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통행료는 택시기사가 내겠습니다 본문
화성이나 오산, 수원, 용인 등 서울 남부지역에 갈 경우에 서울로 돌아올 때면 아주 급한 때를 제외하고는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를 탑니다. 혹시나 귀로 손님을 태우기 위해서죠.
어제 오후에는 화성시 봉담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로 수원역, 장안문을 경유하는 1번 국도를 탔습니다.
오전엔 동대문에서 경기도 양평엘 갔는데 금요일이라 많이 막히기도 했거니와 올라올 때 콜이 단 1개도 울리지도 않아 기분이 완전 우울 모드였더랬죠.
그래서 잠실에서 봉담가는 콜이 울리자 오기로 잡았습니다. 봉담에 손님을 내려드리고 서울로 향하던 중 수원역을 지나는데 서울 구의동 가는 콜이 울리는게 아닙니까.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번개처럼 수락을 눌렀지만 역시나. "이미 배차가 완료되었습니다"하는 문구가 뜹니다.
이런 된장.
ㅋㅋㅇ 택시 배차는 ㅋㅋㅇ 마음이니 컴플레인 하는게 참 뭐하기도 합니다. 이런 케이스는 손님의 카드 잔액 부족 때문에 그러는 것인지 ㅋㅋㅇ에서 가맹택시를 밀어주는 이유로 그런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괜스레 짜증이 납니다.
그런데 몇분 후에 아까 배차완료라고 뜨던 콜이 다시 뜨더군요.
나이스. 이런 귀로콜을 잡아야만 그나마 조금은 돈이 되는게 택시의 현실입니다.
어떤 30대 후반 여자분이 딸아이를 데리고 택시에 오릅니다.
초등학생인 딸아이 방학을 맞아 엄마인 여자손님이 휴가를 내서 딸아이 체험학습을 시켜 주느라 여기저기 다니고 있답니다.
오늘은 옛 서울 농대, 현재는 경기도 창업센터이죠, 이것 저것 구경하고 수원역에서 전철을 탈까 하다가 너무 더워 택시를 불렀다고 합니다.
딸아이와 먹을 간식거리를 샀다며 빵, 사탕 등 몇가지를 저에게도 줍니다. ㅎㅎㅎ
여자손님과 딸이 서로 대화하는 것을 듣고 있으니 귀가 즐겁습니다. 굉장히 친절하고, 사려깊고, 배려심이 많아 보이더군요.
택시손님이 전부 이런 손님같다면 얼마나 편할까. 운전만 편한게 아니라 세상이 부드러워질 것 같은 느낌.
수원역에서 서울 광진구까지 약 1시간 10여분. 어떻게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운전할 정도였으니까요.
도착해서 보니 요금이 4만 몇천원. "고속도로 통행료 2,400원은 제가 내드리겠습니다."고 했더니 펄쩍 뛰더군요. 하지만 굳이 받질 않았습니다. 그냥 그러고 싶었습니다.
택시운행 8년이 넘는 동안 자주 그러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물건 값 할인해 드리는 셈입니다.
택시기사가 손님에게 통행료를 깎아 주는건 자영업자들이 물건 값 깎아주는 것과 비슷하다고 봐야죠. 그러나 택시는 손님과 다시 만날 확률이 희박해서 택시요금 할인이 드물다고 봐야할까요.
그 여자손님과 딸아이의 대화와 서로를 아끼고 배려하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기분좋은 손님에게는 통행료 몇천원 내드리는게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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