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조치와 카카오 택시 본문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카카오 택시가 배차 알고리즘을 조작해 카카오 가맹택시에 특혜를 주는 방식으로 점유율을 높인 사실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57억원을 부과했습니다.
약 3년간의 조사 끝에 내려진 조치인데 카카오는 공정위의 조치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나서는 등 반발하고 있습니다.
서울 개인택시기사로 카카오 택시 앱을 사용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매우 안타까운 마음뿐입니다.
‘알고리즘 조작해 콜 몰아주기’…카카오모빌리티, 과징금 257억 (daum.net)
외국에서 거주하다 귀국해서 카카오 호출앱을 사용하는 손님들 몇분이 카카오를 극찬하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외국의 택시앱과 비교할 때 카카오 앱이 참 사용하기 편하고 잘 만들었다는 것이죠.
그럴 때면 괜스레 저 역시 국민의 한사람으로, 카카오 T 앱을 사용하고 있는 택시기사로서 나름대로 자부심과 긍지도 느껴지곤 했습니다.
그래서 택시승객과 기사들을 위해 조용히 처리되고 지나갔으면 하는 바램이었는데.
그동안 다른 택시호출 앱이 경쟁자로 등장하였지만 상대가 되질 않았죠.
티맵택시는 우버에 팔려 버리고, 마카롱, 반반, 온다 그리고 지역별로 호출 앱이 있기는 하지만 카카오의 대항마가 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점유율이 94%라고 하죠.
굳이 외국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카카오 택시 호출앱은 정말 잘 만들었습니다. 승객은 물론이고 택시기사 입장에서도 최고입니다. 인정합니다.
저는 2015년, 카카오 택시 호출 앱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 부터 지금까지 줄곧 사용해 오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산 증인(?)인 셈인데 그런 입장에서 보면 카카오가 정말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아쉬운 맘도 있는게 사실입니다.
택시시장의 역대급 지배자, 공룡중의 공룡이 되버렸는데, 대범하게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툴툴 털어버리고 시정할건 시정하면 됩니다. 그러면 박수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카카오가 택시호출 시장의 절대 강자가 되고 나서 2017년엔가 서울 택시회사 9개, 1000대를 인수해서 택시운영에 직접 뛰어들고, 2019년엔 카카오 T 블루(처음엔 '웨이고' 였죠)를 만들어 가맹택시 사업을 시작했을 때 저는 고개가 갸웃 거려졌습니다.
굳이 저렇게까지 사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을까.
택시회사나 가맹택시는 카카오의 사업 방향성과 과연 어울릴까.
그냥 택시호출 앱 사업에 집중하는게 낫지 않을까.
그런데 카카오는 무서운 속도로 시장을 확대해 나갔습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미용, 꽃배달 이런 분야까지 진출했었으니까요.
공정위에서 문제가 된 가장 큰 것이 가맹택시(카카오 T 블루)에 대해 콜 몰아주기죠. 손님이 일반 택시를 호출했는데 왜 카카오는 가맹택시를 배차하느냐.
카카오와 가맹택시 기사는 말합니다. 수수료를 내는 기사에게 혜택을 더 주는게 자본주의 원리에 맞다.
그렇다면 좋다. 아예 현재 무료 사용 중인 일반택시 호출을 없애고 다 유료화 해라.
하지만 카카오는 시장의 지배력을 잃을까 봐 망설이는게 아닙니까.
카카오가 택시회사를 운영하고 가맹사업을 함으로써 택시시장은 서로를 불신하고 질시하며 상호간에 경쟁이 도를 넘는 판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이번 공정위 조사 역시 택시기사들의 문제제기로 이렇게 된게 아니겠습니까.
카카오 T 블루 기사는 기사대로, 월 39,000원을 내는 유료 사용자 이른바 멤버쉽 사용 택시기사는 그들대로, 일반 무료 사용 택시기사는 또 그들대로, 카카오 호출앱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기사들은 또 그들대로, 전부 카카오에 대한 불만을 말합니다.
나름대로 다 일리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제 카카오는 내로라하는 대기업이 되었습니다. 세계적인 IT 기업의 반열에 올라섰습니다. 그러면 기업 이미지, 사회적 공헌, 세계적 위상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번 공정위의 조치에 반발하기 보다는 과감하게 인정할건 인정하고, 정리할건 정리하고 가는게 나아 보입니다.
굳이 가맹택시나 일반 택시회사를 운영할 필요가 있을까요.
호박에 색 칠한다고 수박이 되겠습니까. 아무리 가맹택시가 어쩐다고 헤봐야 택시는 그냥 택시입니다. 아날로그 자체죠.
가맹택시가 카카오 모빌리티의 주수입원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가맹택시 사업을 하지 않더라도 호출앱 사용을 전면 유료화하면 되지 않을까요.
예를 들면,
전국 택시기사 25만명을 대상으로 현재의 멤버쉽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용료를 받으면 되고, 앱을 이용해 호출하는 손님에겐 사용 건마다 소액의 수수료를 받으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외국에서는 1건당 200원 정도를 내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군요.
그러면 카카오와 택시간, 택시기사 상호간의 불평, 불만, 갈등은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최고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택시호출 앱 운영에 집중하는 것이 옳습니다.
카카오의 지난 시간이 사업확장의 시기였다면 이젠 선택과 집중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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