
 
작년 여름에 오송 지하차도에 침수사고가 발생하여 14명이 사망을 했었고, 경기도 과천 제2 경인고속도로 고가 방음터널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로 5명이 목숨을 잏었었죠.
 
지하차도, 터널, 고가도로 등에서 사고가 나면 상당히 위험하고, 또 사망자도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 손님은 어둡고 밀폐된 공간에 대한 증후군 같은 것을 지니고 있다고 하지만 평소 건강한 사람일 경우에도 정도는 다르지만 일종의 두려움 같은 것은 다 있다고 봐야 맞을 것 같습니다.
 
택시기사로 살면서 지하차도, 터널 같은 곳을 그동안 아무런 생각없이 다녔는데 손님 말을 듣고는 약간의 두려움도 새롭게 생기는군요.
 
그렇다고 핸들을 놓을 때 까지는 가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구요.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