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택시기사의 휴대폰 해프닝 본문

서울 택시세상

택시기사의 휴대폰 해프닝

희망연속 2023. 12. 8. 21:40

 

택시손님이 요금계산을 마치고 내리고 나면 저는 반드시 뒷 좌석을 살펴 보는 습관을 갖고 있습니다.
 
혹시나 손님들이 깜박 잊은채 두고 내린 물품이 없는지 살펴보는 것이죠.
 
목을 뒤로 돌리게 되니 약간 불편하고 그렇지만 습관을 들이니 적응이 되더군요. 휴대폰, 가방, 쇼핑백, 목도리, 장갑, 열쇠 등 다양합니다.
 
두고 내린 물건이 눈에 띠면 그 즉시 '손님'하고 크게 불러서 돌려주니 저도 편하고 손님도 편합니다.
 
어제는 명동에서 인천공항 가는 젊은 여자손님을 태웠는데 손님이 내리고 난 후 뒷 좌석을 당연히 살폈고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해 공항 택시 대기장으로 이동했습니다.
 
대기장에 택시를 파킹하고 차를 살펴보는 순간 운전석 뒷 자리에 휴대폰이 있는 것을 발견했죠.
 
조금 전에 그 여자손님이 두고 내린 것 같은데 운전석 뒷 자리에 앉아 있다 휴대폰을 두고 내린 것 같았고, 제가 뒤를 돌아 살피기는 했지만 운전석 뒷자리라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흠, 아까 공항에 올 때 통화하는 내용으로 봐서 여행을 가는 것 같던데 휴대폰이 없으면 당황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연락할 방법이 없어 일단 조금전에 내린 출국장 게이트로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폰이더라구요. 갤럭시가 아니라 아이폰은 별로 내키지가 않았습니다. 아이폰을 볼 때마다 한 머시기 법무장관의 오만방자한 모습이 자꾸 오버랩 되서 말입니다.
 
왜 아이폰을 쓰는 거지, 세계적인 삼성 갤럭시폰을 두고.
 
택시 대기장을 막 나오는 순간 휴대폰 벨이 울리더군요. 역시 다급한 목소리. 조금 전에 내린 그 곳에서 기다려라, 지금 그 곳으로 가고 있다고 말을 하고 1분 후 쯤 바로 도착했습니다. 택시 대기장에서 금방이죠.
 
도착해서 한참을 기다렸는데도 안보이네요. 또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아까 그 게이트라고 분명히 말했는데 다른 쪽에서 나타납니다. 내가 손님하고 큰 소리로 외치자 그제서야 택시가 있는 쪽으로 다가와서는 휴대폰을 빼앗 듯 낚아채고 공항 대합실 안으로 사라져 버립니다.
 
이게 무슨 황당 시츄에이션? 최소한 고맙다는 인사는 해야 할게 아닌가.
 
어이상실. 내가 돈을 달라고 했나, 다른 댓가를 원했나, 칼을 들고 협박을 했나.

인사 한마디 하지 않고 내빼다니.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