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택시 진상손님의 레벨 본문
택시 일을 하다보면 불가피하게 진상 손님을 만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또 불가피하게 경찰을 부르곤 하죠.
얼마 전, 20대 젊은 남자손님을 길에서 태웠는데, 처음 탈 때에는 멀쩡하게 보였는데 말이죠, 타자 마자 어디까지 가달라고 간신히 말하고는 뒷좌석에 고꾸라집니다.
감이 안좋았죠, 역시 사람은 겉만 보고는 잘 모를 때가 많다니까.
목적지에 도착해서 아무리 불러도, 흔들어도 안일어 납니다. 미친 개한테는 몽둥이가 약인데 그럴 수는 없고.
택시기사에겐 시간이 금인데, 하는 수 없이 경찰을 불렀고, 경찰이 깨워도 마이동풍입니다. 도대체 저게 인간이야 강시(僵屍, 얼어 죽은 시체)야,
이러한 경우에도 경찰마다 대응법이 다릅니다. 어떤 경찰은 손님을 거의 장작 다루 듯이 패대기 치고는 호주머니를 뒤져 돈이나 카드를 꺼내 처리해 줍니다. 택시기사는 댕큐죠.
하지만 세상이 갈수록 수상해지니 경찰도 매사 몸조심을 하는거 같습니다.
택시요금이 18,000원. 피같은 돈이긴 하지만 포기할 땐 미련이 없어야 합니다.
젊은 경찰에게 요금은 안받아도 되니 나중에 스티커만 발부해 달라는 말을 남기고 택시를 뺐습니다. 무임승차 스티커는 10만 원입니다.
괜히 택시요금에 미련을 뒀다가는 언제 마무리될 지 모릅니다. 그리고는 돌아서서 잊어 버립니다.
지구대에 가서 조서 쓰고, 못받은 택시요금은 민사소송으로 받아야만 하는 게 정상적인 코스입니다만 바쁜 세상에 그렇게 할수는 없죠. 오히려 마이너스가 됩니다.
택시 일을 하면서 1년에 한번 정도는 저런 손님을 만나는 것 같습니다. 경찰은 가급적이면 부르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어서 2년에 한번 정도 부른 것 같구요.
따지고 보면 저런 정도는 약과죠.
택시기사를 뒷좌석에서 갑자기 두들겨 패는 손님,
일부러 택시에 부딪치고 나서는 돈을 요구하는 넘들,
택시요금 떼 먹을려고 갑자기 문열고 도망치다 다쳐서 왜려 큰소리 치는 인간,
목적지에 와서 돈 없다고 배째라 하는 인간,
마누라하고 싸웠는지 타자마자 시비 거는 인간도 있습니다.
별별 사건, 진상이 흔한게 택시죠.
택시 뿐만 아니라 서비스 업종에 근무하다 보면 저 정도 손님은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는 멘탈을 갖춰야 합니다.
언젠가 식당 주인이 택시에 타서는 국물에 벌레 같은 것을 몰래 넣고는 배상해 달라는 경우가 있어서 곤욕을 치렀다는 말을 했고, 어떤 과일가게 주인은 수박을 사서 간 손님이 하루 뒤에 수박 반쪽을 들고 와서는 맛이 없다며 환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답니다.
ㅎㅎ, 세상 참 재미있습니다.
아, 그리고 이건 여담이지만, 진상이란 단어는 국어사전에 조차 그 뜻과 어원이 나와 있질 않습니다. 말하자면 신조어인 것 같습니다. 하기사 전에는 진상 자체가 거의 없었겠죠.
진상이란 단어의 뜻을 국어사전에서 찾으면 임금에게 갖다 바치는 물건(進上), 또는 사건의 진실(眞相) 등으로 나오죠. 위에서 말하는 진상은 일본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일본말 역시 아니고 '진짜 밉상' 또는 '진짜 상놈'의 준말이란 해석이 맞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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