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의 승객안전의무 이행책임과 한계

 

 

택시기사는 승객을 출발지에서부터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운송할 책임이 있습니다. 당연한 얘기죠.

 

그러나 그 책임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술취한 손님을 목적지까지 모시고 와서 도로변에 내려 드렸는데 그 손님이 도로변에 내린 후에 도로변 펜스를 넘다가 굴러서 다쳤다면 그 책임은?

 

당연히 손님이 져야 하는게 맞는거 같은데 법원에선 기사책임 없다는 1심과 기사책임도 있다는 2심 판결이 엇갈리는 등 기사의 안전의무 이행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애매모호합니다.

 

얼마전 초저녁에 40대 남성 한분이 제 택시에 탔습니다. 술냄새가 확 풍기더군요.

 

그런데 목적지에 도착해서 택시요금을 계산하고 내리는 도중에 손님의 머릿부분이 조수석 문지붕에 약간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술이 취해 부주의한 것이죠. 심한 것도 아니고 경미하게 부딪친 것이었고, 술취한 손님이어서 제가 주의깊게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기사양반, 머리를 다쳤어요. 어떻게 할거요?" 하면서 머리에 손을 대고 아픈 시늉을 합니다.

 

"그러니 조심해서 내리셔야죠." 모른체 하려다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한마디 했더니 어떻게 할거냐고 계속 치근댑니다.

 

술취한 사람들 참 대책없는 경우가 많잖아요. "어떻게 하기는요. 손님이 다치신거 아니에요?" 짜증도 났지만 최대한 정중하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래도 가지않고 계속 중얼댑니다. 말하자면 돈 몇푼 생각이 나서 그런거겠죠.

 

제가 다시한번 말씀드렸습니다. 그건 손님이 조심하셨어야 하는거라고. 정 그러시면 경찰을 불러서 이야기 하자고 말했더니 그제서야 "에이 씨X, 재수없어" 하면서 사라집니다.

 

술이 취해서 그런거겠지만 손님이 하차하는 중에 부주의해서 머리를 가볍게 부딪친 것을 택시기사에게 뭐라하면 이게 말이 되나요. 

 

재수없는건 손님이 아니라 난데, 속으로 되뇌이면서 차를 이동시켰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았습니다.

 

안전에 관한 택시기사의 책임의 한계는 과연 어떻게 될까. 저도 의문이 일어서 관련법규를 뒤적여 봤습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26조, 운수종사자의 준수사항'을 보면 손님을 중도에서 내리게 하는 행위, 문을 완전히 닫지 아니하고 자동차를 출발시키거나 운행하는 행위, 안전운행과 여객의 편의를 위해 국토교통부령을 위반하는 행위 등 지극히 포괄적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 10만원에서 자격정지 20일까지 행정처분을 당하게 되어 있습니다.

 

다음에는 '택시운송사업약관 12조 운송의 책임 3항'에 사업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여객에게 신체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입힌 경우, 사업자는 이에 대해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말하자면 자동차 보험으로 처리를 하고 그도 안되면 민형사상 건으로 해결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죠.

 

그러나 그 책임의 한계를 분명히 정할 수는 없는 것이어서 법원의 판단을 구하게 되고, 법원판결 또한 엇갈리고 있는 경우가 많은 실정입니다.

 

우리나라의 교통문화는 참 답답하고 이해 안되는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 땅에 살고 있는 한 우리가 감당해야할 부분이어서 적응하고 살아갈 수 밖엔 없습니다.

 

무엇보다 조심운전, 안전운전, 양보운전외에는 길이 없겠죠.

 

택시기사는 안전에 취약한 직업입니다. 손님을 태우고 운행할 때는 각종 안전수칙을 지켜야할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이고 특히 손님이 하차할 때에는 더욱 신경을 써야할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오토바이, 자전거, 킥보드 등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안전운전이 더욱 위협받고 있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좁은 골목길과 교차로를 지날 때 주의를 집중하고 있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손님이 내릴 때 카드결제나 요금계산할 시에도 시선은 백미러에 두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에 튀어나와 안전사고가 발생할 지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