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아저씨, 택시요금 좀 깎아주세요 본문
이태원역에서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비교적 젊은 청춘 한쌍이 택시에 올랐습니다.
시내에 있는 렌터카 회사 이름을 대며 빨리 좀 가달라고 하더군요.
"예"하고 대답은 했지만, 기분은 그냥 그랬습니다. 시간 약속이 있어서 그러겠지만 빨리 가달라고 재촉하는 손님들 보면 습관상 그러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태원에서 경리단 앞을 지나 3호터널, 을지로, 종로까지 거리는 얼마 안되지만 약간은 밀리는게 당연하겠죠. 그것도 평일 오후에 말입니다.
두 손님의 대화를 듣자하니 어디 놀러가기 위해 렌트카를 찾으러 가는 길인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어째 좀 귀에 거슬리는 말소리가 들려옵니다. 여자 손님 왈 "택시요금이 팍팍 올라가네, 와 저 정도였어."
택시 처음 타보나, 북한에서 온 것도 아니고. 많이 거북했습니다.
우리나라 택시요금이 세계 최하위권이다, 베트남, 방글라데시와 비슷하고 일본의 1/3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등의 하고 싶은 말이 입가에 맴돌았지만 말 섞기가 싫어 그냥 모른체 있었습니다.
그런 말을 자기네들끼리 있을 때 하는 것도 아니고 택시기사 등 뒤에서 대놓고 하는건, 좀.
약 20여분 후에 목적지에 도착했더니 8,900원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남자 손님이 "아저씨, 택시요금 좀 깎아 주세요." 하더군요.
황당했습니다. 택시기사가 실수로 길을 잘 못들었거나, 목적지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돌아 왔을 때 같은 경우는 깎아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땐 손님이 말하기 전에 제가 먼저 택시요금을 깎아 주거나 택시요금을 받지 않는 경우도 몇 차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죠.
나이 많은 분들이 가끔 돈 부족하다고 택시비 깎아 달라는 경우는 당해 봤지만 이런 경우는 택시생활 중 처음 아니었겠습니까.
여러 말을 하고 싶었지만 자기 입장은 전혀 생각치 않을게 뻔해서 그냥 "우리나라 택시요금이 세계에서 최하위권입니다." 라고 한마디만 했습니다.
그랬더니 신용카드를 팔걸이대 티머니기에 태그하는데 약간 거슬리는 모션을 하고 내려서 가더군요. 택시 문을 크게 닫고 갔더라면 내려서 진짜 욕을 해줄려던 참이었습니다.
택시비를 깎아 달라? 물론 깎아 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 명분이 전혀 없는데 그렇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보아하니 옷 차림새도 괜찮아 보이고, 렌트카 빌려서 커플로 여행 갈려는 모양새던데 택시요금 깎아 달라고 할 정도로 돈이 없다면 렌트카는 무슨, 그냥 도보 여행 가든지, 기차나 버스타고 가야 마땅하죠.
외국처럼 팁은 더 얹어주지 못하면서 깎아 달라는 말을 너무 함부로 하는거 같아 기분이 씁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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