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기사님, 절대 과속하지 말아주세요 본문
어제 새벽, 광진구 동서울터미널 뒷편에서 마포구 가는 손님을 모셨습니다.
콜을 받고 가니 60대 가량의 남자 손님이 이미 나와 계셔서 속으로 아이고 다행이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를 해야 나오는 손님들이 많아서죠.
콜을 받게 되면 가는데 몇분, 기다리는데 몇분, loss time이 생기면 기분이 우울해집니다.
그런데 택시에 오르자마자 "기사님, 절대 과속하지 말아주세요." 합니다.
가끔씩 과속하지 말라는 부탁을 하는 손님이 있습니다. 물론 5명 중에 1명은 빨리 가달라고 재촉합니다. 차 시간이 늦었다, 약속시간이 늦었다 핑계를 대지만 막상 도착지에 내리면 천천히 걸어 가는 손님이 대부분입니다.
말하자면 습관적으로 그러는 것이죠. 하여간 한국인의 조급증은 일종의 병입니다.
외국에 나가서 음식점엘 들렀는데 그 식당 종업원이 한국인에게 "빨리 빨리" 하면서 웃고 떠드는 것을 본 기억이 나는데 웃자고 한 소리일 수도 있겠지만 비웃는 소리도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아침시간이라 강변북로가 거의 막히지 않아 20여분만에 공덕동에 도착했습니다.
오후 3시가 다 되어갈 무렵, 우연히 공덕동오거리 주변을 지나는데 목적지가 자양동인 콜이 울려서 재빨리 잡았습니다. 집 방향이라 저에게는 좋은 콜이라 할 수 있죠.
출발지에 갔더니 손님이 기다리고 있었고, 택시에 오르자마자 "기사님, 절대 과속하지 말아주세요."하는거 아니겠습니까.
그 말을 듣는 순간, 아침에 탔던 손님이 떠 올랐습니다. 음성도 똑같고, 과속하지 말아달라는 것도 똑같았기 때문이죠.
"어, 아침에 타셨던 손님 아니세요." 했더니 그 손님도 금방 알아 보시더라구요. 그러니까 아침에 탔던 손님을 오후에 우연히 다시 태우게 된 것입니다.
택시영업 중 이런 경우는 굉장히 드문 케이스입니다. 흔치 않은 우연이죠.
강변북로를 타고 가면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몇년 전에 택시를 타고 가다가 전봇대를 들이받는 사고가 났고, 부상을 입어 몇달간 병원치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여파로 인해 약 5년 동안 택시를 못탔다고 하구요.
그러다가 몇해 전부터 다시 택시를 타기 시작했고, 택시를 탈 때 마다 기사에게 과속하지 말라는 부탁을 하고 있다 합니다.
택시를 한번 타고 가는데 소요시간이 평균 20분 정도라고 한다면, 아무리 빨리 달리고 차선변경을 한들 기껏해야 1~2분 차이 밖에 나지 않으니 절대로 무리하게 운전할 필요가 없다는 말까지 합니다.
백번 옳은 말씀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통문화가 이해불가 수준이라 정석대로 운전하면 오히려 손가락질 당하는 경우도 많으니 그 것이 참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남이 운전 험하게 하니까 나라고 별수 있어 하는 말은 자기 합리화, 자기 변명에 불과할 겁니다. 나부터 그러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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